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 주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도깨비로부터 복을 받거나 도깨비를 속여서 돈을 벌게 되면 무조건 땅을 사야 한다고 한다. 나중에 도깨비가 와서 땅을 내 놓으라고 하면 가지고 가라고 하면서 땅의 위치를 알려주면 된다. 도깨비들이 땅의 네 귀퉁이에 말뚝을 박고 영차 영차 하면서 들고 가려고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이런 땅을 가지고 있어도 골칫덩어리인 경우가 있다. 맹지가 바로 그것이다. 맹지란 눈 먼 땅이라는 뜻이다. 맹지는 진입로가 없는 멍텅구리 같은 토지를 말한다.
모든 땅은 반드시 진입할 도로가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수 십 년간 평온하게 사용하던 길에 누군가 쇠말뚝을 박고 대문을 설치한 후 통행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맹지를 가진 사람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이런 일들이 최근 들어 특히 조용했던 시골마을에 전원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시는 그나마 도시계획에 따라 도로가 강제로 개설되기 때문에 분쟁이 많지 않지만 시골의 경우에는 도로가 도시계획에 의하여 개설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로 개설을 둘러싼 분쟁이 많이 생긴다.
진입에 필요한 땅이 매우 비싼 땅이라면 한 평이라도 맹지에 출입하기 위한 도로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유자는 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지적경계측량을 하고, 지적선에 맞추어 담을 치거나 쇠말뚝을 박고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소유자라고 하여 자기 소유 토지 지상에 개설된 도로를 함부로 막고 다른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할 수는 없다. ‘함부로 길을 막거나 통행을 방해할 수 없다’는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주위토지통행권이다. 일단 도로로 개설되어 일반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이 된 경우에 이를 막게 되면 교통방해죄가 성립되기도 한다. 주위토지통행권은 기존의 통행로가 유일한 통행로이거나 다른 통행로를 개설하는 데에는 많은 경제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
토지 출입과 관련된 분쟁은 서로 참고 양보하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나도 조금 손해를 보고 토지의 일부를 길로 내주어야 이웃도 살 길이 생긴다. 대신 길을 사용하는 사람은 이에 상응한 사용료를 내야 할 것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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