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산림욕장 입구 왼편에는 자그마한 규모의 식물원이 하나 있다. ''수리산 식물원''이라는 푯말 하나에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별다른 안내문구가 없다보니 발을 내딛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조용하고 아늑한 식물원 하나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보다가는 놓치는 게 많을 테지만. 여유롭게 작은 화분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나만의 정원을 홀로 산책하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은은한 꽃향기 속 재미난 식물들
다양한 식물들이 모여 있는 까닭에 예쁘고 화려한 꽃들만 만나볼 수는 없다. 그러나 식물원 전체에는 은은한 꽃향기가 가득하다. 가녀린 줄기에서 피어난 하얀색 백화등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꿀벌 한마리가 붙어있다. 향기로 사람을 유혹하나 했더니 꿀벌마저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나보다. 또 다른 통로를 지나니 빨간색의 화려한 꽃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름은 병솔 나무 꽃. 고개를 갸웃거리니 병을 씻을 때 사용하는 솔과 닮아 ''병솔''이라는 외모와 상반되는 심플하면서도 공감 가는 설명이 따라온다. 뒤편의 비닐하우스로 넘어가니 자몽처럼 생긴 큼직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열매와 달리 작고 소박한 하얀색 꽃이 피어있다. 제주도에서 온 귤나무로 여름귤, 팔삭 이다. 레몬처럼 신맛 나는 이 열매는 5월경에 따서 숙성시켜 먹는다.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나니 공중에 매달린 식물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재미나게 박 껍질에서 자라는 식물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생란. 흙 위에서 자라는 난이 아닌 돌이나 바위 등에 붙어서 자라는 착생란의 성질을 응용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작지만 핑크빛 색상으로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 설난. 주머니 꽃이라 불리는 칼세올라리아. 돌 위에서 앙증맞은 자라는 거미바위솔. 잎이 특이하게 말린 변이종 호야 등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난 식물들을 찾아내는 맛이 쏠쏠하다.
취미로 만들어진 작은 식물원
수리산 식물원은 의왕시에 살고 있는 이광원씨의 25년 취미생활로 만들어졌다. 집근처에서 키우던 식물들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수리산으로 거처를 옮기자 지나가던 이들이 하나둘 방문을 시작했다. "아버지의 취미였던 식물들과 작품들을 이곳에 옮겨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터 방문객이 생겼어요. 사실 누군가가 들어와서 보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어요. 하지만 굳이 이 분들에게 보지 말라고 막을 이유도 없기에 자유롭게 둘러보도록 하고 있어요." 현재 아버지를 대신해 식물원을 관리하고 있는 딸 이소저 씨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 짓는다.
이렇게 개인 공간이 오픈된 연유로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원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입장료가 없고, 운영시간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명절을 제외하고는 주말에도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현재 이 씨는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강의나 교육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아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식물들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매일 물을 줘야 하고 계절에 맞게 적당량의 햇빛과 난방도 필요하기에 이 씨는 매일 매일 남모를 손길로 식물원을 돌본다.
둘째, 피는 꽃도 볼 수 있지만 지는 꽃도 볼 수 있다. 일반 식물원에서는 시기에 맞춘 선별된 식물만 보여주지만 실제 자연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곳은 자연을 닮은 식물원이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고 이에 따른 식물의 변화도 같이 관찰할 수 있다.
셋째, 안내책자는 없지만 식물원 안주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식물원 안팎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 씨에게 대화를 건네면 궁금해 하던 식물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정성들여 만들어진 수리산 식물원 속 숨겨진 에피소드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문의 : 010-5413-6612
산본 식물원 : http://cafe.naver.com/ghc2008
수리산 숲 생태교실 : http://cafe.daum.net/surisoop
김경미 리포터 fun_see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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