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정후영 보성고 3학년

‘나는 창의적 청소년 활동가’다

지역내일 2014-05-20

인터뷰에 앞서 이메일로 보내온 정후영군의 자기소개서 첫 구절이 눈에 띄었다. ‘창의적 청소년 활동가 정후영입니다’
자칭 ‘창의성에 활동성까지 겸비한 고교생’이라고? 궁금증을 안고 만난 정군은 씩씩하고 밝았다.
노트북을 꺼내들고 고교시절 활동한 사진들과 자료를 ‘프레젠테이션’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얼굴에는 치밀한 준비의 흔적과 열정이 묻어났다. “자료 사진들이 폴더별로 정리가 잘돼있네요. 누가 시켰나요?”, “발명반의 기본 자질이 자료 정리정돈이거든요.” 답변에 거침이 없다.

정후영


발명의 세계로 이끌어준 두 명의 은인
보성고 학생들 사이에 선발 경쟁률이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발명영재반. 정군이 단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발명경진대회 개인 대상, 전국학생설계경진대회 은상 등 발명 분야 다양한 수상 경력의 ‘스펙’도 화려하다. 특허 출원도 했다. 고3인 지금도 곧 개최될 발명품경진대회 대면 심사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단다.
수능준비까지 뒤로 미룬 채 발명에 ‘미친’ 그가 발명 입문 스토리를 술술 풀어낸다. “내 꿈을 찾기까지 두 사람의 은인을 만났어요. 한 명은 나를 발명의 세계로 이끌어준 절친이고 또 다른 한 분은 발명반의 정호근 선생님입니다.”
‘오락부장’ 기질 때문에 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하는 정군이었지만 중학생 때 까지는 손재주가 뛰어나지도 않았고 수학, 과학에 별 흥미도 없었다. 그러다 중3 무렵 우연히 친구 권유로 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 준비팀에 합류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한다.
첫 출전 대회에서 운 좋게 금상을 타면서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남녀학생 일곱 명이 6개월 꼬박 매달려 대회를 준비했다. 결과는 세계 5위.
“역대 국내 참가팀 가운데는 최고의 기록이었어요. 하지만 내심 우승을 노렸던 우리는 결과 발표가 나오자 크게 낙담해 풀 죽은 채 앉아있었죠. 그런데 우리 보다 훨씬 못한 성적이 나온 다른 나라 팀들은 서로 얼싸 안고 기립박수 치며 축제 분위기더군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결과에만 목매는 우리와 달리 ‘과정’을 즐길 줄 아는 그네들의 문화가 부러웠고 우리의 태도를 반성했어요. 그 경험이 고교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선생님의 가르침
발명영재반 동아리 활동은 정군을 훌쩍 자라게 하는 비타민이 됐다. “팀워크, 적극성, 자율성의 미덕을 배웠죠. 지도를 맡은 정호근 선생님은 절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는 법 없이 늘 ‘하고 싶은 것 해봐라’ 라고 말씀하세요. 대신 ‘이걸 준비하는 데 이 부분의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우리가 SOS를 청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게다가 20년 노하우를 지난 발명교육의 최고 전문가라 알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도 많이 만들어 주시고요.”
덕분에 그는 특허교육을 비롯해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디자인 창의성 훈련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해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아이디어 노트에다 머릿속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걸 늘 메모해요. 발명이라는 게 기존에 있던 것에다 뭔가의 기능을 덧붙이는 ‘플러스 생각’이 중요하거든요. 생각을 기록하고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다 보면 뜬 구름 잡는 듯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이게 차곡차곡 쌓여 발명대회의 아이템이 되거든요.”
발명에 올인한 고교시절을 보낸 정군은 특이하게도 문과생이다. 문이과 결정의 갈림길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다 내린 선택이다. “아버지께서 내게 대학만 바라보지 말고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부터 찾으라고 늘 강조하셨어요. 인문학 교수인 아버지는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택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대학생을 자주 만나신데요. 이 같은 조언이 큰 힘이 됐어요.”
여럿이 팀을 꾸려 아이디어를 모으고 의견을 조율하며 실행해 나가는 데 재미를 느끼는 그는 경영학도를 꿈꾸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 ‘stay hungry stay foolish(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 연설에 감동을 받았어요. 융합 천재인 그가 나의 우상입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분위기 메이커
정군은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걸 즐긴다. 그의 표현대로 ‘나대는 성격’인지라 어느 자리에서건 톡톡 튀고 고교 3년 내내 학급 임원을 내리 맡고 있다.
“지루한 걸 못 참고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봐야 직성이 풀려서 봉사, 사진 찍기, 스카우트 활동까지 관심 있는 분야를 몽땅 경험하며 다이내믹한 고교 시절을 보내는 중이에요.”
특히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노래 공연은 소중한 추억의 한 자락이다. “친한 친구들끼리 그룹을 결성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발라드풍으로 바꿔 불렀는데 관객의 호응이 좋았어요. 아픈 환자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지요.”
쉴 틈 없이 또래들과 아이디어를 모아 실행에 옮기면서 새로운 인연과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데 재주가 있는 그는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시민상을 받고 한껏 들떠있다. “내 인생을 스스로 경영할 줄 아는 사람, 나의 재능을 사회와 나누며 의미 있게 사는 삶, 그런 사람이 꼭 되고 싶습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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