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수원화성사랑,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김충영

수원화성과 이웃한 ‘문화공간 일파’에서 새로운 꿈을 꾸다

지역내일 2014-05-27

그는 화성과의 인연을 ‘우연’이자 ‘필연’이라고 말한다. 화성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1997년부터 지금까지 한눈 한번 팔지 않은 채 화성사랑에 푹 빠져 살았고, 화성과 함께 하고 싶어 매향동의 빈집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문화공간 일파’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집을 살아난 집으로 탈바꿈시켰다. 옛 기억과 향취를 머금은 그곳에서 만난 김충영 씨는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화성연구회 부이사장이란 직함이 무색할 만큼 참 소박해보였다.


낙후된 모습에서 지금의 화성으로 갖춰지기까지, 안되면 되게 하라!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던 그 때의 수원화성은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당시 시청 도로과장으로 있었던 자신이 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화성을 돌아볼 생각을 했는지, 그것은 이끌림이란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낙후된 시설정비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 매주 토요일 화성 한 바퀴 돌기는 시간이 갈수록 동행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뭔가 불편한 게 있으면 바로 개선점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예요. 어떻게 정비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화성을 잘 아는 전문가들과 함께 하게 됐고, 화성에 대한 매력에 점차 눈을 뜨게 된 거죠. 화성을 사랑하는 모임으로 시작해 (사)화성연구회라는 이름으로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활동이 현재의 화성을 만드는 데 탄탄한 밑거름이 됐죠.” 도시계획과, 화성사업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변 환경은 물론 여러 가지 행사와 공연 등으로 분주한 지금의 화성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 과정에서 틈틈이 모은 사진자료들을 토대로 ‘수원의 옛 지도’와 ‘수원시 도시계획 200년사’를 발간하기도 했다. 워낙 방대한 양에, 비용 문제까지 더해져 난관에 봉착할 때도 있었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의 도전의식이 3년여 만에 빛을 발하게 됐다. 화성 축성 이후부터 200년간의 수원지역 토지용도 변천사를 담은 ‘수원시도시계획 200년사(2000년 발행)’는 도시계획협회의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화성과 맺은 인연이 문화공간 일파를 일구는 밑거름이 되다
“지도나 사진과도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지난해 8월 ‘문화공간 일파(一坡)’를 개관하면서 작게나마 수원화성이 살아온 길을 테마로 전시회를 열 수 있었죠.” 김 이사장의 호를 딴 ‘문화공간 일파’는 화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화성 안에서 살자는 그의 소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963년에 건축된 슬래브 양옥집은 50년 세월을 넘겨 레지던시 및 갤러리공간으로 거듭났다. 1층은 가발공장, 2층은 여관과 여공의 숙소였다는데, 외형만 조금 다듬었을 뿐, 낡은 흔적들을 그대로 남겨놓았다. 매향동의 명물이 된 일파엔 우리나라 전통산맥, 수원지방산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자료들이 방방마다 아기자기하게 전시돼 있었다.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해 아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찍었다는 사진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선 개인소장치곤 상당한 양의 화성 관련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궁극적으로는 이 집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살자는 게 모토였기 때문에 1층엔 카페를 차릴까도 생각했었죠. 아직까진 본업이 있으니까 제 일에 충실하면서 천천히 구상해보려고요.” 지극한 화성사랑이 앞으로도 죽 이어질 기세다.


화성이 주인이 아닌, 사람과 콘텐츠가 살아있는 장으로 만들어야 할 때
물으나마나 그에게 화성은 ‘나의 일부’였다. 화성을 떼어놓고는 ‘김충영’을 말할 수 없다.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화성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게 됐지만, 보다 생동감 넘치는 화성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은 더욱 깊어졌다.
“그동안 ‘화성’이라는 문화재 자체를 가꾸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그 속에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람이 있는 전통문화를 활성화시키자는 거죠. 화성문화제 능행차연시는 올해 못 보면 내년, 후년에 봐도 될 정도로 늘 같은 모습으로 걷는 게 전부예요. 그냥 즉석에서 시민들과 가위바위보라도 하면 어떨까요? 경품도 걸면 호응이 대단합니다. 전에 시험 삼아 매주 일요일 무예24기 공연이 끝나고 놀이로 시작해봤는데, 주유권, 통닭시식권 등이 걸려 있으니까,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화성을 베이스로, 전통에 걸맞은 ‘콘텐츠’라는 새로운 깃발을 꽂아야 할 때라는 김 이사장은 그래도 방향을 제대로 잡고, 화성 주변의 문화가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인다.   
 
  
지금은 은퇴 설계 중, 내가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해라! 
얼마 전, 40여 년 만에 기타를 꺼내들었다. 군대 가기 전엔 제법 기타도 두들기고, 노래도 좀 했다는 그는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내년 봄,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화성의 도시계획까지 곁들인 성곽안내도 할 것이고, 화성과 관련한 연구며, 다양한 전시도 할 생각이다. 일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행궁동 금빛합창단에선 벌써부터 단원으로 들어오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화성, 지도, 사진, 이런 것들이 제 삶에 소중한 가치가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사실 군대 가기 전까지 잘하는 게 뭔지 찾지 못했어요. 측지부대 복무 후 공무원으로 채용돼 도시계획업무를 맡고, 화성과 만나 지금 이 자리까지 오면서 제가 깨달은 건 한가지예요. 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처해있는 환경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내가 할 일과 만나게 됩니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삶, 김충영 이사장의 지나온 길이 그것을 제대로 말해준다. 앞으로는 또 어떨지, 문화공간 일파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될 그를 위해 브라보!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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