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청소년 소통 공간

와글와글해서 더 정감 가는 청소년 쉼터, 휴(休)카페

동아리 활동, 생애설계에서 가족 힐링캠프까지

지역내일 2014-06-03

학교, 학원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청소년들에게 청소년 문화의 공간이자 아지트인 휴(休)카페는 이제 ‘그들만의 공간’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휴식과 다양한 동아리 활동 외에도 자기 주도적 생애설계를 통한 진로체험까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는 휴카페를 들여다본다.

휴


소통과 휴식의 공간+교육의 장
마을공동체 지원프로젝트로 시작된 청소년전용 휴(休)카페. 오전에는 공간을 활용하는 주민들로, 방과후시간이 되면 몰려드는 청소년들로, 6시 이후엔 직장인들의 여가, 모임장소로. 좁은 공간이지만 활용도에 있어서만큼은 여느 문화센터 못지않다. 현재 서울시에는 31개의 휴카페가 운영 중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실 아동청소년담당관 민선희 상담팀장은 “휴카페는 청소년들이 쉽게 찾아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휴식공간으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 송파청소년수련관 내에 ‘한들’을 비롯해 12개소가 추가로 확정되었고 하반기에도 공공시설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민간, 자치구 센터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한다.
방과 후 침침한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에게 휴카페는 답답함을 풀어줄 소통의 공간과도 같다. 또래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지기도 하고 배고프면 라면도 끓여먹고 와플도 구워먹는다. 비용은 1천원. 학교 시험기간 중에는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학원시간이 다가와 뿔뿔이 흩어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들을 방해하지 않지만 이제 제법 질서와 에티켓을 지킬 줄 안다.
강동구 휴카페 ‘와플’의 박순희 소장은 “오후시간이 되면 안전상의 문제로 입장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 처음엔 다소 무질서하고 기본예절도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젠 선배와 어른을 보면 인사도 잘하고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다”며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는다. 

카페


강동구 와플의 ‘발랑 까진 토론회’
강동 시민연대가 서울시와 지역주민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와플’은 인근에 혁신학교가 4곳이나 있어 더욱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밴드강습, 연극교실 외에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에서 지난 5월에는 특별한 토론회가 있었다. 일명 ‘발랑 까진 토론회’는 세월호 사건 이후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자는 취지로 계획됐다. 아이들은 이성관계, 어른에게 하고 싶은 말 등 정해진 주제 없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른들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말하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면 말하지 않을까? 하는 역발상에서 시작된 토론회에서 부모들은 몰랐던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어서 느낀 것이 많다는 반응이다. 휴카페의 주된 이용객인 중학생은 중2병, 중학교 2학년의 마음은 귀신도 모른다고 할 만큼 소통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아이들이다. “대화가 부족한 청소년들이 가족 혹은 친구관계에 있어서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건강한 성장과 공동체성을 배워갈 수 있도록 주민과 연대한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소망이다”라는 박순희 소장의 말이다.


송파 ‘한빛’의 자기 주도적 생애설계
카페 한빛은 현재 서울시가 중등1학년에 시행중인 자유학기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청소년의 꿈 설계를 위해 진단을 통한 자기 주도적 생애설계와 체험활동, 개인 및 집단별 꿈, 진로 코칭을 하고 있기 때문. 회원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이 생애설계를 통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구성하면 카페에서는 지역주민의 도움을 받아 지역사업장에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사업장을 거점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청소년 문제를 지역사회 전체로 개념을 확대해 가는 것. ‘한빛’과 지역사업장, 학교, 가정, 관공서, 사회·종교단체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바리스타, 제과 제빵 등 7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이며 부모와 자녀간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돕기 위한 가족캠프를 연 3회에 걸쳐 실시하고 있다. 나희수 카페지기는 “청소년기가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인 만큼 가끔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화를 통해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또 한 번 배우는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며 아이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표현한다.


지속적인 지원, 관심 필요
휴카페는 단순히 쉬는 공간이 아닌 동아리 활동을 통한 교육과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유지비용은 점점 늘어가지만 서울시의 지원은 연간 2천만 원으로 제한적이고 그나마도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된다.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후원이 없이는 유지조차 힘든 실정. 몇몇 휴카페는 유지가 어려워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송파구 ‘한빛’청소년 휴카페의 나희수 카페지기는 “카페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중학생이 대부분이다”며 “청소년기 3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일시적인 시각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지속적인 유지,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사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은경 리포터 hiallday7@naver.com



<우리지역 청소년 휴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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