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하기 싫거나 열심히 하는 듯해도 능률이 안 오르는 학생들을 상담해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첫째, 꿈도, 열정도 없이 그저 떠밀려서 살아가는 아이들. 둘째, 활기차고 순간을 즐길 줄 알고 심지어 장래 희망도 뚜렷하지만 논리적인 현실 분석이 불가능한 아이들. 전자는 꿈이 없는 아이들이고 후자는 헛 꿈을 꾸는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꿈꾸게 하고, 그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나올 법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하니 아마도 정해진 정답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아니 무책임하게 거창한 명제는 던져놓고 답이 없다고 하면 대체 뭐 하자는 것인가?” 라는 비난이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정답은 아니겠지만 조그만 힌트라도 드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제 아이 얘기를 털어 놓을까 합니다.
가출 40분 만에 햄버거 배불리 먹고 귀가한 아들
제 아들은 공부하기를 너무나 싫어했었습니다. 5학년 때에는 학원에 가기 싫다며 가출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문자로 통보한 가출이었고, 문자 통보 후 40분 만에 아빠와 맥도널드에서 만나 평소 절대 먹지 못하던 햄버거를 배불리 먹고 귀가한 걸로 일단락 되었지만 당시 우리부부를 정신 차리게 해준 사건임엔 틀림이 없었습니다.
아들의 가출 사건 직후 온 가족이 정신과를 찾아가 가족 전체 정신진단을 받아 보았습니다. 저와 남편은 직장 일에 떠밀려 에너지 레벨이 많이 떨어진데다 우울감이 있고 아들은 그저 공부가 하기 싫은 거라는 밋밋한 결과였지만 많은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피곤한 일상에 지친 우리 부부는 가족관계에서 열정을 못 보여주니, 아이도 간절히 원하는 꿈을 꿀 수 없었던 거라 생각했습니다. 뒤 돌아보니 집에서 저나 남편이나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습니다. 부모가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아이 눈에는 집에서 티비를 보거나 집안일 하는 모습이 전부였을 겁니다. 아이에게 말로만 공부하라 강요하는 게 얼마나 양심 없는 짓이었던가 비로소 깨달았던 거죠.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내 커리어를 지키면서 아이 교육까지 빈틈없이 신경 쓰거나,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이 교육에만 전념 하거나. 가장 이상적으로야 둘 다 잘해내고 싶었지만 제 능력의 한계를 잘 알기에 직장을 포기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전 대학 졸업 후 바로 대학원을 진학했었기 때문에 이미 석사학위가 있었지만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에게 잔소리 하지 않고 공부하게 하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 싶었던 거죠. 공부하는 습관만 잡아주면 될 것 같았기에 박사과정이 아닌 2년 만에 끝낼 수 있는 다른 전공의 석사과정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인생에서 감동 받은 만큼만 공부해라
아이에게는 공부 말고 무엇이 제일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당장은 수영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커서 정말 무엇이 하고 싶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개인레슨부터 자유수영까지 원하는 만큼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장래 희망은 계속 고민하기로 약속 했습니다. 대신 아이에게는 “궁핍하지 않은 집에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나름 운 좋게 태어난 너는, 너의 양심만큼 그리고 엄마 아빠의 인생에서 감동 받은 만큼만 공부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인생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없다면, 그리고 아무런 노력 없이 호의호식함에 양심이 찔리지 않는다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요. 아이가 심하게 논다 싶을 땐 장난처럼 농담처럼 “늙은 엄마는 공부하는데 너는 게임을 하는 구나” 라고만 했습니다.
2년 만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석사학위를 하나 더 받았지만, 아들은 방과 후 수영, 밤 10 까지 공부, 새벽 5시 일어나 잠깐 공부 그리고 등교. 이런 일상이 몸에 배어 제가 잔소리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수영대회에서 접영부분은 금메달을 자주 따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어깨가 늘 말썽이라 재활치료를 달고 생활했지만 본인은 행복해 했습니다. 수영대회 덕에 없던 승부근성도 생겨났습니다.
어느덧 그 말썽꾸러기 아들은 내년이면 대학을 갑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리더쉽도 있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편이라 어디든 본인의 꿈을 찾아 대학 입학을 하게 되겠지요. 전공을 생명과학 계열로 잡고 있어 방학 때는 대학 실험실에서 공동 연구도 하고 있고, 학교 공부야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니 당연히 하는 거라 생각하며 힘든 내색 없이 고등학교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꿈꾸라 허락했더니 어느덧 공부를 잘하고 있더군요.
엄마가 되고 어느덧 18년……제 18년 동안의 경험으로 전 엄마가 바뀌면 아이들은 기적처럼 바뀌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기적처럼 우리에게 와준 아이들이 아닙니까. 엄마가 감동을 주는 인생을 산다면 아이들은 또 그렇게 기적처럼 이쁘게 자라 줄 겁니다. 기적을 낳은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님들 힘내십시오!
문의 02-2648-0515
김재희 원장
<학위>
Long Island University(뉴욕주 소재) 저널리즘 학사 & TESOL 석사
Mount Ida University(보스턴 소재) 경영 석사
<경력>
Port Washington Public Library & Morse School ELL 교사
전)경북대학교 외래교수, 연세대학교 영어과 강사
전)Columbia TOEFL 커리큘럼 개발 최고 자문위원
현)목동, 세인트클레어즈(St.Clair''s School)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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