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과 정을 나누는 ''반찬품앗이''

1만5000원으로 일주일에 다섯 가지 반찬을

지역내일 2014-04-16

반찬의 사전적 정의는 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의 총칭이다. 그러나 밥과 함께 챙겨야 하는 이 음식이 주부들에게는 꽤나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이다. 좀 더 쉽게 그러면서도 안전한 반찬을 위해 뭉친 반찬품앗이 모임을 찾아갔다.

반찬


넉넉한 반찬에 여유가 생겼어요.
한 달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반찬품앗이 모임을 만든 군포시 산본동 황희주 씨는 "우연한 기회에 반찬품앗이를 알게 되었는데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반찬 만들 시간조차 넉넉하지 않다"는 주부의 고충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반찬품앗이를 통해 시간적으로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며 모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문미영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밥을 제대로 챙겨 먹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반찬품앗이를 하면서 반찬이 넉넉해지니까 식사가 이전보다 쉬워졌어요." 그러나 문 씨는 "내가 만든 음식이 나에게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에게도 괜찮을지 솔직히 고민이 된다"며, "어제는 아는 언니가 참여하는 반찬품앗이 모임에 따라가 피클을 만들어 왔다"며 열심히 요리 연습중이라고 고백한다.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경아름 씨는 반찬품앗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니 당연히 반찬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이번 반찬도 친정 엄마와 미리 연습하고 만들었다"며 "계속 만들다 보니 이제는 요리하는 재미가 제법 생겼다"고 말했다.


반찬은 기본, 덤이 더 많은 ''반찬품앗이''
반찬품앗이에서 반찬을 얻는 것은 당연. 하지만 반찬 외에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일단 경제적 측면으로 반찬관련 비용이 줄어든다. 일주일 동안 먹을 반찬을 혼자서 준비하다보면, 아무리 적은 양의 반찬이라도 갖가지 재료 구입은 필수적이다. 그렇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찬품앗이는 한 가지 반찬만 준비해도 나눔을 통해 여러 가지 반찬이 생겨나므로 재료 구입비용이 감소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는 가계부에서 차지하는 식품비 감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의 편식습관을 고치는데도 반찬품앗이는 일등공신이다. 혼자 준비하다 보면 자주 먹고 손에 익숙한 반찬을 위주로 만들게 된다. 하지만 모임을 통해 반찬을 나누다 보니, 매 주마다 다양한 반찬으로 식사할 수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찬도 먹을 수 있게 된다. 다른 엄마의 반찬이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이 오히려 더 반기고 좋아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주부들이 모이는 만큼, 재미와 함께 생활의 지혜도 얻어갈 수 있다. 반찬품앗이답게 제철 재료를 이용한 레시피와 재료 손질법 등으로 대화가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 학습지, 학부모 모임, 학교 정보 등 아이들 교육이야기에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 지기도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궁금해 하던 주제에 대해 선경험자와 후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으니 유용한 정보가 얻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인 셈.


반찬품앗이, 어떻게 운영할까?
최근에는 반찬품앗이도 이유식이나 유아반찬만 만들거나 모임에서 직접 요리를 배우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므로 모임을 계획 중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황 씨가 이끄는 모임은 각자 반찬을 만들고 1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통해 반찬을 나눈다. 반찬은 국과 찌개를 제외한 밑반찬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간식은 허용하고 있다.
반찬을 만들고 나누는 방식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규칙이 필요하다. 우선 반찬통을 통일시키고, 반찬을 담아오는 양에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반찬을 만든 후, 품앗이를 위해 몇 개의 반찬통에 담아올지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8명이 참여할 경우, 참여자 8명을 위한 반찬통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1인당 5개씩만 가져와 5개씩만 가져가도록 운영할 수도 있다. 반찬 재료비에 대한 적절한 기준선도 마련해야 한다. 황 씨는 "1만원은 재료를 준비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아서 1만5000원으로 맞추고 있다"며 "사실 주부들은 음식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대부분 알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너무 비싼 반찬을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2만원을 절대 넘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리포터 fun_see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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