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이종민 일신여중 과학교사

교과서 밖 현장 경험 통해 큰 꿈 품더라

지역내일 2014-04-23

“발명에 관심 많은 내게 선생님은 각종 대회 정보를 알려주셨어요. 대학 실험실을 빌려야 할 때는 여기저기 수소문해 연결해 주셨죠.”, “서울대에서 열린 청소년 학술대회 발표자로 뽑혔을 때 PT자료와 리허설까지 꼼꼼히 코멘트 해주셨어요. 내 은인이자 멘토입니다.” 수년째 잠실여고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단골로 오르내리는 이름이 있었다. ‘아빠 선생님’으로 통하는 이종민 과학교사. 무척 궁금했다. 최근 같은 재단의 일신여중으로 자리를 옮겨 ‘과학 새싹’을 키우고 있는 그를 과학의 달 4월의 스타샘 주인공으로 만났다.
 
대학에서 생물학,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한 이종민 교사(53세)의 첫 직장은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이었다. 연구원으로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6년 쯤 지나자 공부를 더 할 것이냐 공부를 가르칠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그는 가르치는 일을 택했다. 

이종민


과학의 재미를 재능으로 키워주자
어느덧 교사로서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학생들에게 던지는 칭찬 한마디, 격려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의미로 다가가  변화의 기폭제가 되더군요. 그걸 알기 때문에 나 스스로 더 노력하게 되죠.”  
그는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늘 발 벗고 나선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많이 주어져요. 반면 과학을 좋아하는 상당수 학생들에게는 재미를 재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라 안타깝죠. 이 아이들에게 되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요즘은 각 대학이나 정부 산하 연구원마다 중고생 진로체험을 위해 특색 있는 캠프와 견학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중이다. 이를 잘 아는 그는 학교로 오는 공문 한 장 허투루 넘기지 않고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한다. “각 연구소의 특징, 실험 장비 현황, 캠프 프로그램의 특장점을 꿰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요. 추천 정원이 2명이면 여기저기 부탁해 서너 명씩 보내는 식이죠.”
최신 시설의 연구소를 견학하고 유능한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을 해보고 온 아이들은 눈빛부터 달라지며 자신의 꿈을 구체화 시키는 걸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제자 위해 ‘섭외의 달인’ 자처
“연구원 경험이 학생들 진로 지도에 큰 도움이 되요. 연구원,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선후배 인맥 덕분에 학문 트렌드 관련 정보가 빠른 편이니까요. 가령 과학은 잘하는데 수학을 못해 원하는 대학 진학이 좌절된 학생이 꽤 많은데 이럴 때는 희망 분야의 대학원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대학, 학과 선택을 코치하죠.” 이를 위해서 이 교사는 늘 학생들의 특징을 면밀히 살펴 메모하며 관심 분야에 대해 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
과학캠프, 영재학급 운영도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됐고 알차게 운영하기 위해 휴일, 방학도 반납한 채 매달렸다.
특히 그에게는 ‘섭외의 달인’ 칭호가 늘 따라붙는다. 서울대 연구소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 키스트 등 국내 내로라하는 연구소와 교수진 섭외를 척척 해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며 진심을 담아 취지를 설명하면 대부분 OK 사인을 보내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안 하니까 안 될 뿐’입니다.”
그의 바지런함 덕분에 학생들은 서울대 이병철 수의대 교수의 동물 복제 실험을 눈 앞에서 지켜봤고 경찰연수원에서는 지문과 혈흔 감식, 마약 탐지 등 과학수사의 현주소를 생생히 경험하고 실험까지 하는 호사를 누렸다.


큰물에서 놀아 봐야만 큰 꿈꾼다는 소신
“중고생 수준에 맞는 과학 시험이나 하고 보고서 쓰면 족하다는 안이한 생각에 반대합니다. 큰물에서 놀아 봐야만 큰 꿈을 꾸죠.” 이 교사의 분명한 소신이 과학 실험에 재미를 붙여 제대로 된 연구 논문을 쓰고 싶어 하는 제자를 위해 국내 유수의 대학 실험실에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하고 대학교수와 만남을 주선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대학 탐방도 연례 행사처럼 빠지지 않고 진행한다. “모든 아이들의 꿈의 대학인 서울대, 연대, 고대를 찾아 강의를 직접 들어보도록 합니다. 특히 학생들은 구내 식당에서 대학생들 사이에 끼어 밥을 먹어보며 열광하죠. 이런 경험이 공부하라 백 마디 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특히 그는 학생 추천서, 생활기록부를 쓸 때 학생 한 명 한 명마다 공을 많이 들인다. 이런 열정 덕분에 대통령 장학생으로 뽑히거나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제자들을 여럿 배출했다.
뿐만 아니라 그도 우수 과학교사로 뽑혀 서울대 대학원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는 등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여러 차례 거머쥐었다. “예전에 배운 지식만 우려먹으면 안 되고 늘 지식을 업그레이드 해야 합니다. 과학의 발전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니까요.”
수년째 입시 최전선에서 씨름하느라 건강이 나빠진 그는 올해 일신여중으로 옮겨 숨고르기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중이다.
“중학생들은 입시 부담이 적기 때문에 과학적 호기심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실험을 폭넓게 할 수 있어요. 잠재력 있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최근 시작한 토요일마다 열리는 과학실험반이 호응이 높자 자신감을 얻는 그는 중학생용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머릿속에 구상중이다.
“수업만 하는 교사가 되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동기유발을 해주며 재능을 끌어내 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긴장감을 가지며 노력해야 하는 거죠.” 보람을 교사의 최고 가치로 꼽는 그는 다부지게 덧붙인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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