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패초등학교 김근수 교장 선생님

지역내일 2014-04-09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우리 소리의 대중화를 위해, 얼쑤우~잘한다!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그나
                   -사철가 中-


동패초등학교 운동장 너머로 애절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리 북 장단에 맞춰 김근수 교장이 ‘사철가’를 열창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동패초등학교의 김근수 교장은 “판소리는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는 소리”라며,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의 감성을 끄집어내는 최고의 노래”라고 말합니다. 또, “어린 시절 노출 된 우리의 소리는 평생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의 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배우고, 가르치는 동패초등학교의 김근수 교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타고난 소리꾼, 김근수

김근수 교장은 타고난 소리꾼이다. 그의 소리를 듣고 있자면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밀려온다. 조금 쉰 듯한 걸걸한 소리는 힘이 넘치고, 깊이가 있다. 특유의 꺾기와 추임새는 인생의 고비를 넘는 듯 소리의 흥을 한껏 살려준다.
“20년 동안 풍물을 하다가 8년 전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사실 판소리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어깨너머로 소리를 배우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동네에서 열리던 풍물 굿의 흥이 가슴 한편에 남아있었다.
“40즈음부터 우리의 소리가 앤기기 시작했어요. 소리에 눈을 떴죠.”
그는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소리를 배웠다. 배움이 깊어질수록 판소리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판소리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제3회 전국공무원음악대전’ 국악부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우리 민족은 신명이 있어요. 잘한다 잘한다 하면 그 끝을 알 수가 없죠. 월드컵 응원은 진짜 신들린 신명을 끌어냈잖아요. 우리의 장단, 우리 소리야말로 숨겨진 감정을 끌어내는 데 최고예요.”


가르침이 곧 배움
그는 ‘가르침이 곧 배움’이라고 말한다. 교단에 서는 내내 배움을 한시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알지 못하는 것은 직접 발로 뛰며, 몸으로 익혔다. 교과과정에 수영이 나오면 수영을 익히고, 탈춤이 나오면 탈춤을 따로 배웠다. 일정이 바빠 직접 가지 못할 때는 부인을 시켜 대신 배우게 했다. “열심히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배웠어요. 결과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입으로 가르치는 건 교육이 아닙니다. 책 읽으라고 말만 하지 말고, 부모가, 교사가 직접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에겐 판소리도 마찬가지다. 발성부터 발음 하나하나, 섬세한 감정까지 완전히 다듬어지기 위해 여전히 소리를 배우고 있다. 올 초에는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2일에 ‘수궁가’를 뗐어요.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할 계획이에요.”




‘판소리’도 눈높이 교육

그는 동패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대상은 3,4학년으로 모두 20명이다. 요즘 가르치는 곡은 ‘사철가’다. 사철가는 자연의 사계절, 인간의 사계절을 노래하며, 일생의 중요한 가치를 알려준다. 
“내용이 조금 어렵지만, 사철가는 일반적인 단가로 몸을 풀기 위해 짧게 부르는 노래예요.” 그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일일이 악보(정간보)를 만들었다. 오선을 직접 긋고, 음의 높이와 가사를 써 넣었다. 얼마 전엔 학생들 사이즈에 꼭 맞춘 작은 소리 북도 특수 제작했다.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해요. 특히 우리학교 최고 개구쟁이가 판소리를 배우면서 달라져 아주 보람이 큽니다. 오는 11월 9일 운정행복센터에서 열리는 동패한마음 축제에서 아이들 소리를 뽐낼 예정이에요.”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파
교직이 그의 삶을 탱글탱글하게 한 터전이라면, 판소리는 살아가는 의미를 줬다.
“정년이 2년 남았어요. 남은 기간 잘 마무리 하고, 전국의 국악 인재를 모아 국악 전문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죽는 날까지 우리 소리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할 생각이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소리 봉사하는 꿈도 꾸고 있다.
“아름다운 소리를 혼자만 즐기기 아까웠고, 우리 전통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우리 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들어야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며, “한국적인 우리 고유의 소리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질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한다.
이남숙 리포터 nabsi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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