동의보감에 이르길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기를 내리고 가슴앓이를 없앨 뿐만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 하고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하고 근육과 맥박이 활기를 찾게 한다''고 설명한 이 과일은 무엇일까요? 6월 중순이면 아파트 알뜰 시장을 상큼한 향기로 물들이고 시원한 청녹색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주인공 매실 이야기입니다. 6월 매실의 계절이 돌아오면 집집마다 일 년 동안 시원한 음료로, 요리에 쓰이는 양념으로, 체할 때 먹을 상비약으로 먹을 ’매실원액‘ 담기로 분주해지죠. 장 담기가 그렇듯이 매실원액을 만들고 매실 장아찌를 만드는 방법도 집집마다 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매실과 효모의 먹이가 되는 설탕을 1:1 섞어 100일간 발효 시킨다는 가장 큰 전제를 깔고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잡균을 없애기 위해, 설탕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변주법이 이뤄지는 매실원액 만들기. 이번 주 리포터는 매실 고르기부터 매실원액 만들기 다양한 변주법을 소개합니다. 아직 매실 담기에 도전한 적이 없는 주부라면 어려워 말고 한 번 시작해 보세요. 변주법은 변주법일 뿐 정답은 아니니까요.
알면 알수록 놀라는 매실의 효능
명색이 매실이야기를 하는데 매실의 효능 정도는 알고 가는 게 좋겠죠? 매실은 산성이 강해서 거의 유일하게 생으로 먹지 않는 과일입니다. 매실의 가장 큰 효능은 바로 산성화된 몸을 알칼리체질로 개선하는 효능이라고 합니다. 매실에는 각종 유기산과 함께 칼슘 철분 마그네슘 아연 등 알카리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체질개선에 좋은 과일입니다. 매실원액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때는 체했을 때다 딸꾹질이 날 때입니다. 이 때 매실원액을 8~10배 희석해 마시면 바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여성들 골다공증 예방에도 매실액의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포도에 비해 2배, 멜론에 비해 4배 칼슘함량이 높은데다가 구연산 등 유기산이 체내 흡수까지 도와 뼈 건강에 으뜸입니다.
장아찌 담을 땐 ‘청매실’ 원액 담을 땐 ‘황매실’
좋은 매실을 고를 땐 일단 씨알이 굵은 놈이 좋습니다. 과육부분이 많아야 우러나는 원액이 많기 때문이죠. 특히 장아찌를 담을 때는 과육 부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더 큰 열매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실원액은 약간 큰 것 작은 것 섞여 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품종이 재래종이라 향이 더 진해 자잘한 재래품종만을 골라 매실원액을 담는 사람도 있답니다.
최근에는 원액을 담을 때 약간 노랗게 익은 ‘황매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청매실과 황매실은 품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언제 따느냐에 따라 다르고 딴 후 색상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사동에 사시는 이문희씨는 “매실을 사서 씨알이 굵은 놈은 골라서 장아찌로 담그고 원액 만들 매실은 하루 이틀 뒀다가 약간 노랗게 변하면 설탕에 절이기 시작한다. 색깔이 변하면서 향기도 더 진해지고 청매실에 독도 있다고 해서 지난해 부터는 설풋 노랗게 변할 때 담그는데 향기가 이전보다 더 좋다”고 말한다.
다만 매실을 살 때 풋살구를 사는 일만 피하면 됩니다. 살구는 매실과 너무 닮아 여간해서는 구분하기 어려운 과일입니다. 이 때 살구와 매실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씨앗. 살구는 씨앗과 과육이 쉽게 분리되는 반면 매실은 씨앗과 한 몸처럼 붙어있어 분리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씨앗이 복숭아 씨앗처럼 과육에서 똑 떨어져 나오면 100% 살구입니다.
깨알 같은 꼭지, 따는 게 좋아 안 따는 게 좋아?
좋은 매실을 골라오셨다면 다음은 매실 손실하기입니다. 매실은 찬물에서 씻어 물빠짐이 좋은 소쿠리에 건져내면 금새 물기가 마릅니다. 이 때 잔류농약이 걱정이라면 식초물에 약 10분간 담궜다가 건져내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원액 담글 때 잡균이 생길까 걱정하시는 분들은 건져낸 매실에 소주를 스프레이통에 담아 칙칙 뿌려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가장 손이 가는 작업인 매실 꼭지 따기입니다. 매실이 가지에 달려있던 부분에 남은 깨알 같은 꼭지를 따는 일은 제법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때문에 굳이 때지 않고 담는 분도 있고 깨끗한 매실원액을 위해 꼭 떼어내고 담는 분들도 있죠.
매실 꼭지를 딸 때 가장 좋은 도구는 이쑤시개. 이쑤시개 한 통을 옆에 두고 톡톡 따내면 어렵지 않게 따낼 수 있어요. 매실을 담글 때 신길동 김미숙씨는 방망이로 톡톡 깨뜨려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원액이 더 잘나오고 매실을 건져 매실 장아찌를 만들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매실과 설탕 1:1, 설탕 잘 녹이는 게 핵심
설탕은 매실의 무게만큼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황설탕을 사용합니다. 백설탕은 당도가 너무 높고 흑설탕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매실 본래의 향을 느끼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죠. 매실원액을 우려낼 통을 준비합니다. 항아리를 가장 권하지만 뚜껑이 없고 설탕이 녹는지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아 요즘은 유리병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매실 5Kg에 15리터 매실 10Kg에 약 30리터 병을 준비하면 됩니다. 통을 깨끗이 소독한 후 설탕을 아래에 약간 깔고 매실과 설탕을 차례차례 넣어 줍니다. 틈틈이 통을 좌우로 흔들어 매실 사이사이 설탕이 다 들어가게 해야 합니다.
뚜껑을 닫아주면 그날 일은 끝이지만 정작 매실원액 만들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일주일 쯤 후 매실에서 나온 물이 설탕과 섞이지만 녹지 못한 설탕은 바닥에 고스란히 가라앉기 때문이죠. 이 때 설탕을 잘 녹이는 비결이 곧 매실담기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본오동 한 주부는 매실을 담글 때 설탕을 0.8로 줄이고 대신 올리고당을 조금 섞습니다. 그러면 설탕이 훨씬 더 잘 녹고 설탕 비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사동의 한 주부는 설탕을 잘 녹게 하기 위해 병을 잘 밀봉한 후 일주일에 한번 씩 옆으로 굴려 설탕을 녹인답니다.
6월에 담근 매실은 9월 중순경 매실원액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 내는 매실원액 만들기 어떤가요? 생각보다 쉽죠? 올해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올해는 예년에 비해 매실가격도 아주 저렴하답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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