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이제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이다. 암과 공존할 수도 있고 살살 다스려 나을 수도 있다. 지난 25년간 3, 4기 말기암 환자를 위주로 진료하고 연구해온 하나통합한의원 박상채 대표원장을 만나 암과 현명하게 싸우는 방법을 들었다.
Q 한의원에서 암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얘기를 먼저 하면, 외가 쪽으로 암 가족력이 있었다. 큰 이모 폐암, 작은 외삼촌 대장암, 작은 이모는 위암 수술을 받으셨다. 자연스럽게 ‘내가 만약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할까?’를 화두로 연구하게 됐다.
또 하나는 화침(和針)법 덕분이다. 병은 내 몸의 무질서한 상태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데, 화침은 그 무질서한 상태를 바로 잡아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장부 허실에 따라 다섯 가지 체질로 나누고 그에 따라 침을 놓는 혈자리가 있다. 체질이 감별되고 혈자리에 침을 놓음으로써 특정 병명에 구애 받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병이란 게 그리 복잡하지 않구나, 그렇다면 암도 별 것 아닐 수 있겠다’ 하고 도전하게 된 거다.
Q 양방과 한방의 병행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데.
암 환자의 치료 경과를 평가하는 3가지 요소는 ‘생존기간’, 통증 없이 편안하게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의 ‘삶의 질’, 그리고 ‘혈액 종양지수와 종양 축소율’이다. 1~2기까지는 완치 목적의 수술이 가능하지만 3, 4기 암은 수술보다는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암·방사선 치료를 주로 하게 된다. 물론 3, 4기라도 수술이 가능하다면 받는 것이 좋다. 3, 4기 암의 경우 첫 번째 시행되는 화학항암제도 특별한 경우(주치의 판단 또는 보호자의 판단에 따라 고령에 의한 허약자, 항암을 받을 만한 체력이 못 되는 분)가 아니면 받는 게 낫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한방·식이·보완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3, 4기 암에서 수술을 하면 면역력 체력이 저하돼 암이 쉽게 재발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는데 후유증이나 체력 면역력 저하는 한방약이나 한방치료로도 관리가 가능하다.
Q 그런데 화학항암 치료를 받을 때 병원에서는 다른 치료의 병행을 금기한다.
암은 어느 한 가지 치료로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진단 초기에는 양방이든 한방이든 다른 보완적 방법이든 경제적으로 허락하는 한 모든 치료를 다 해야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암을 진단 받는 99%가 양방에서 이뤄진다.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다른 방법 찾을 필요 없이 양방 치료만 받으라고 하는 건 문제다. 결국 손해 보는 건 환자이기 때문이다.
3, 4기 암의 완치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병원치료(수술, 항암·방사선 치료)와 더불어 면역력을 위주로 하는 한방치료를 병용하는 것이다. 병용치료 시기는 1차 항암 내성 때까지고 그 이후는 화학항암제의 휴식기를 갖고 면역력 위주로 치료해야 한다. 어떤 병의 치료 효율이 99%라 하더라도 내 병을 고치지 못한다면 나에게는 100% 못 고치는 병이 된다. 그러므로 1%라도 가능성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또 그런 대안의 치료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암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Q 박 원장께서 진행하는 암 치료에 대해 설명한다면.
암이 공격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신호 통로에 직접적으로 간섭해 종양 성장을 늦추는 게 핵심이다. 신생혈관 형성을 통해 종양이 퍼져나가는 과정을 억제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작은 암세포의 전이나 잔류 암이 기생하는 곳을 제거하기 위한 자연살해세포 능력을 극대화 한다. 전이과정에 간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전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 암을 보는 관점은 어혈, 담음으로 보기 때문에 어혈을 풀어주고 담을 좋게 하는 옻나무 추출 한방 항암제를 쓴다. 치종단 치종탕의 경우 암세포에 대한 신생혈관 억제 효능이 있기 때문에 유효율(항암 치료 후 종양의 축소 가능률)이 30% 내외인 화학항암제와 병용하면 유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항암 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완화할 수 있다. 그 밖에 침술, 뜸, 한약을 정제해서 경락에 주입하는 치료도 병행한다.
Q 25년간 암환자를 치료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독자들에게 한 말씀.
암세포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장기간 잘못된 생활습관과 피로, 스트레스, 다른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비로소 영상 진단으로 보일 정도로까지 커지게 된다. 암에 걸리기 전에 예방을 할 수 있는 금연 절주 스트레스 해소 등 생활습관을 바로 갖는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덧붙여, ‘내가 만약 암환자가 된다면?’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길 권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남은 생을 인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을지 등을 미리 정리해 본다면, 막연한 공포심에서 벗어나 암을 치료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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