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학교는 ‘일반고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 서울시 전체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살리기 프로젝트’다. 일반고의 교육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반고 점프업(Jump Up)’ 교육 정책 중 하나인 ‘거점학교’에 대해 3회에 걸쳐 기획·연재한다.
1. 일반고 점프업 & 거점학교
2. 미술 거점학교 - 상일여고
3. 제2외국어 거점학교 - 건대부고
“미술 쪽으로 진로를 정했지만 미술학원에 다녀본 적은 없어요.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미술 관련 프로그램과 다른 학교에서 진행하는 미술포트폴리오반 수업을 들었죠.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저에게 담임선생님께서 미술거점학교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이거다’ 싶었죠. 제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정우곤(용산고 3)군은 1주일에 한 번 용산구에서 강동구 상일동 상일여고까지 미술을 배우러 온다. 상일여고에서 진행하는 미술거점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수능과 내신 대비로 바쁜 고3, 먼 길이지만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정군은 “전문적인 입시학원에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는데, 입시학원 못지않은 훌륭한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정말 만족스럽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거점학교에 열심히 다니며 환경디자인과로 진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초부터 미술입시공부까지
학교단위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음악, 미술, 체육, 과학, 제2외국어, 직업교육 등)의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해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반고 교육과정 거점학교’. 미술거점학교는 상일여고 외에도 청량고, 계성여고, 영신고, 선정고, 창문여고 등 총 6개 학교가 있다.
2014학년도 1학기 현재 상일여고에는 총 5개(디자인4, 서양화1) 반에 80여명의 학생이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상일여고에서 진행하지만 거점학교에는 남학생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상일여고에서는 매주 토요일 6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최무영 미술교사는 “색채표현과 미술 이론 등 기초수업부터 수업이 진행되어 입시에까지 연결되고 있다”며 “학생들 대부분이 전공을 목표로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이 한창인 지난주 토요일, 미술실이 위치한 상일여고 체육관 건물 2층. 5개의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그림 그리기에 집중, 조용하지만 긴장감이 넘쳤다.
스케치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 담임을 맡고 있는 미술전공 강사가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학생들의 활동을 돕는다. 현재 5명의 전공강사가 수업을 맡고 있다.
공현민(동북고 2)군은 “미술을 좋아하기만 했지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며 “거점학교에선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울 수 있어 나날이 실력이 향상됨을 느낀다”고 했다. 또 “담당 선생님께 대학 진학에 대한 상담도 할 수 있어 대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미술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경험 살려
상일여고가 미술 거점학교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10년이 넘게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미술특성화 교육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사는 “거점학교와는 별도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술진로집중반을 따로 운영, 미술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술진로집중반 학생들은 주 4회 4시간씩 미술 수업을 별도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이른다.
일반고에서 예체능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경우 다른 학생들에 비해 불이익이 있는 것이 사실. 내신이나 수능 수업을 똑같이 들으면서 실기 준비는 오롯이 각자의 몫으로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일여고 미술진로집중반 학생들의 경우 내신관리와 맞춤형 개별관리로 학업과 미술 실기 둘 모두를 학교 수업만으로 잡을 수 있다. 미술반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상일여고 학생이 아니더라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타 학교 학생들도 방과후 수업을 위해 상일여고를 찾고 있다.
거점학교 수업은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며 체험활동과 특강, 작품집발간까지 다양하게 이뤄진다. 미술전공실기를 비롯 미술이론과 소묘, 영상매체와 미술, 미술 감상과 비평 등이 수업에 포함된다. 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 특강도 진행하는데, 오는 5월에는 설치미술작가인 정재철씨의 강의가 마련되어 있다.
사교육비 부담 N0, 자신의 꿈 키워가
거점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박영은(문정고2)양은 “미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게 많은데 거점학교에서 다양한 학교의 친구들을 만나고 또 다양한 그림을 통해 정보도 얻을 수 있다”며 “아직까지 색감이나 표현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가 정말로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이니까 끝까지 공부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이호영(선사고2)양도 “기초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도 친구들과 함께 미술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거점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노력하고 있지만, 수업 시간이 좀 더 많으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수업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육비 부담이 없는 것도 거점학교의 큰 장점. 인터뷰한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 없이 거점학교 프로그램에만 참여한다고 대답했다.
미술을 공부하고 싶지만 교육비가 부담되어 꿈을 포기하려던 학생들과 일반교육과정의 형식 아래 자신의 장점과 끼를 발휘할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미술 거점학교. 많은 학생들이 미술거점학교에서 자신의 끼를 펼치고, 또 자신만의 꿈을 이뤄가고 있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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