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광문고 오민재

사진 속에 영혼을 담다!

지역내일 2014-01-15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일상생활에서 사진 찍는 일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나름대로의 ‘작가’가 되어 이것저것을 사진 속에 담아 본다. 그러나 정형화된 디지털 사진에서는 그저 피사체의 실물이 메모리에 그대로 옮겨 저장된 것일 뿐, 순간순간 우리가 가진 감흥이나 느낌은 담을 수 없다.
오민재(2학년)군은 그런 점이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항상 카메라를 곁에 두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순간의 감흥 포착과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그 외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사진 속 느낌으로 드러내려 노력하고 있다.
누구보다 사진에 애착을 가지고 매그넘(사진작가 그룹) 작가가 되기 위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오민재군. 그가 펼쳐놓는 사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민재


영혼과 감정이 담긴 사진
“중학교 2학년 때 긴 망원렌즈가 장착된 플래그십 카메라로 빠르고 가볍고 경쾌한 셔터 소리와 플래시를 터뜨리며 취재 경쟁을 하는 사진기자를 봤습니다. 그 후 카메라 매커니즘의 매력과 취재 현장의 뜨거운 열기에 빠져 사진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재군이 사진 세계에 첫발을 들여 놓은 이유다.
평범하게 공부를 하던 민재군이 갑자기 사진 공부를 하겠다고 선포했을 때 부모님은 당연 근심 섞인 반응으로 반대했다. “사진학과가 개설된 대학도 많지 않거니와 취업을 해도 경제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민재군은 진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부모님을 설득시켰다. 누구보다 사진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인 그에게 이제 그의 부모님은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민재군은 일상에서의 감흥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처음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풍경을 찍던 그는 같은 시간, 동일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찍은 사진은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을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것. 매그넘 소속 작가였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완벽한 구도를 프레임에 짜놓고 자신이 원하는 사물이 그 프레임의 빈 공간에 올 때까지 기다린 후 들어오면 촬영하는 식으로 사진 찍는 연습을 했다.
그러나 이런 사진을 찍다보니 “너무 완벽한 구도만 찾게 되어 마음이 형식화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아무런 생각과 감정 없이 찍은 사진은 영혼도 없고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진에 내 영혼과 감정을 항상 담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랬더니 사진 속에 정말로 제 느낌이 묻어나오더라고요.” 그때부터 민재군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아이들의 순수함에 매료되어 그 감흥과 느낌을 사진으로 승화시켜 갔다.


꿈을 이루기 위한 필름 현상
민재군은 학교에서도 사진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UCC공모전을 통해 영상편집 작업과 촬영 기술을 배우고, 토론 모임에도 주기적으로 참여해 이론을 습득해 가고 있다. 개교기념행사, 학교축제 등 대부분의 학교행사 촬영을 담당한다. 토론대회 같은 움직임이 적은 행사에는 피사체를 두고 다양한 구도를 시도해 보고, 학교 축제나 스포츠 활동 등 역동적인 행사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신속하게 포착을 하는 연습을 한다. 학급 행사에서도 자주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찍었던 사진 중 자신 있는 작품은 학교 축제 동아리 발표회 사진전에 출품했고, 청소년방송기자단에서 활동하며 여의도 불꽃 축제를 촬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스튜디오 촬영과 포토샵 보정작업, 출력 작업 능력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국가자격 사진기능사 시험에도 합격한 이론적으로도 완벽한 사진 마니아다.
요즘 그는 대한민국 사진영상기자재전을 통해 사진기의 특징을 공부하고, 유명 사진전을 두루 둘러보며 사진 공부에 푹 빠져있다.


꿈, 사진으로 인화하다
민재군은 주로 필름카메라를 사용한다. 디지털사진기로 쉽게 찍고 또 쉽게 삭제하고, 사진을 막 찍어대는 것이 싫어서다. 필름 1롤, 36컷의 사진은 결코 많은 양이 아니기에 한 컷 한 컷을 소중하고 신중하게 사용한다. 필름이 감기는 소리와 직접 감는 손맛, 그리고 나중에 현상하면 어떻게 사진이 나오는 지 궁금증과 설렘 때문에 아날로그 카메라를 놓을 수 없다. 필름 가격이 비싸고 작업의 불편함이 있지만 그는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아날로그 사진 철학을 고집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가족, 사람과의 소통을 표현하고 싶어요. 또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사진도 찍고 싶고요. 또 한국 최초로 매그넘 소속 작가가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장면들과 사연을 사진 속에 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생각,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 자연과 사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진가로서 마음을 닦고 공부하는 민재군의 카메라 속에는 오늘도 맑은 영혼이 차곡차곡 담겨지고 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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