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열전 - 파주한가람초등학교 ‘고함쟁이 엄마’

“책 읽을 땐 모두가 우리 아이죠”

지역내일 2014-04-28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파주한가람초등학교(교장 김정기)에는 동화책을 든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찾아온다. 책 읽어주는 어머니 모임 ‘고함쟁이 엄마’ 회원들이다. 이제 막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1학년부터 누가 책 읽어줄 일이 좀처럼 없을 것 같은 5학년들까지 이 목소리 큰 엄마들을 기다린다. 일주일에 단 15분, 책 읽어주는 시간으로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고함쟁이 엄마들을 만나보았다.


독서토론모임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로
“처음에는 부담감을 갖고 들어갔죠. 내 아이도 아니고 많은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책을 읽어줘야 하나 떨리고. 이제는 어떤 책을 읽어줄까 아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요. 잘 안 듣는 것 같고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귀는 열려 있거든요. 학기말 쯤 되면 먼저 와서 인사하는 모습, 책 읽을 때 재미있게 진지하게 듣고 감동하는 모습에 저도 감동을 받아요.”
‘고함쟁이 엄마’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한귀진(39) 씨의 말이다.
처음부터 책을 읽어주려던 건 아니었다. 아이들 책을 알고 싶어서 독서토론모임을 꾸린 것이 2011년. ‘우리만 읽을 게 아니라 교실에 들어가서 읽어주자’는 말에 1학년 교실에 들어가 아침 시간에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것이 그해 6월이었다.
6명으로 시작한 책 읽어주기는 지원자가 점점 늘어 2011년 2학기에 2학년, 지금은 5학년 교실까지 들어가고 있다.
한 번에 책 읽어주는 시간은 아침 8시 35분부터 50분까지 15분이다. 짧은 그림책은 서너 권씩 읽기도 하고 두꺼운 책은 몇 주에 나눠 읽기도 한다. 유치하다며 손 저을 것 같은 고학년들도 의외로 그림책을 좋아하고 집중력이 약할 것 같은 저학년들도 재미난 이야기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집중한다.


일주일에 한 번 15분의 효과
“아침 시간은 학습 전 중요한 시간이거든요. 어머니들이 책을 읽어주시면 아이들은 책에 빠져들면서 학습으로 가는 문을 열어요. 집중력이 좋아지고 안정되고요. 어머니들이 다양한 책을 읽어주고 작가에 대해 소개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직접 읽지 않아도 독서 능력이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어요.”
한가람초 사서교사인 이선영(34)씨의 말이다.
어머니들도 변화를 겪었다. 송정희(38) 씨는 학교에서 책을 읽으며 집에서 읽어주는 방법을 바꾸게 됐다. 
“책을 읽어주러 교실에 들어가서 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나 다양한 거예요. 내가 미처 몰랐구나 집에서도 표정을 보면서 읽어야 겠다 생각했어요. 한 줄 읽어주고 아이들 표정 보고, 우리 아이 감정도 생각하게 됐어요.”
제갈선영 씨는 길에서 혼자 우는 아이를 무심히 지나치던 자신이 책 읽기를 통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내 아이밖에 몰랐던 엄마의 삶이었는데 점점 타인의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책 한 권 읽어주는 것으로 그 반을 책임지는 마음이 생겨났어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 고함쟁이 엄마들이 추천하는 ‘이럴 땐 이런 책!’

그림에 자신 없는 아이에게 <점>
이현아(38)씨는 교실에 스케치북과 매직 하나를 들고 갔다. “점을 하나 찍고 내 그림 어떠냐고 물었더니 애들이 막 웃더라고요.”
<점>에도 점 밖에 그리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현아씨는 책을 읽어준 다음 “친구보다 못 그려서 속상해도 계속해서 그리다보면 언젠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야”라는 말로 책 읽기를 마무리했다. 




혼자라 외로운 아이에게 <널 만나 다행이야>
안경옥(39)씨가 권한 책은 부모가 아닌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 주말이면 더 쓸쓸해지는 아이의 이야기다. 동물보호소에서 버려지거나 길 잃은 강아지를 보는 낙으로 주말을 보내는 아이 조지는 다리가 세 개 뿐인 강아지 제레미를 안락사 전날 입양한다. “조지가 제레미에게 다리를 만들어주고 텅 빈 마음도 채우게 되는 이야기예요. 아이들도 조용하게 집중해서 들었어요.”




엄마 때문에 화가 날 때 <우리엄마 팔아요>
정선아(45)씨는 엄마를 팔러 나간 아이의 이야기를 추천했다. “저와 우리 아이가 재밌게 본 책이라 아이들에게 읽어줬어요. 교실에 가서 ‘엄마를 팔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냐’고 물으니 아이들은 아니래요.” 엄마를 팔러 간 아이가 고물상에서 엄마를 팔고 새 엄마를 사서 오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빠져들었다. “이야기가 탄탄해서 어느 순간 아이들이 쫙 빨려드는 재미, 그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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