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엉이 몸에 좋다는 방송을 보고 마트로 향한 주부 이정수(43)씨. 양은 얼마 되지 않는데 1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무게에 따라 정확히 산정된 금액이니 깎아달라고 할 수도, 덤으로 더 달라고 할 수도 없어 몇 번을 망설이다 그냥 돌아섰다. 집 근처에 가락시장에 가면 싸게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평소 가락시장을 애용하는 주부 이정수(43)씨. 평소 가락시장을 애용하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락시장 장보기에 도전했다.
시장 규모에 덜컥! 겁부터 나는 가락시장
가락시장은 그날그날 경매 받은 물건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가격도 싸고 싱싱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선 듯 나서기는 쉽지 않다. 시장이 워낙 커서 어디로 가서 사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시 조금씩은 팔지 않고 상자로 사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 평소 마트에서 장보기에 익숙한 터라 ‘많이 주세요.’라는 말도 쉽지 않은 이 씨는 이웃에 사는 살림 고수를 따라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장보기에 도전했다.
오전 9시에 가락시장 도착. 이때는 경매도 끝나고 대형차들이 빠져나간 시간이라 주차도 편하고 한산하게 장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주차비는 3시간에 1천원이고 곳곳에 여성전용 주차선도 있어 주차도 편리하다.
장보기의 첫걸음은 칼 가는 집 방문
가락시장에 함께 가자고 도움을 요청했더니 살림고수는 대뜸 주방에서 자주 쓰는 칼과 주방용 가위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가락시장 내에 칼 가는 곳이 있으니 우선 칼을 맡겨 놓고 장을 보자는 것. “일 못하는 사람이 연장 탓한다고 하지만 연장이 좋아야 일을 잘하는 법이다”라는 나름의 소신을 가진 고수의 조언이다.
가락시장에 도착해 처음 들린 곳은 칼 가는 곳. 옛날 대장간을 재현한 듯 수북하게 쌓여있는 칼과 갖가지 도구들로 가득하고 주인장은 연신 칼을 가느라 분주하다. 수산물 시장 중간쯤에 자리한 이곳은 해산물 손질에 쓰는 칼을 자주 갈아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 자주 시장을 드나드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곳이다. 주방용 칼은 한 자루에 2천원, 과도와 가위는 1천원이면 갈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새로 산 칼 보다 더 잘 들게 갈아준다는 말에 칼을 맡기고 채소시장으로 향했다.
한 근부터 한 상자까지 원하는 만큼
채소시장에 들어서니 좌, 우로 채소가게들이 빼곡하다. 좌측은 주로 소량으로 우측은 상자로 파는 곳이 많다. 아무리 가락시장이라 해도 채소의 품질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여러 곳을 둘러보고 사는 게 좋다. 우엉과 연근 등 뿌리채소들이 소담하게 쌓여있는 점포에서 우엉가격을 물으니 1kg에 1만원. 대형마트보다 2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단번에 눈이 간다. 싱싱하기도 하고 굵기도 다양해서 조리법에 따라 필요한 굵기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못생긴 파프리카만 따로 담았다며 크게 한주머니 담아놓은 것을 5천원에 구입했더니 덤으로 피망을 3개나 더 준다. 유난히 숙주나물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나물 2천원어치를 사며 용기 내 “많이 주세요” 했더니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줌 듬뿍 더 담아주는 인정. 재래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주는 마음도 받는 마음도 뿌듯하기만 하다. 이것저것 필요한 식재료를 사다보면 두 손이 금세 묵직해진다. 상자로 구입하면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으니 몇 집이 함께 사서 나누는 것도 알뜰장보기의 비법이다.
채소시장 옆 건물은 청과시장. 청과시장 건물 안에는 상자단위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낱개로 구입을 원할 경우 건물 입구주변에 있는 상가를 이용해야한다. 과일은 특히 상자로 구입해야 싱싱하고 싸기 때문에 지인들과 같이 구입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제철인 수박, 참외가 한창이고 체리, 블루베리, 바나나 등 수입과일도 싼 가격에 살 수 있지만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오거나 단골집이 있다면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놓아야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 수산물시장에서는 6월초까지 꽃게가 제철이다. 활 게에서 부터 새우, 생선, 회 등 다양한 수산물들이 판매되고 있고 시간대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싱싱한 생물을 살 수 있다.
시장 안에 마트까지 원스톱 쇼핑
재래시장 분위기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번에는 마트. 가락시장 내에는 ‘다농마트’가 있어 각종 가공식품까지 구입이 가능하다. 깨끗하고 넓게 정돈된 마트에 비해 길도 좁고 오가는 사람들에 부딪치긴 하지만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낯선 외국 향신료 등 다양한 수입식자재부터 반 조리 제품, 조리도구, 주방도구까지 일만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으니 원스톱 쇼핑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장보기가 끝나고 마지막에 맡겨놓은 칼을 찾으면 쇼핑은 마무리된다. 처음 가락시장 나들이에 나섰던 이 씨는 “한번 와보니 가락시장 구조를 대충은 알 것 같다.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장보는 것과는 달리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이제 혼자서도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며 “득템을 한 것처럼 마음이 즐겁다. 다음번에는 축산물과 건어물 시장도 가봐야겠다”고 말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이은경 리포터 hiallday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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