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바른 먹거리 생산자를 찾아서-유기 쌈채소 생산자 인성농장 주정철 대표

내가 생산한 채소,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낼 수 있어 행복하죠

지역내일 2014-05-12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먹을거리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우리는 날마다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맛있게 먹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채소를 고르다, 장바구니에 과일을 담다가 문득 이런 귀한 일을 하는 이들은 누굴까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내일신문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덕양구 용두동에 위치한 유기 쌈채소 농장인 인성농장의 주정철 대표. 그는 32종의 농산물에  친환경 인증을 받았고, 지금은 상추 적상추 치커리 적겨자 청겨자 비트 적근대 등 17종의 채소를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1999년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는 우리나라에 친환경 농법이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을 때 무농약 농법으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배우고 익히며 무농약에서 유기농업으로
 “부모님이 채소 농사를 크게 지으셨어요. 어릴 때부터 약 치는 것을 많이 봤고 저도 부모님을 도우며 약을 많이 쳤죠. 먹을거리에 약을 주는 게 편치 않았는데 약을 안 주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에 끌렸습니다. 사람의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것이니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도 들었구요.” 그가 밝히는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유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5년이 지나 그는 무농약 재배에서 합성화학물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방식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발전시켰다. “농업도 직업이니 당연히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했습니다.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만 해도 대부분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했다. 먼저 한국유기농협회 회원으로 가입해 유기농법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얻고 교육을 받았다. 농협대 채소과에서 1년 동안 강의를 듣기도 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여러 군데에서 지원도 받았다.


빚지고 파산했지만 친환경 농사이기에 재기도 가능
 그러나 유기농 재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지금은 농협이나 시중의 농자재상에서 유기농업에 쓰는 자재를 구입해 쓸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때는 모든 자재를 직접 만들어 써야 했다. 거름을 발효시키고 또 그것을 1~2년간 썩히는 과정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었다. 유기물과 미생물 등을 이용해 모든 자재를 자연적으로 만들어 사용해야 하므로 보통일이 아니었다.   또한 일반 농산물보다 비싼 가격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해, 판로 확보는 농사짓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어려웠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백화점이나 마트 납품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들이 직접 유통을 시작하면서 일부 대농에 납품이 집중돼 판로가 끊기기도 했다. 애써 친환경 농사를 지었지만 생산량의 30% 밖에 팔지 못해 나머지는 시장에서 일반 농산물보다 싼 가격에 팔 수 밖에 없었다. 영농조합법인의 회원 농민으로 영농조합에 납품을 시작했다. 하지만 조합이 망하면서 그도 파산했다.
 그가 다시 일어서서 지금까지 오는 데 7년이 걸렸다고 한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왜 안 들었겠어요. 하지만 포기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힘든데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대한 주정철 대표의 대답이다. “그래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친환경 농사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농업기술센터 등 정부와 시의 지원도 있었고요.”


판로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
 시 농정과에서 도움을 주었고, 고양시 하나로마트에서 지역의 농산물을 일정량 판매해야 하는 규정도 있어 도움이 됐다. 또한 유기농협회를 통해 10년 넘게 거래하고 있는 백화점에 납품을 지속할 수 있었고 학교 급식에 납품하는 등 판로가 점차 확보돼갔다.
 “오랫동안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친환경 농사는 수요에 맞춘 공급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꾸준히 적정량을 공급할 수 있어요.” 그는 현재 생산량의 80% 정도를 판매하며 남는 농산물은 자원봉사 단체에 기증해 취약 계층에게 공급하기도 하고 인근 노인정에 꾸준히 전달하는 등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판로 100%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 전 여러 생산자들과 ‘행주치마’라는 고양시 농특산물 브랜드화 사업도 시작했다. 행주치마는 계란 닭 한우 채소 등 농축산물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산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농업회사 법인으로 고양시 학교 급식에 참여하는 등 판로를 확보해가고 있다. 또 마음 맞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들과 ‘힐링팜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다음 달부터 농산물 꾸러미 사업과 고양시내 매장 운영 등을 시작할 계획이다.


자연과 몸을 살리는 친환경 농산물 드세요
 친환경 농사를 시작한지도 16년째. 주정철 대표는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어 1년 내내 바쁘다. 365일 작황과 판로를 유지하고 납품을 해야 한다. 힘들 때도 많지만 두 동생들 역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 이제 그는 친환경 농사가 아니면 농사를 못 지을 것 같다고 한다.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죠. 제가 재배한 농산물은 친구나 가족, 누구든지 언제든 갖다 먹어도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생기고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냐고 물었다. “친환경 농법의 최종 목적은 자연 본래의 생산력과 생태적 균형을 중시하며 다른 생물과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유기농법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무농약과 유기농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 무농약과 유기 농산물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죠. 그래서 유기농산물 생산자들도 적고요. 친환경 농산물은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하시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가족의 건강을 보호해주는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이 먹을거리로 인해 건강해 진다는 마음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드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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