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코앞입니다. 이맘때면 옷 정리하느라 몇날며칠 분주한데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리를 하는데도 옷장엔 입지 않는 옷들이 한 가득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버리기는 정말 아깝지요. 옷에 담긴 추억도 추억이지만, 사악했던 가격을 생각하면 쉽게 버려지지 않거든요.
이번 주 내일신문에서는 옷장 속에 갇혀 잠자고 있는 옷을 똑똑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옷을 버리지 않고, 이웃과 나누고, 고쳐 입고, 되파는 현명한 주부들에게 그 노하우를 들었습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기부 천사 강선마을 류희진씨
“철 지난 옷보다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을 기부하세요”
류희진씨(49세)는 기부천사다. 7년 전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기부를 하게 됐다.
“여기저기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딸과 함께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를 하게 됐어요. 안국동에서 되살림 교육을 받으면서 기부의 중요함을 알게 됐어요.”
그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정리해 기부한다. 패션에 민감한 딸이 셋이라 기부할 물건도 많다. 코트, 티셔츠, 바지, 치마, 남방, 블라우스, 모자, 가방, 신발 등 속옷 빼고는 다 기부를 한 거 같다고 한다. “딸들에게 가방을 주고 직접 정리하라고 해요. 싫증나서 안 입는 옷, 오래된 옷, 사놓고 안 입는 옷들을 챙기죠.”
기부할 옷은 철지난 옷보다 계절에 맞는 게 좋다. 바로 손질을 해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철 지난 옷을 기부했어요. 지금은 박스에 따로 뒀다가 계절에 맞는 옷을 기부해요. 입던 옷은 세탁하고, 드라이해야 하는 것은 그냥 가져가는 편이에요.”
옷 상태는 다른 사람을 줘도 괜찮을 정도가 적당하다. 얼룩이 너무 심하거나 뜯어진 옷은 피해야 한다. 그는 나누는 즐거움 때문에 새 운동화를 기부한 적도 있다. 요즘은 그의 지인들도 안 입는 옷을 들고 와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물건을 쌓아두지 않아서 좋아요. 집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가벼워졌어요. 내가 입지 않는 옷을 자연스럽게 나눠 쓰는 느낌이랄까요. 기부를 하면 품목 수에 따라 판매단가로 연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으니 함께 동참해요.”
고쳐 입기의 달인 문촌마을 배명숙씨
“낡은 옷에 나만의 디자인을 입혀요”
배명숙씨(52세)는 결혼 전 의류회사에서 일했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남달라 바느질 솜씨가 좋았다. 결혼을 하고서는 세 아이의 엄마로만 살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들 옷이며, 남편 옷을 고쳐 입히고 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때는 옷 고쳐 입히느라 정신없었어요. 딸 둘에 아들 하나라 늘 옷 정리 하는 게 일이었거든요.”
그는 간단한 길이 수정부터 복잡한 디자인까지 척척 고쳐낸다. 바지 길이, 허리, 소매, 칼라 못 고치는 게 없다. 유행이 지난 데님을 꺼내 반바지로 다시 만들거나, 예쁜 스커트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요즘도 계절이 바뀔 때면 옷장을 뒤적거려 안 입는 옷을 추려낸다.
“딸들은 좋아하는 스타일을 인터넷에서 많이 사잖아요. 입어 보지 않고 사서 고칠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는 리본 장식을 새로 만들어 붙여주기도 하고, 목둘레를 고쳤어요.”
한창 입소문이 날 때는 옷을 고쳐달라고 들고 오는 이웃도 있었다.
“십년 전에 일을 다시 시작했어요. 수선집을 할까 잠시 고민도 했는데, 지금은 그랜드백화점에서 유아복을 팔고 있어요.” 직장에서도 그의 바느질은 계속됐다. 길이나 허리둘레처럼 간단한 수선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해결했다. “본사 수선실에 맡기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젊은 엄마들이 좋아해요. 앞으로도 좋아하는 스타일로 고쳐 입으며 살아갈 거예요.”
-알뜰살뜰 되팔기 후곡마을 김양숙
“의류수거함에 버리지 않고, 되팔아요”
김양숙씨(41세)는 네 아이를 둔 슈퍼맘이다. 큰 딸(12세)을 낳고 7년 만에 둘째셋째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연이어 넷째 아들까지. 생각지도 못하게 다둥이 엄마가 됐다.
“애가 많아서 이웃에서 얻은 옷이 많아요. 친구네부터 동네 이웃까지 여러 집에서 옷을 보내오거든요.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들 챙겨다 주세요. 감사하죠.”
아이가 많아도 첫째 딸과 세 아들의 나이차가 크고, 성별이 달라 서로 물려 입기는 힘들다. “둘째 셋째가 5살, 넷째가 3살인데, 셋 쌍둥이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넷째가 큰 편이라 형들 옷을 같이 입거든요.”
이렇다 보니 계절이 바뀔 때면 그의 집은 아이들 옷으로 넘쳐난다. 버릴 옷, 입을 옷, 앞으로 입힐 옷을 그때그때 정리해야 한다. 일단 지금 입을 수 있는 옷을 먼저 챙기고, 나중에 입힐 옷을 정리한다. 그리고 입지 못하는 옷들을 따로 추려낸다. 그는 추려낸 옷을 의류수거함에 버리지 않고, 헌 옷 업체에 되팔고 있다. 전화 한통이면 집으로 와서 싹 수거해간단다. 물론 kg당 400원, 450원이라는 적은 돈이지만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경제적이라고.
“지난해부터 옷 수거 업체들이 많이 생겼어요. 하루 전에 전화 예약을 하면 저울을 들고 와요. 팔수 있는 품목은 다양해요. 옷, 신발, 가방, 모자를 한꺼번에 자루에 담아 무게를 재죠. 지난번에 30kg 나와서 1만 2000원 받았어요. 털신, 장화, 실내화 같은 품목은 안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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