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아침밥에 대해 묻는 코너가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40대 셀러리맨은 아침밥을 추억이라고 표현했다. 어머니가 지어주시던 집 밥은 고향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은 바로 추억이라는 것. 누구에게나 어릴 적 할머니나 어머니가 해주셨던 밥맛은 추억이자 그리움이다.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따뜻한 밥맛이 그리워진다면 백운호수 영양돌솥정식에 가보길 추천한다.
손수 재배한 야채로 만든 요리가 한 상 가득
취재를 위해 이강금 사장과 약속한 날. 한차례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서자 이 사장이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준다. 예쁘게 지어진 펜션처럼 하얀색 건물과 계단마다 화사한 봄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 “여기 밥 집 맞아?” 라고 생각할 정도로 깔끔하고 아늑하다. 테이블마다 화병에 생화가 놓여져 있고,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도 퍽 인상적이다.
점심식사 전이라는 말에 이 사장이 손수 음식을 내온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방금 쪄낸 호박고구마도 먹어보라며 권하는 그녀. 작년 자신의 농원에서 직접 재배한 고구마라서 ‘모양은 미워도 맛은 그만’이라고 강조한다. 매일 윤미농원으로 달려가는 그녀에게 땅에서 나는 작물들은 보약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했고 그 당시엔 건강도 많이 안 좋았어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백운호수 근처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농원 이름을 윤미농원으로 지었죠.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말린 한약재나 계분 등을 거름으로 사용해 재배한 유기농 야채는 저의 건강을 되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한 번 건강을 잃어본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기 마련이다. 이 사장은 이렇게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 보약같은 밥상을 손님들에게도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식당을 열었다. 매일 새벽6시에 일어나 농원에 나가 밭 메고 벌레 잡고 그 날 쓸 야채들을 준비한다는 그녀.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며 손은 영락없이 농부의 손처럼 거칠고 투박했다.
맛의 비법은 직접 만든 효소
영양돌솥정식의 맛의 비법은 다름 아닌 효소다. 수세미, 쇠비름, 양파, 고추, 가지 등 직접 농사지은 다양한 재료로 그녀는 효소를 만들어 음식에 넣는다. 또 고추부터 장류, 젓갈류까지 본인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강화도에 가 새우젓을 만들 재료를 구입하거나 부산 기장에 가 멸치젓을 만들 재료를 사오는 등 먼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듯 효소, 젓갈류, 장아찌 등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는 요리는 어떤 맛일까? 영양돌솥정식을 맛보았다. 먼저 주전자에 담겨져 나온 뜨거운 차, 보리차 같아서 무엇인지 물으니 무말랭이 차란다. 직접 재배한 무를 말려 끓여낸 무말랭이 차는 구수하고 은은한 맛이 났다. 이어 흑임자와 과일을 넣어 만든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는 너무 달지 않고 신선한 채소들이 씹혀 아삭함이 느껴졌다. 또 효소만으로 맛을 낸 새콤한 회무침과 노란색의 단호박과 분홍색의 비트를 갈아 만든 전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았다. 좋은 재료로 맛은 물론 모양과 색감까지 정성을 들인 주인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어 나온 영양돌솥밥. 한마디로 보약이 따로 없다. 밥맛이 꿀맛이라는 말, 이럴 때 쓰는 걸까? 잘 지어진 밥은 반찬이 필요 없는 법이다. 찹쌀, 현미, 기장, 수수, 팥, 콩, 대추, 은행, 밤, 잣, 호박 등을 넣어 고슬고슬하게 지어낸 돌솥밥 누룽지에 뜨거운 무말랭이차를 부어 놓고 기다린다.
원래 돌솥밥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법주사로 불공을 드리러 갔을 때 구하기 쉬운 재료들을 돌솥에 담아 바로 밥을 짓던 데서 유래되었다. 조선시대 증보산림경제에는 밥 지을 때 돌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다음이 무쇠로 만든 가마솥이라고 적혀있다. 그래서인지 왕과 양반들은 주로 돌솥밥으로 식사를 했다.
이곳에서는 주로 들깨가루와 들깨 기름을 사용해 나물을 무치고 각종 효소로 조미료 대신 사용한다. 그래서 이 집 음식들은 하나같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칼칼한 오이소박이, 우엉과 콩자반, 도라지나물과 열무김치, 호박죽과 나박김치까지 자꾸만 손이 간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바빠지고 구수한 누룽지에 삼채 된장찌개까지 한 모금 넘기니 왕도 부럽지 않았다.
백운호수 영양돌솥정식 031-421-8772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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