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표적

36시간 동안의 치열한 추격전

지역내일 2014-05-12

최근 들어 몇 시간 또는 며칠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나 드라마가 대량 제작되고 있다. 관객은 초조함과 긴박감을 느끼며 두뇌회전 속도를 높이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제한된 시간만큼의 위험요소를 안고가야 한다.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다가 백화점식 이야기만 나열하게 될 수도 있고, 복잡하게 얽힌 복선과 설정으로 보는 관객을 짜증나고 지치게 할 수도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표적’은 이런 기우를 단번에 날려버린다. 등장인물은 많으나 복잡하지 않다. 주연과 조연이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이야기와 캐릭터를 반짝반짝 빛나게 키워놓았다. 

표적


류승룡,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되다
다른 사람은 어땠을지 몰라도 리포터에게 류승룡의 이름과 얼굴이 처음으로 기억되기 시작한 건 그가 영화 ‘고지전’에서 인민군 중대장으로 나왔을 때다. 적이지만 묵직한 비애감이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청나라 장수 쥬신타로 분했을 때는 화면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마초적인 이미지의 배우로 굳어지나 했더니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한없이 느끼한 카사노바로, ‘7번방의 선물’에서는 지적장애인 아빠로 등장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등장한 영화 ‘표적’. 액션연기를 하기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체격과 나이를 먹은 류승룡이었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감정이 실린 액션연기를 보여준다. 아끼는 동생을 잃은 슬픔을 주먹에 담고, 사회적 약자이기에 참아야 했던 울분을 주먹에 담아낸다. 그가 왜 쫓기는지 모르며 봐야했던 영화 초기에도 관객들은 그의 연기에 매혹되어 이유 불문하고 그의 안전에 더 집착하게 된다.


유준상이라는 배우의 재발견
유준상이라는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줄 몰랐다. 사람 좋은 미소와 웃음이 늘 얼굴에 가득하다보니 좋은 남편, 좋은 아들, 좋은 사위만 연기하는 줄 알았다. 뮤지컬 배우니까 노래도 춤 실력도 어느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기대는 별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치 잘 짜인 모범답안처럼 그에게는 흠집도 없지만 치명적인 매력도 없는 배우. 그랬던 그가 영화 ‘표적’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웃음이 이렇게 잔혹할 수가!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소름끼칠 수가! 사이코패스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남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며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불도저처럼 달리는 그의 집념과 오기는 화면을 강하게 압도한다. 영화를 보기 전 류승룡의 에너지에 눌리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스크린을 바라보는 눈과 귀가 즐겁기만 하다. 원작인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에서는 비중이 적었지만 한국적인 각색을 거치다보니 주연급으로 커진 배역이다. 그런데 이 역할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광역수사대 경감 딱 그 캐릭터다. 

표적2


버릴 것 없는 캐릭터의 향연 
배우 이진욱이 맡은 의사 태준 역은 원작에서 투톱 주인공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표적’에서는 조연이다. 이진욱은 공부만 하며 컸지 태권도조차 배운 적 없는 것 같은 몸 못 쓰는 의사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틱 장애를 가진 성훈 역의 진구는 또 어떠한가. 비중은 적지만 캐릭터 분석을 확실히 끝낸 진구는 영화 흐름의 개연성을 분명하게 부여한다. 대세배우 김성령은 또 어떠한가. 영화 ‘역린’과의 겹치기 촬영으로 쉬엄쉬엄 가고 싶었을 텐데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로 중부서 강력계 경감 역할을 제대로 살려낸다. 주연급 배우들의 환상적인 조연 연기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어도 각자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맡은 캐릭터를 빛나게 하니 결국 영화 전체가 빛을 발하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내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며 서로의 역할, 남의 탓만 찾았던 세월호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요즘, 느끼는 게 많아지는 영화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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