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산지킴이, 줄여서 ‘심지’라 부르는 이들은 심학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으로 시작했다. 2004년 시작해 10년 동안 심학산 곁에 머물러 왔다. 이름만 들으면 환경운동을 위해 만든 단체 같지만 알고 보면 소박한 자연관찰모임이다. 등산이라 부르기에도 멋쩍은 심학산 산책 모임. 하지만 자연이 그렇듯 심학산지킴이 모임은 회원들을 품어 길러 주었다. 학부모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심지’ 굳게 성장해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엄마에서 숲해설사로
심학산지킴이 모임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2시간 동안 심학산 둘레를 거닐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을 관찰한다. 이렇게 둘러보며 나눈 내용은 초등 방과후 생태교실과 청소년환경동아리에서 녹여낸다.
시작은 아이들 학교 보낸 엄마들끼리 모여 소소하게 자연을 둘러보는 모임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게 됐다. 지금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연관찰 모임이 되었다.
“엄마들이 산에 같이 다니다가 우리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방과후 생태교실을 열었어요. 인원이 불어나니까 책임감을 느끼고 생태안내자 수업을 듣게 됐죠.”
심학산지킴이 조용란(46) 대장의 말이다. 심학산지킴이에 소속된 회원은 30여 명, 그 가운데 생태해설사 자격을 갖춘 이는 12명이다.
조용란 대장도 처음에는 ‘내 아이에게 자연을 접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전에는 집에만 있는 엄마였어요. 생태수업에 아들을 보내다 지금 숲해설사가 된 저를 보면 심지(심학산지킴이)가 나를 깨어나게 했다고 생각해요.”
자연은 엄마를 깨어나게 하다
한 사람을 깨어나게 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차가운 도시 엄마’였던 이연희(43)씨는 자연의 감수성에 어느 순간 물들었다고 고백했다.
“도시에 살다가 6년 전 아이를 심학초로 전학시켰어요. 전에는 산에 잘 다니지 않았어요. 꽃을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어요. 심지 모임에 나오면서 어느 순간 풀 하나 작은 꽃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잡풀인데도 예쁘게 보였어요. 모임에서 배운 게 너무 많아요.”
문준영(42)씨는 자연을 치료제 삼아 두 아이의 아토피를 고쳤다. 문씨는 아파트에 살다 아토피가 너무 심해 심학산 자락으로 이사했다. 이웃들이 화상 입었냐고 물어볼 만큼 상태가 심했던 아이들은 한두 달 지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제는 중고생으로 자란 아이들은 버스 편이 적어 불편해도 이곳에 사는 게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심학산은 무엇보다 좋은 치료제였다.
“매주 금요일 심지 모임 나오는 날은 비워둬요. 사는 이야기, 애들이랑 싸운 이야기, 집안에서 있었던 스트레스가 여기 나오면 없어져요. 내가 걱정한 게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알게 되고 꽃을 보면 미소가 지어져요. 힐링이 되는 거죠.”
운정3지구 개발로 숲과 들판 사라지나
심학산지킴이 모임에 동행했던 리포터도 ‘힐링’이 무엇인지 맛보았다. 그저 길가에 자라는 풀인줄 알았던 것이 난초과이며 도감에 이름도 버젓이 올렸다는 걸 알았다.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숲에는 낮에도 고라니가 뛰어다닌다는 걸 알았다.
주인이 돌보지 않는 논에는 부들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으며, 밟히고 밟혀도 질경이는 꿋꿋하게 새 잎을 올리고 있었다. 아까시 꽃은 그냥 먹어도 달콤했으며 애기똥풀로는 매니큐어를 대신할 수 있었다.
“두더지 얼굴 한 번 보고 싶어. 이렇게 흙 파놓은 길만 보고 얼굴은 안보여 줘.”
“나는 저 심학산에 새 잎이 올라오는 걸 보면 감동을 받아. 너무 아름다워.”
심지 회원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를 안 들은 척 엿들으며 산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그도 얼마 못 갈지 모르겠다. 심학산 일대가 운정3지구 개발지구로 확정이 됐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파헤쳐져 아파트로 바뀔 날이 언제 일지 모른다. 회원들은 “사라지기 전에 이 풍경을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아놓고 싶다”고 말했다.
들판과 숲이 아파트로 바뀌어도 이들은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잊지 않을 것이다. 심학산과 주고받은 소중한 이야기, 그 속에 숨은 약속을 이들은 ‘심지 굳게’ 지켜갈 거라 믿는다.
가입문의 조용란 010-4653-3268
심학산지킴이가 알려주는 5월 자연관찰 Tip
천연 버물리 애기똥풀
생잎줄기를 잘라 약용 알콜에 담가 두었다가 모기나 벌에 쏘여 가려울 때 바르면 효과가 있어요. 산에서 모기에 물렸을 때도 즙액을 바르면 가려움이 덜해져요.
아까시 파마
튀김옷을 묻혀 아까시 꽃을 통째로 튀기면 향긋하고 바삭한 계절간식이 됩니다.
굵고 튼튼한 아까시 이파리 줄기를 골라 반으로 접은 다음 그 속에 머리카락을 넣고 돌돌 말아 고정시킨 다음 한동안 놔두면 파마한 것처럼 구불구불해 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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