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약 80명이다. 학생 수는 적지만, 1921년 개교한 9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이다. 학교 건물을 가릴 만큼 키가 큰 나무들은 초록 잎을 맘껏 흔들어 댄다. 자연은 풍요롭고 역사는 깊은데, 한 반 학생 수는 15명 남짓인 대부초. 참 부러운 이 학교에 잘 어울리는 교사를 만나러 리포터는 시화호를 건너고 포도밭을 지나 안산시의 끝자락에 갔다. 5학년 전체 열아홉 명의 학생을 맡고 있는 김대현(30, 사동) 교사를 찾았을 때, 한참 아이들과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있었다. ‘서른 즈음에’라는 가요가 요즘 더 듣고 싶다는 김 교사는 올해 딱 서른이다. 아이들이 ‘기타 치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섬마을 총각선생님 이야기를 바닷바람과 함께 담아 왔다.
‘라온’이라는 순수 우리말, ‘즐거운’이라는 의미
김 교사는 처음 학교에 가던 날, 양옆에 바다가 펼쳐져있는 방조제를 지나 아담하고 예쁜 학교 건물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났다고 한다. 학년별로 20명도 안 되기 때문에 아이들과 소통이 쉽고 주변 자연환경도 아름다운 학교.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착해서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진다고 한다. “외딴 학교로 간다고 주변에서 걱정했지만, 저는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교사를 꿈꾸었을 때부터 고즈넉한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이것저것 해보고 즐겁게 교사를 하는 것이 꿈 이었죠”라며 맑게 웃는 김 교사.
김 교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아이들이 오고 싶은 교실을 만드는 것, 여기에 즐거움을 더하는 것이라고 한다. 즐거움에서 배움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느끼고 깨닫는 것이 교육이라고 믿는다.
“‘라온’이라는 단어가 순수 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의미지요. 저희 교실 뒤에 ‘라온 우리’라고 써 붙여 놓았어요. 학교가 싫거나 재미없으면 배우는 것도 없지요. 친구들 만나러 오는 즐거움, 미술시간 자신이 생각한 작품을 만드는 즐거움, 학교 텃밭에 심은 딸기가 빨갛게 여물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즐거움. 아이들이 즐겁다면 교육은 이미 이루진 것이 아닐까요?”라며 역시 밝게 웃는 김 교사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리포터도 저절로 웃음이 난다. 즐거워서이다.
교실 문을 열고 “좋은 아침!”하면
아기 새 지저귀듯 재잘대는 아이들
“업무가 많아 4월까지 정신없이 보냈는데, 아이들 눈에도 제가 바빠 보였는지, 누군가 ‘힘내세요’라고 칠판에 써놓고 집에 갔어요. 그날 오후는 이유 없이 헤헤거렸어요”라며 교사가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사소한 아이들의 응원과 사랑! 고단한 선생님들에게는 힘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노래라고 느끼는 김 교사. ‘천직’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아이들과 소통방법을 묻자, 우선 교사가 먼저 솔직하게 마음을 여는 것이 으뜸이란다. “어릴 때 학원가기 싫어 꾀병을 부린 일, 선생님이 되어 생긴 일 등을 이야기해요. 그러면 아이들도 속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죠. 말로 하기 어려우면 일기로 쓰고, 아마도 저를 믿을만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요?”
그 다음은 ‘잡담나누기’. 김 교사의 반에는 ''오늘의 잡담시간''이 있다. 관심 있는 소재를 정해 아이들과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도 하고, 집에서 있었던 일도 소재가 되기도 한다. 김 교사는 이럴 때 교과서 외의 정보와 지식들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이해시킨다며 “결론은 성실하고 배려하는 아이가 되라는 것, 사회에 나가서 이기적으로 살기 보다는 나누고 베풀며 살았으면 하는 제 소망을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풀어서 계속 설명하고 있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교육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행복하게 살도록 가르치는 것”
김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하며 느낀 것은 ‘교육목표가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전인교육이고 생각한다고 한다. 5학년 진로 교육을 할 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도 ‘아직 우리나라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쉽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 교사. 그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로 기억되고 싶을까? “제자들이 학창시절을 떠올릴 때 ‘먼저 기억나는 선생님’은 아니었으면…. 저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배우길 바라죠. 그저 대부초에서 기타 치며 즐겁게 어울려주던 선생님이 있었는데~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네요.”라고 말했다.
바탕이 좋은 밭에서는 곡식이 잘 자라고 열매도 실하다. 아이들의 마음도 바탕이 중요하지 않을까? 김 교사가 아이들과 가꾸는 것은 텃밭이다. 하지만 김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 밭을 기름지게 하는 것. 그 다음 각자의 꿈을 심고 키우는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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