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추위를 견뎌낸 뒤 푸릇푸릇 싹 틔워 예쁜 꽃 피우기를 무한 반복하는 꽃과 나무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인 동시에 자연의 섭리를 온몸으로 전해주는 자연교과서다. 도시인들의 삭막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우리 동네 잘 가꿔진 꽃밭을 구석구석 모아보았다.
장미정원
올림픽공원 남1문 부근의 장미정원은 1만3260m² 규모에 마리아 칼라스, 골든 하트 등 146종 약 1만6000주의 장미를 선보인다. 특히 88올림픽이 태생인 공원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제우스 등 올림포스 12신들의 이름을 딴 12개의 장미화단으로 구성했으며 군데군데 열주를 세워 고대 그리스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 형형색색의 장미꽃밭과 터널, 올림포스 신전 분위기가 어우러져 연인, 가족들이 즐겨 찾는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순수 국산 장미를 비롯해 아프로디테, 에스메랄다, 캔들 라이트 등 빛깔과 모양이 다 다른 장미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현재는 성질 급한 몇몇 송이의 장미만 폈을 뿐 꽃망울을 준비중이다.
꽃이 만개하는 6월부터 장미정원은 하이라이트 장관을 연출한다. 매년 봄(6월), 가을(10월)에 장미축제를 개최, 다양한 무료 공연과 사진 콘테스트, 장미 그림그리기대회 등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특히 축제 기간 중에는 탐스럽게 핀 장미꽃으로 나비, 하트 등 솜씨 있게 만든 장미 조형물이 인기를 모은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식물원
200년 된 팽나무 분재를 비롯해 할미꽃, 나리 등 귀에 친숙한 야생화들 뿐 아니라 바나나, 야자수 같은 열대 식물까지 350여종의 식물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이다.
대공원은 대한제국 마지막 임금인 순종황제의 비 순명황후 민씨의 능이 있던 곳이라 순종이 자주 찾았던 역사가 깃든 곳이다. 순종이 승하한 후 능을 남양주로 이장한 후 한 때 골프장으로 쓰이다 어린이대공원으로 탈바꿈했다. 1973년 개원한 식물원은 1500m² 면적에 286종의 온실식물과 500m² 규모에 66종의 야생화가 전시돼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식물원은 신재생에너지인 지열로 온실의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각종 식물마다 안내 표지판이 꼼꼼히 설치돼 생생한 식물도감 역할을 톡톡히 할 뿐 아니라 바로 옆 드넓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도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원예, 조경에 관심 많다면 실내 정원을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기묘하게 생긴 돌과 식물들을 멋스럽게 배치해 금강산의 산골짜기를 재현해 놓은 진경산수존, 공원 내 고사목을 활용해 고향산천을 표현한 조경작품, 가뭄이 지속되는 건조 지방에서 잘자라는 다육식물존 까지 원예 공부삼아 볼만한 식물들이 다채롭다. 음악 선율에 맞춰 물줄기가 상하좌우로 움직여 색다른 즐길거리를 선사하는 정문 앞 음악분수도 인기가 높다.
식물원 이용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02-450-9311)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은은한 허브향에 취해볼 수 있는 곳이 강동구 길동생태공원 건너편에 위치한 일자산 허브천문공원이다. 2만5500m² 규모에 120여종의 허브 3만2400여본을 비롯해 약용식물, 자생식물 47종 9100여본이 심어져 있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라벤더, 페퍼민트, 재스민 뿐 아니라 향신료로 사용되는 스테비아, 오레가노 등 독특한 허브까지 골고루 만날 수 있는 게 이곳의 매력이다. 특히 손으로 입을 만지면 향이 느껴지는 로즈제라늄 등의 허브들로 꾸민 감촉정원, 건강과 미용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차로 즐기면 좋은 캐모마일, 레몬밥 등의 차의 정원, 라벤더, 파인애플세이지 등 관상용으로 좋은 허브를 모아놓은 색의 정원처럼 테마별로 꾸며놓은 것이 특징이다.
공원 가장자리에는 자작나무가 줄지어 서있으며 공원 바닥에는 쌍둥이자리, 사자자리 등 별자리 조명을 설치해 놓아 어스름한 저녁무렵에도 소소한 즐길거리가 꽤 있다. 허브천문공원에서 진행하는 별자리 관측 등의 이벤트는 온라인 카페(cafe.daum.net/herbpark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란단지
모란꽃은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명 구절을 남긴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과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 그림을 보고 향기 없는 꽃을 예측한 영민한 선덕여왕의 전설을 떠 올리지만 도심 속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렵다. 하지만 부귀와 명예를 상징하는 꽃이라 옛 선비들이 즐겼던 모란을 강동구 일자산 공원 군데군데서 만날 수 있다.
강동구는 고(故) 안영목 원로화가의 제안에 따라 2008년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일자산 자연공원 안에 800주의 모란을 심어 처음 모란단지를 만들었다. 6년의 시간이 흐른 요즘 모란 꽃밭은 200m² 규모, 6개 단지에 1500주로 해마다 늘어 자줏빛의 쟁반처럼 큼직한 모란꽃이 봄마다 탐스럽게 핀다.
특히 강동구는 해마다 화가들을 초청해 모란사생대회를 열어 구민회관 전시실에서 별도의 모란꽃 전시회도 연다. 귀한 꽃이라 조상들도 즐겨 그렸는데 모란을 병에 꽂은 그림은 부귀평안의 의미를, 모란과 백두조((白頭鳥) 한 쌍이 있으면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부귀를 누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자산 근처에는 가족들을 위한 캠핑장, 도시농업 공원 등 볼거리,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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