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4년의 중간고사 시험대비는 다른 해에 비해서 다소 분주했다.
교과개정 이후 치러지는 첫 시험이라, 1학년 전체 단원의 기출문제를 새로 바뀐 과정 순으로 재배열하고 다시 문제를 선별해야 했으며, 같은 방법으로 최소한 몇 년치 분량에 해당하는 기출 문제들을 재해석까지 완벽하게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잠실 지역 내신은 훤하다고 자부해왔는데, 또 개정이라니 그 엄청난 작업량 앞에 한숨이 절로 난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혹자는 그래봤자 겨우 순서만 바뀐 게 아니냐고 코웃음 치며 되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연구하며 밤을 지샌 필자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원간의 연계성이 큰 수학의 특성상 내용의 전후순서는 출제된 문제의 결정적 해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이번 정신여고 중간고사 범위는 부등식단원 까지였다. 기존에는 이 단원 안에 절대부등식 단원이 편성되어 이차부등식과 연관된 문제가 많이 출제되어왔다. 그러나 교과개정 후 이 단원은 명제단원으로 편성되어, 그래프로 사고하는 해석학적 풀이보다는 집합론이나 대수학의 관점으로 풀이 방법의 볁화를 시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신여고와 잠일고의 2014년 첫 중간고사 출제경향을 한번 살펴보고, 중간고사 이후 좌절하고 있을 고1 학생들을 위한 대안 또한 조심스럽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번 정신여고와 잠일고 두 학교의 특징을 살펴보니, 두 학교는 다른 듯 많이 닮았다. 두 학교 모두 이번 중간고사는 평이한 문제도 다수 출제되었다. 대부분의 문항이 교과서나 시중의 문제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형화된 문제들이었으며, 핵심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가 많아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필자의 주장대로 문제가 평이하다면 100점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왜 만족스런 점수가 나오지 않았는가?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교과개정 후 익힘책이 없어졌다.
이는 학교별로 많은 부교재 선정으로 이어졌는데, EBS 교재를 선정한 곳도 다수였다. 두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정신여고는 EBS교재를 선정하고 수행으로 의무적으로 풀게끔 하였고, 잠일고는 프린트로 서술형과 고난이도 문제 일부를 수업시간에 다루었다. 그런데 이 책이 학생들에게는 생각만큼 수월치가 않았다. 소화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극명히 나뉘고, 학교에서 시간에 쫒겨가며 그저 ‘다뤄주는’ 정도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학생이 많았다.
그래서 부교재인 EBS교재가 중간고사와 얼마나 많이 연계가 되었느냐가 단연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수학이란 과목의 특성상 연계정도를 단언하기는 사실 애매하고 어렵다. 숫자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내어야 연계되었다고 우기려는 일차원적인 발상을 접어둔다면, 결론적으로 두 학교 시험 모두 EBS교재의 의도와 성격이 많은 비율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출제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EBS교재의 문제 [9쪽,22번]>
<정신여고 중간고사 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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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재의 문제[14쪽,13번]> 다항식
<정신여고 중간고사 기출> 다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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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재의 문제[16쪽,25번]>
<잠일고 중간고사 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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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재의 문제[46쪽,29번]> 높이가
<잠일고 중간고사 기출> 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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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가? 앞서 말했듯이 두 학교 모두 핵심기본개념을 직접적으로 묻는 유형이 많았다. 학습목표를 충실히 수행하였는가를 묻고 확인하는 EBS교재의 특징 그대로인 것이다. 이쯤되면 향후 기말고사를 준비함에 있어 EBS교재의 완벽한 이해를 그 대안으로 삼아도 무리는 아니다.
둘째, 결정적 변별문제보다는 정확한 사고와 판단, 탄탄한 연산실력을 요한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으나, 연산시간이 소요되는 일부 문항이 눈에 띈다. 자칫 첫 판단을 잘못해 시간을 허비했다면,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너게 만드는 문제들이다. 문제의 조건을 꼼꼼히 고려하고 파악하지 않으면 실수로 이어지는 문제들이 다수 출제되었다. 평소에 다양한 문제의 유형를 풀어, 사소한 실수에도 경각심을 갖고 준비하는 것만이 결정적 허를 찔리지 않는 또다른 대안이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출제 난이도로 지레 짐작하여, 다음 기말고사의 난이도도 쉬울 거라고 마음을 느슨하게 잡는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난이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며 의도적인 평균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리고 혹시 이번 점수가 자신의 예상보다 낮았다면, 충분한 시간투자를 했는지를 제일 먼저 스스로 되짚어볼 일이다.
정진경 (현) 나는수학 대표강사
(전) 잠실 올림피아드 고등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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