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봄과 함께 찾아 온 불청객들이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각종 알레르기 및 감염성 질환과 합병증에 시달린다. 특히 세균 감염에 취약한 영·유아는 어른들에 비해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바이러스에 노출되기가 더 쉽다. 요즘 같이 미세먼지 확산 등 환경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는 중이염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중이염은 감기 다음으로 어린이들이 흔히 겪는 질환이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만성 질환이 돼 청력 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내일신문에서는 이러한 중이염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목동함소아한의원’ 이종훈 원장에게 상세히 들어보았다.
Q 아이들에게 중이염이 더욱 잘 생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이염이란 우리 귀의 고막 안쪽부분인 중이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하는데 보통 감기에 걸릴 때 합병증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몸에서 코와 귀는 연결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 통로(유스타키오관, 이관)의 출구는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코와 귀의 압력차를 조절하는데, 비행기나 고속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귀가 먹먹하다가 침을 삼키면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그런데 감기나 비염으로 콧속이 붓게 되면 이 통로가 계속 막혀있어 탄력 있는 인체조직의 특성상 통로 내에 일시적으로 저기압이 형성돼 주변조직으로부터 체액을 빨아들여 그 물이 중이강(바깥귀와 속귀 사이에 있는 공간)에 고이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중이염이 잘 생기는 이유는 유스타키오관이 어른에 비해 수평적이고 직경이 넓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기면 더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중이염을 앓았던 아이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안면의 구조가 바뀌기 전까지 중이염이 자주 재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보통 세돌 정도가 되면 중이염의 발생빈도가 많이 줄어드는데, 간혹 학동기가 가까운데도 중이염이 반복되고 오랜 기간 삼출액이 빠지지 않는 아이들은 대부분 비염과 아데노이드(소화기계와 호흡기가 교차하고 있는 인두 후벽의 점막 내에 위치) 비대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콧물이 역류해 세균을 증식시켜 중이염이 생긴다는 이론도 있으나 급성 중이염 초기 항생제를 쓰든 쓰지 않든 호전되는 정도에 큰 차이가 없는 점을 볼 때 항생제는 필수적이거나 치료에 반드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Q 아이들에게 잘 나타나는 중이염과 그 증상은?
크게 급성 중이염과 삼출성 중이염으로 나눠집니다. 급성 중이염의 경우 고막이 붉게 충혈되고 부어 1~2일 정도 귀가 아프거나 발열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폐렴구균이나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 안쪽으로 맑은 삼출성 장액이 고여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때는 발열이나 통증은 거의 없으며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듭니다. 물이 오랫동안 빠지지 않는 경우 간혹 청력감퇴를 일으키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코 증상이 길게 가면서 TV를 크게 켜거나, 질문에 ‘뭐라구?’ 하고 되물어 가는귀가 먹는 현상이 보인다면 중이염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일단 떨어진 청력은 귓속의 물이 빠진 후에는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므로 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감기에 코증상이 오래가거나 평소 잘 때 코골이가 심한 아데노이드 비대증 아이인 경우 중이염이 잘 낫지 않고 오랫동안 삼출액이 빠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중이염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우리나라 소아과 진료에서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높은 질병이 바로 중이염입니다. 나이가 어린 아이거나 귀의 통증이 심하고 열을 동반하는 급성 중이염의 경우에는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3년 개정된 미국 소아과학회의 중이염 진료지침에 따르면 39도 이상 고열이나 극심한 귀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 한쪽 귀의 급성 중이염이나 만 2세가 넘은 아이들의 중이염은 3일 정도 증상의 호전여부를 관찰하면서 항생제 투여를 기다려야 합니다. 또한 잦은 항생제 사용은 약제 내성을 일으키게 되므로 광범위 항생제 남용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은 귀와 코를 연결하는 유스타키오관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에 콧속이 붓고 막히는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고막 안에 차 있는 물이 빠지는지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이관통기법은 쉽게 말하자면 코 안에 바람을 불어넣어 유스타키오관을 통해 고막까지 환기를 시켜 주는 방법으로, 꾸준히 시행하면 삼출액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3개월 이상 물이 빠지지 않거나 아이의 청력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고막을 절개하여 작은 튜브를 꽂는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전신마취로 수술하게 되는데, 이때 중이염을 재발하게 만드는 비대한 편도조직인 아데노이드를 함께 떼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Q 한의학에서는 중이염을 어떻게 치료하나요?
아이들의 중이염은 감기나 비염 등으로 콧속이 막히고 콧물이 오래 고이는 것으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근본적인 코 문제 해결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사는 이유는 타고난 폐기능이 약하거나, 몸 속 열이 많은 경우, 불규칙한 식사나 오랜 밤중 수유, 야식 등으로 체내균형이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 몸의 가장 예민하면서도 과로하고 있는 기관인 코의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유전과 환경의 요인도 작용하며 코 점막이 건조하고 민감해져 쉽게 자극받고 염증을 반복하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코와 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제와 함께 아이의 근본적인 면역력을 높여주고 점막의 자연치유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중이염을 치료합니다. 한방치료의 장점으로는 아이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길러 주기 때문에 반복적인 중이염 발생빈도를 줄여주면서 호흡기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Q 엄마는 어떻게 해줘야 하나요?
아이들의 면역력 강화와 중이염 재발 예방을 위해서는 가급적 항생제를 쓰지 않고 중이염을 치료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중이염은 직접 귓속을 확인해야 하는 질병이니만큼 병원진료가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항생제 투여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아요.
유아의 경우 누운 자세로 수유하게 되면 중이염이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감기로 코가 막히는 경우라면 세운 자세로 수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입으로 빨아들이는 압력이 이관에 가해지면 좋지 않으므로 빈 우유병이나 공갈 젖꼭지를 빨리는 것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빨대를 쓰거나 입을 컵에 대고 우유나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이관에 압력을 주지 않도록 코를 세게 풀지 않아야 합니다. 미지근한 식염수를 콧속에 흘려 넣어주는 방식으로 콧물을 해결해주는 것이 좋고, 코를 푸는 경우라면 한쪽씩 번갈아 압력을 줘야 귀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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