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두일초등학교(교장 김재호) 방과후 교실 난타반은 생긴 과정이 남다르다. 아이들이 원해서 만들어진 강좌이기 때문이다.
지도교사 양명희 씨는 방과후 전문 강사가 아닌 두일초등학교의 과학교사다. 양명희 교사는 원래 학생이 아닌 교사들을 지도하기 위해 난타 수업을 진행했다. NTTP라는 교육청 지원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교내 동료 교사들에게 난타를 지도한 것이 시작이었다. 2012년 1학기에 교사들을 대상으로 난타를 가르쳤는데 그 모습을 본 4학년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해서 몇 명을 가르쳤다. 하다 보니 2학기에 열린 교내 학예회에 올리게 됐고 반응이 좋아 난타 방과후 교실까지 열게 됐다.
아이들이 원해서 생겨난 강좌에 학교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다니. 이상적인 방과후 교실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활기찬 에너지 넘치는 두일초등학교 난타반 교실을 찾아 ‘북치는 아이들’을 만나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백퍼센트 즐거운 난타수업
“아무리 재미있는 수업을 해도 아이들은 80% 정도 즐거워하거든요. 난타 수업은 거의 백프로 좋아해요. 체육수업 좋아하는 거랑 비슷해요. 마음껏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면서도 뭔가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난타반 양명희 지도교사의 말이다.
저학년은 집중 시간이 짧아 한 곡을 계속 외우자고 하면 지루해 한다. 작품을 만들기 보다는 북 치는 걸 배우고 즐겁게 한 시간 보내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학년은 작품 위주로 수업한다. 언제든 무대에 올릴 수 있게 한 곡씩 마스터해 가는 것이다.
겨울방학 기간 난타 저학년반 신청 인원은 무려 48명이었다. 마음껏 두드리면서 발산할 수 있는 난타반의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리포터가 찾아간 날, 고학년들이 스윙베이비라는 곡에 맞추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양명희 교사가 만든 안무를 다 같이 배운 다음 익히는 중이었다.
북을 치고 몸을 흔들면서도 앞에 선 선생님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는 아이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으니 수업하는 교사도 흥이 난다. 즐겁게 배우니 기대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실컷 두드리며 변해가는 아이들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실컷 두드리는 난타를 통해 달라지는 아이들도 있다. 고학년 A군도 난타를 통해 학교생활이 변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던 A군은 난타반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의 소질을 알게 됐다. 잘 한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A군의 자존감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지도교사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학예회 무대에 공연을 올리면서 또 한 번 주변 친구와 선생님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 주었고 학교 안에서 A군의 이미지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두일초등학교 교사들은 난타반의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하고 수업에도 적극 활용했다. 두일초등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주제통합이라는 수업을 진행한다. 하루 동안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교과에 맞게 풀어가는 수업이다. 교사들은 거기에 난타를 주제통합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북과 복장, 방학 수업료도 학교 측에서 지원해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마음껏 발산하며 스트레스 풀어요
난타는 동작을 배워야 하지만 움직임이 활발해 운동도 되고 음악과 함께 하니 정서에도 좋다. 학생들도 수업이라기보다는 취미생활로 난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난타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4학년 주혜린 양. 11살 아이에게 무슨 스트레스가 많은가 물으니 공부 때문이란다.
“공부스트레스요. 시험보고 성적표랑 점수 나오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든요. 난타는 노래랑 춤이랑 같이 하니까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 달랐어요.”
학교 수업에, 학교보다 더 어려운 학원 공부까지 소화하는 것이 요즘 초등학생들의 현실이다. 난타반은 그런 아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존재다.
두일초등학교는 난타반 뿐 아니라 요리, 생명과학, 바둑, 축구 등 이색적인 방과후 교실이 활성화되어 있다. 학생들은 지적인 학습 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면서 정신적인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방과후 교실은 건강한 시스템인 것 같아요. 요즘 사교육이 많이 문제가 되잖아요. 거의 다 지식 위주로 영어, 수학 배워가면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난타를 비롯해서 방과후 수업은 금전적인 부담도 적고 지적인 것뿐 아니라 다양하게 배울 수 있어요. 장소가 학교라 생활 지도도 되고 안전하고 건전하죠.” (양명희 교사)
>>> 미니인터뷰
난타반 양명희 지도교사
“외국인에게 한국 알리고 싶어
난타 배웠어요”
양명희 교사가 난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 전부터 품어온 바람 때문이다. 그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뜻을 갖고 있었다. 한국어 교육과정도 수료해 자격을 갖췄다.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보니 한국문화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악과 난타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한국으로 이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꾸린 여성들에게도 관심이 있다. 그들과 친해지고, 한국에 대해 소개하는 데도 국악과 난타는 좋은 도구가 되어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에 나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양명희 교사. ‘배워서 남주기’ 위해서 배운 난타지만 자신이 먼저 즐거워졌다. 그 즐거움이 동료교사, 학생들에게까지 밝은 에너지로 퍼져가고 있었다.
4학년 주혜린, 강채현 양
“단짝 친구랑 함께해서 더 좋아요”
주혜린, 강채현 양은 단짝 친구다. 원래 친했지만 방과후 난타반을 함께 하면서 더 돈독해졌다.
“각자 일정이 달라서 같이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친한 친구랑 같이 방과후 신청 하니까 난타반에서도 치고 교실에서도 같이 연습할 수 있어서 재밌어요. 노래도 흥얼거리고 박자도 맞추고, 난타가 좋아요.” (주혜린 양)
“난타를 하면 박자를 익힐 수 있어서 음악시간에도 도움이 돼요. 평소에 지쳤는데 난타반에 오면 친구들이랑 즐겁게 할 수 있어요. 꼭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고 편하게 취미생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강채현 양)
4학년 김민재 군 “난타 배우면서 음악이 좋아졌어요”
김민재 군은 난타반 구경을 왔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다. “해보니까 재밌어요. 공부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도 있어서 좋아요. 난타를 하면서 음악에 관심이 생겼어요. 집에 혼자 있어서 외로울 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고, 조용한 음악도 좋아졌어요. 음악이랑 교류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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