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예방 자작곡 만든 교하파출소, 유희수 경사
학교폭력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가족, 내 이웃의 일이 될 수도 있다.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학교폭력. 이 학교폭력을 근절하자며 한 경찰관이 통기타를 들고 나섰다. 학교폭력예방 자작곡까지 만든 그는 교하파출소 유희수 경사이다.|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파주경찰서 교하파출소 소속 유희수(38)경사는 노래하는 경찰관으로 유명하다. 노래의 테마는 주로 학교폭력예방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는 학교폭력예방과 관련된 강의나 캠페인, 혹은 무대에 오르는 행사의 자리에서 늘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요새 K-POP처럼 화려한 기교가 있는 것은 아니다. 통기타와 어울리는 소박하고 정감 있는 멜로디의 노래로 경찰관은 딱딱하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라는 선입견을 무장해제 시키고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하는 친근함이 배어있다.
친구 괴롭히지 말아요, 노래하는 친근한 경찰관
유희수 경사는 얼마 전까지 파주 관내 학교폭력담당경찰관으로 일했다. 그는 매주 경찰서 관계자들과 함께 학교폭력예방캠페인에 동참하며 파주관내 초중고교를 돌았다. 경찰서장, 여성청소년과장, 청소년계장 등과 어머니폴리스도 동참한 합동캠페인이었다. 유 경사는 피켓을 들고 홍보물을 나눠주는 일반적인 형식의 캠페인에 아쉬움을 느꼈다.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뭔가 더 효과적인 홍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떠올린 것이 노래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주를 해온 유 경사는 수준급의 기타실력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기타 실력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노래와 함께 학교폭력예방 메시지를 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란 노래에 ‘친구 괴롭히지 말아요’란 가사를 덧입히는 식으로 기존의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예 그가 직접 곡 만들기에 나서 ‘학교폭력 없는 학교’, ‘소망’, ‘친구야 사랑해’ 등의 자작곡을 만들어 부르기에 이르렀다.
그의 노래를 접한 현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딱딱한 이미지의 경찰관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니 지켜보는 사람들이 웃음을 띠고 그에게 다가왔다. 교문 앞 학부모들은 반갑게 그의 노래에 호응해 주었고 무심히 지나치던 학생들도 나눠준 악보를 보며 노래를 같이 따라 불러주었다. 또한 학생들이 멀리서 그를 만나기라도 하면 “어, 기타 치는 경찰관 아저씨다”라며 그를 반겼다. 이후 그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예방교육, 학부모 대상의 강의, 그리고 청소년 문화 행사 등에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이와 함께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대책을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가해나 피해학생 모두 자존감 부족한 경우 많아
그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학생들과의 상담 속에서 느낀 바가 많았다고 했다. 특히 가해, 피해 학생 모두 자존감이 부족함을 절감했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모르는 것이다.
“피해학생에게 ‘너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이고, 그런데 왜 네가 이유 없이 맞고 심부름을 해야 하느냐, 네가 자신 있게 싫어, 못하겠다고 왜 말을 못하느냐, 왜 112나 117에 신고 안하느냐’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피해학생이 부모나 주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일들을 그제야 울면서 털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가해 학생과의 상담에서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가해학생과 상담하다보면 불우한 가정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자기가 소중한 걸 몰라요. 그 결과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폭력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취하고 폭력을 행사한 학생과 면담하며 ‘너는 얼굴도 잘생겼고 공부도 잘한다던데 왜 그 친구한테 그랬어? 좋아하는 친구였다며? 다른 문제가 있었을 거야. 다 얘기 해봐, 도와줄 수 있어’ 라고 하자 그 학생이 눈물을 터뜨리며 ’항상 나 혼자여서 외롭고 쓸쓸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이런 이야기는 부모에게 해야 할 말이지요. 그 전에 부모가 아이에게 자존감을 심어주지 못했던 거예요.”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이해가 담긴 대화법 익혀야
학교는 쉬쉬 말고 초기부터 적극 대처해야
그는 학생들과의 상담 속에서 학생들이 자존감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 근본원인이 가정에서부터 나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유희수 경사는 가정에서부터 자녀의 자존감을 심어주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법을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들도 대화하는 법을 잘 몰라요. 그저 아이들에게 ‘공부 했냐, 학원 갔다 왔냐’가 고작이죠. 아들이 돈이라도 훔치면 ‘네가 내 아들이냐, 당장 나가!’하는 식입니다.”
그는 “만약 아이가 도둑질을 했다면 저라면 아이를 안고 울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아들이다. 네가 이런 행동을 하기까지 불안과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네 마음 몰라줘서 미안하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해봐, 미안하다, 라고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가정에서부터의 출발을 강조했다.
“자녀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부부간에 의견이 충돌될 때에도 어떠한 대화로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자녀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부모 스스로 본이 돼야 합니다. 또한 평소 자녀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죠.”
유 경사는 학교에 대해서도 바람을 전했다.
“학교는 문제가 발생하면 쉬쉬하기보다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학생과 최초 발견교사를 불러 철저히 조사하고 가정환경조사와 아울러 양측 부모 간 대화하도록 하고 전교생에게는 공개적으로 공표해 주지시켜야 합니다. 피해, 가해학생만 불러 합의시켜선 안 됩니다. 쉬쉬하며 방치하다가 일이 더 커지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거든요.”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앞으로도 꾸준히 학교폭력예방교육과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교육 현장에 나설 계획이다. 노래로 청소년과 눈높이를 맞추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경찰관, 유희수 경사에게 따뜻한 성원을 보내며 가정과 학교, 사회가 삼위일체가 돼 학교폭력을 아이들만의 문제로 뒷짐 지지 말고 함께 해법을 모색해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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