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행신동 고양시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는 꽃보다 향기로운 봉사가 펼쳐졌습니다.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노인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그들은 천연비누&화장품 재능기부봉사단 ‘캐모마일’ 회원들입니다. 은은한 허브 향과 함께 마술처럼 천연비누가 만들어지는 동안 처음엔 어색하고 굳어있던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돌고 분위기는 화기애애, 바깥 날씨처럼 금세 화창해졌습니다. 천연비누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봉사를 펼치는 ‘캐모마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천연비누&화장품을 함께 배우다 재능기부 나서
매월 한번 씩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찾아 재능기부로 봉사를 펼치는 ‘캐모마일’은 고양시여성회관에서 박시연 강사의 천연비누&화장품 강좌를 같이 듣던 수강생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봉사동아리. 캐모마일의 회장이기도 한 박시연 씨는 “고양시여성회관에서 천연비누&화장품 강좌를 전문가반까지 마친 후에도 수강생들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제 개인 공방에서 스터디를 같이 했습니다. 전문가반을 마스터해도 대부분 창업이나 취업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 강좌를 들은 제자들이 공방을 내거나 방과후 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했던 것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죠”라고 한다. 박시연 씨는 2007년부터 천연비누&화장품 전문교육기관 ‘Cyean Academy''를 운영하면서 고양시여성회관,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고양시어울림문화학교 등 다수의 교육기관에서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뿐만 아니라 아토피 등 천연화장품과 비누로 피부트러블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해 ICAA영국 아로마테라피센터 지정교육기관, (사)대한아토피협회 경기도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천연한방비누 방송, ‘인간의 조건’ 화학제품 없이 살기 천연샴푸 방송협찬 등 다수의 방송과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향기로운 작업을 하다 보니 마음씨도 비단결, 회원들끼리 단합도 최고~
아는 것을 모두 아낌없이 나눠줘 제자들이 배운 것을 그냥 썩히지 않고 재능을 펼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박시연 씨. 캐모마일 회원들은 “박 선생님에게서 기술만 배운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도 동화된 것 같아요”라고 입을 모은다. 스터디를 하던 어느 날 “이렇게 배운 걸 그냥 혼자만 즐기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데 봉사 그거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캐모마일’의 단초가 됐다. 그때 무슨 일이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열정 넘치는 박시연 씨가 “그럼 내가 한번 봉사할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나섰고 스터디를 같이 하던 10여 명의 주부들이 일을 내게 됐단다.
2012년 그렇게 시작한 ‘캐모마일’은 현재 박시연 회장을 비롯해 조현숙, 조성이, 박은미, 이영금, 김은옥, 박윤정, 이성선, 이숙자, 임효자, 임지희, 이선호, 황성희, 윤미정, 곽규관, 정윤자, 이순옥, 이경심 씨 등 18명의 회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30~50대까지 성격도 각기 다른 주부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는 동안 한 번도 의견 충돌 없이 무슨 일이든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는 이들. “의견이 다 같을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향기 나는 작업을 하다 보니 마음도 향기로워지는 것 같아요. 캐모마일이 잘 운영되는 건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 덕분일겁니다. 오랜 시간 같이 하다 보니 친자매 같기도 하고요.”
지난 해 ‘고양시 우수학습동아리’ 지원 대상에 선정돼 더 책임감 느껴
좋은 일보다 슬프고 마음 아픈 조사에 힘을 모아 도움을 주는 것이 캐모마일의 불문율일 정도로 회원들은 서로를 챙기고 아끼는 마음이 애틋하다. 그런 따뜻한 마음은 봉사에서도 마찬가지, 매월 회비를 모아 자비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그 일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는 이들에게 지난 해 큰 기쁨이 있었다. 바로 고양시 우수학습동아리에 선정돼 작지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이들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봉사 초기에는 어디에서 봉사를 해야 할지 몰라 무조건 경로당을 찾아 봉사를 하게 해달라고 했다는 박시연 씨.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온정을 나누고 싶다는 취지에서 경로당에서 지역아동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찾아 나서 봉사를 펼치고 있다고.
“그동안 저희 회비만으로 봉사를 잘 펼쳐왔어요. 그러데 우수동아리로 지원금을 받게 되니 더 많은 곳에 더 양질의 봉사를 펼칠 수 있겠다는 기쁨도 있지만 그만큼 더 잘 모범적으로 봉사를 펼쳐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져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습니다.” 박시연 씨는 “앞으로 더 프로패셔널한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히면서 ‘고귀함, 역경을 이긴 강인함, 희생’이란 꽃말을 가진 캐모마일이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주위에 은은하게 향기를 퍼트리는 그런 봉사를 펼치겠다고 한다. 캐모마일봉사동아리 문의 1588-3956/031-978-5535
***미니인터뷰
“처음엔 어떻게 봉사를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무턱대고 시작한 봉사가 다녀오면 그렇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캐모마일이 3년 넘게 지속되다보니 이젠 여러 곳에서 봉사를 요청해오기도 합니다. 그동안 회원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모은 것이 조금 있어서(웃음) 그렇게 요청이 들어오면 저희들은 기꺼이 달려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또 저희도 봉사를 나간다기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남 앞에 나서기 쑥스러워 하던 회원들도 자신감을 얻어 개인공방이나 방과 후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아요.”
박시연 회장
“봉사를 하다보면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개인적으로 아이가 몸이 아픈 적도 있고 또 밑에 쌍둥이가 있어 육아가 힘들었어요. 그때 봉사가 아니었으면 우울증에 걸렸을텐데 캐모마일을 통해 이겨낼 수 있어서 제게 봉사는 남다른 의미입니다. 공방을 운영하다 2011년 몸이 좋지 않아 그만두고 지금은 방과 후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봉사는 앞으로도 계속 할 거예요.”
행신동 조현숙 씨(48세)
“캐모마일 회원들 대부분 그렇지만 저도 처음부터 봉사를 하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봉사를 하다 보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 제가 얻는 것이 더 많아요. 봉사를 나가면 그분들에게 제가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걸 배우고 온답니다. 또 캐모마일 회원들이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만나면 우선 즐겁고요.(웃음) 지금은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나이가 더 들면 공방카페를 운영해보고 싶어요.”
행신동 조성이 씨(45세)
“봉사는 몸으로, 돈으로 하는 건줄 알았는데 우리들의 작은 재능기부로 외로운 이웃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이거 바르면 정말 이뻐지나요? 하면서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모습에 저도 기쁘고 보람을 느끼고요. 사실 천연비누나 화장품 봉사가 뜨거운 기구를 만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지만 캐모마일 회원들 마음이 잘 맞아서 저희는 안전하고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답니다.”
화정동 ‘예향공방’ 박은미 씨 (4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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