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의 대화 훈계와 지적은 삼가

지역내일 2014-02-05

추석이나 설 연휴 직후 이혼 소송을 벌이거나 협의 이혼을 신청한 건수가 최근 5년간 24.1%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 다음 달 접수된 이혼 소송은 3천581건으로, 전달보다 14.5% 증가했다고 하니, 이번 설 연휴 이후에는 어떨지 궁금하다.


나 역시 이번 설 연휴 동안 시댁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아버지 돌아가시고 첫 명절이라 처음으로 차례상을 차려야했고 남편을 여의고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시면서 상실에 대한 불안 증상이 특히 커지시는 시어머니 옆에서 두 손 잡고 누워 있다 보면, 은근히 친정 부모님이 생각나면서 결혼 25년간의 명절이 떠오르곤 했다. 억울함과 한탄과 아쉬움이 몰려왔다. 동시에 옆에 누워있는 남편이 얄미워지더니 급기야 등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충청도 출신의 규범 성향이 극도로 발달된 남편은 효심이 지극하여 나와 두 아들이 희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남편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고맙다는 표현도 없이 묵묵히 자신이 선택한 과업을 진행할 때는 속에서 열통이 터지곤 한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려니... 그렇게 타고났으려니... 그렇게 교육되었으려니 생각하며 측은지심(?)으로 보조를 맞추곤 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특히 남편의 주특기는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척 하지만(본인은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지나고 보면 제대로 듣지 않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인데, 이 긴 줄다리기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심정으로 살고 있는 부부가 많지 않을까 싶다.


하기야,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들어주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자라면서 부모의 일방적인 훈계와 지적을 받으며 성장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 방식 그대로 상대방에게도 훈계와 지적을 날려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빼앗긴 자존감을 내세우려하지만 상대방 자존감은 여지없이 망가지기에, 첨예한 갈등이 연속된다.


보통 부부들의 대화 과정을 떠올려보자. 화내지 않는 상태에서 주거니 받거니가 몇 번이나 가능할지...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내 말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이 할 얘기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을 때는 얼마나 상대방의 관점에서 들어주고 있는지, 혹시 나의 기준에서만 듣고 있지는 않은지, 내 자존감을 챙기면서 상대방의 자존감은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돌아가서, 명절 후에 이혼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동안 이렇게 누적된 화와 갈등이 명절 때 폭발하는 것은 아닐까? 명절에는 시댁과 친정이라고 하는 가족 간의 자존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며느리는 시댁에 가서 많은 일을 하다보니 ‘내가 왜 이러고 사나’하는 마음과 함께 억울함이 밀려올 것이고 이 마음을 읽지 못하고 당연시 여기는 남편에 대한 화가 폭풍처럼 밀려올 것이다. 그런가 하면 씨월드가 아니라 친정월드도 만만치 않은 세상이라 친정 대접 제대로 안한다고 핀잔받는, 특히 경제 문제가 거론되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부인이 많이 야속할 것이다.


이번 명절 후에는 제대로 된 대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방이 모든 얘기를 할 때까지 끝까지 들어주되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려하고, 훈계와 지적은 삼가도록 하자. 내 기준에서 잘못을 따지자면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그 누가 자신의 잘못을 모를까. 단지 억울하다보면, 화가 생기다 보면 내 잘못은 인정하기 싫고 남의 잘못만 건드리고 싶은 것이 기본 심정이다 보니, 그 억울하다는 심정, 화가 난다는 기분이 가시면 될 것을... 그 때까지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면 지적하지 않아도, 따지지 않아도 곱씹을 것은 곱씹고 버릴 것은 버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며칠 전 아줌마들 모임의 단체 카톡방에 ‘남자와 여자의 인생방정식’이라는 제목의 긴 메시지가 올라왔다. 8가지 영역으로 나눠진 이 메시지에서 유독 내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남자와 행복하게 살려면 반드시 최대한 많이 그 남자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사랑은 쬐금만...
여자와 행복하게 살려면 반드시 그녀를 아주 많이 사랑하되 절대 그녀를 이해하려해선 안 된다.


결혼한 남자는 평생 혼자 산 남자보다 수명이 길지만 결혼한 남자는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여자는 결혼 후 남자가 변하길 바라지만 남자는 변하지 않는다.
남자는 결혼해도 여자가 변하지 않길 바라지만 여자는 변한다.


어떤 말다툼에서든 여자가 항상 마지막 발언을 한다.
그 마지막 발언에 남자가 한마디라도 덧붙이면 또 다른 말다툼이 시작된다.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무지 공감할 만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송미라연우심리연구소 평촌점
송미라 원장
031-383-0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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