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에서 아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벌점제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아이들의 경우, 벌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무뎌져 더 이상 교칙을 지키려는 자율의지가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교칙을 둘러싸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교칙에 대한 학생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논의된 것이 바로 ‘학생자치법정’이다.
학생자치법정은 경미한 교칙을 위반해 일정 수준 이상 벌점이 누적된 경우, 학생 스스로 재판부를 구성해 토론, 변호, 판결을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법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사소하게 여겼던 교칙위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하고 준법의식을 키워주기 위해 도입했다. 나아가 학교폭력이나 비행으로 이어지는 일을 최소화하고 학생자치와 건전한 또래 문화를 조성하는데도 효과가 탁월하다.
부천 원미고등학교(교장 김용기)는 지난 5월 19일 인성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첫 번째 ‘원미자치법정’을 개최했다. 이날 자치법정은 과벌점을 받은 학생과 교사, 방청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교칙 위반을 반복해 지도점이 과다하게 누적된 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교육지도를 통해 벌점을 차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일방적인 지도와 훈계, 처벌만 받았던 예전과 달리 개인의 환경적 차이나 사정을 표현할 수 있는 소명의 기회와 입장 표명의 기회가 제공됐으며, 친구들의 변론도 받을 수 있었다.
모니터링을 위해 법무부 서희정 선생님과 70여 명의 학생이 참관한 첫 자치법정이 성공리에 개최되면서 원미자치법정은 새로운 학교 문화의 희망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과벌점 증인으로 출석한 정다운 학생은 “친구를 도와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며 “처음이라 긴장은 됐지만 학생들 스스로 교육처분을 내리는 것을 보니 좋아보였다”고 만족해했다.
또 검사 역할을 수행한 1학년 노상운 학생은 “재판 중 과벌점자 학생의 사연을 들어보니 억울하게 벌점을 받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단순히 과벌점 학생을 벌점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이러한 재판과정을 통해 학생의 사연도 들을 수 있어서 신선했고 그에 대한 교육처분을 받는 것을 보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일련의 학생자치 법정과정을 통해 준법정신 함양,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 고양, 비행방지 예방, 학생 자치권 확대, 민주시민 자질향상 등 바람직한 인성교육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