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지막 숨결, 서늘한 바람이 되어

지역내일 2014-05-15

세월호가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교사 339명을 태우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지 18일째였던 지난 4일 진도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마지막 한 명까지 차디찬 바다 속에서 데려오는 그날까지 안산 사람들이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알리기 위해 준비한 행사였다.
4월 16일. 그날 이후 살아서 부모 품에 안긴 단원고 학생은 75명.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차디찬 시신이 되어 부모 가슴에 묻혔고 40여명은 여전히 바다 밑, 배 안에 남아있었다.
‘살아있을 거야’라던 희망이 사라지고 ‘마지막 인사라도 나누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슬픈 바램만 남은 시간. 그곳을 간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간절한 기도라도 보태고 싶은 안산시민 40여명이 진도로 향했다.

팽목


살려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안산시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하루 10여 차례 안산과 진도를 잇는 버스 편을 운행 중이다. 올림픽기념관에서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까지는 383Km. 최고 속도로 달려도 5시간 거리다. 오전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3시 30분이 넘어서야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했다. 체육관 앞은 방송 중계차와 봉사단체 천막,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안산시’ ‘안산자원봉사지원센터’ ‘안산시 개인택시연합’ ‘안산 자율방범대’ 등 이웃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먼 진도까지 내려와 봉사를 하는 안산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팽목항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5월이지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팽목항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즐비한 천막은 강한 바람과 맞서기 위해 비닐을 다시 둘러치고 튼튼한 밧줄로 동였다. 바닷가 난간에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노란 리본이 천개의 바람으로 갈라지며 나부낀다.
아이들을 삼켜버린 바다 앞에서 참가자들은 먹먹한 마음을 가누질 못했다. 강정미씨는 “물살이 잠잠해지면 3일만에 다 데려올 수 있다고 장담했던 해경이 아닌가? 살려내라는 것도 아닌데 데리고만 와 달라는 것인데 이렇게 더딘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나왔어요. 미안합니다’
이날 물살이 느려지는 정조기에 진행된 수색작업에 다행히 가족 품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있었다. 오후 5시쯤에 발견된 이 녀석들 기특하게도 가족들이 못 찾을까봐 학생증을 모두 목에 걸고 나왔다. 스무날 가까이 기다렸을 가족을 빨리 만나고 싶었을까? 죽음을 예감했기 때문일까? 그 마음이 어땠을까? 또 한번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삼보일배와 촛불기도를 준비했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아이를 찾는 것 말고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는 가족들. 어찌 그렇지 않을까. 시민연대측은 바다가 보이는 방파제에서 소리 없이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했다. 돌아오는 길 다시 들린 진도체육관. 실종자 가족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00아빠. 00이 나왔네.”(아마 학생증을 가지고 나온 아이였나 보다)
“예. 미안합니다. 먼저 올라 가야겠네요.”
“미안하긴 축하해. 찾았으니 다행이지. 한 사람이라도 어서 어서 찾아서 가야지. 우리도 곧 데리고 올라 갈 거에요. 걱정 말고 먼저 가요.”
“근데 얼굴을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스무날 가까이 아픔을 나누다 먼저 올라가는 것이 미안하다는 저 순박한 사람들. 이 사회가 잃은 아이들이 바로 저 순박한 이들의 아이들. 그것도  무려 250명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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