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꽃만큼 많아지는 것이 벼룩시장이나 바자회 안내문이다. 하지만 여러 회를 거듭 하면서 소박했던 바자회나 벼룩시장은 원래의 모습을 잃은 채 규모만 커진다. 꼭 살 것이 없어도 구경하는 재미에 몇 시간씩 머무르게 되고, 작은 돗자리 한 개 들고 나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끼게 하는 그런 벼룩시장은 없을까. 양재시민의 숲 건너편, 매헌초등학교 부근에서 봄·가을마다 펼쳐지는 아기자기하고 싱그러운 포터블 프리마켓을 소개한다.
소박한 거리에서 나누는 행복한 시간
행사 이름이 ‘포터블 벼룩시장’인 것은 생활용품 가게인 포터블 롤리팝의 사장 부부인 오상(오상준, 37)씨와 호야(곽선호, 36)씨가 주축이 되어 시작한 모임이기 때문이다. 개포동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할 때부터 ‘왜 우리나라엔 외국처럼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벼룩시장이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으로 이웃가게 지인들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8년에 시작했으니 햇수로만 벌써 7년째. 인근 동사무소에서 지원과 협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는 했지만 자발적인 모임으로 이어가고 싶은 롤리팝 사장 부부의 생각은 완고하다. 관심 있는 사람은 행사 당일 현장으로 돗자리와 판매할 상품, 잔돈, 봉투만 들고 나오면 얼마든지 자리를 받을 수 있다. 단, 상업적인 의도의 상품판매와 참여는 불가능하며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상품이나 사용했던 물품만 참여 가능하다.
파는 기쁨, 보는 재미, 사는 즐거움
이웃가게인 우리밀 빵집 ‘더 벨로’ 사장은 바자회용 맞춤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고, 예전에 카페를 운영했던 곰다방 사장은 미니 기계를 가지고 나와 뜨겁고 시원한 커피와 음료를 판다. 또 이에 질세라 포터블 롤리팝에서는 화분과 비누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가게 밖으로 들고 나온다.
집에서 스파게티 면을 삶아서 골뱅이 스파게티를 파는 사람,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커플, 직접 손으로 뜬 아기용품을 파는 젊은 엄마, 한 벌 당 40~50만 원에 산 정장 옷들을 여행가방 가득 담아와 한 벌에 2~3만 원씩 팔겠다고 나온 아가씨도 있다. 어머님이 직접 농사지었다며 판매 말고 물물교환만을 고집하는 남자도 있고,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진작 알았다면 우리도 나왔을 거라며 좋은 기회라도 놓친 사람마냥 발을 동동 구르는 남자도 있다.
요리가 취미인 한 아가씨는 초코 케이크에 아이스크림과 딸기를 얹더니 물건이 다 팔리도록 상품의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인기 많은 돗자리의 주인은 오히려 밀려드는 손님 탓에 다른 집 상품구경을 제대로 못한다며 기린처럼 목을 쭉 빼고 둘러본다. 아이를 태워 나온 유모차를 진열대로 변신시켜 아이를 방황하게 만든 엄마도 있고, 아예 갓난아기를 판매자에게 맡긴 채 이 옷 저 옷 입어보느라 정신없는 젊은 엄마도 있다. ‘하하 호호’ 웃음소리 가득한 골목길. 맞은 편 양재근린공원에서는 잔디구장이 푸르게 빛나고 벼룩시장에서는 물건을 팔고 사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푸른 행복감이 넘친다.
“물건구경, 사람구경, 공연구경 오세요”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포터블 벼룩시장. 한창 장이 무르익으면 포터블 롤리팝 사장 부부와 동료들의 특별한 무대가 이어진다. 알고 보니 포터블 롤리팝 사장 부부 두 사람 모두 기타리스트 출신. 젊은 날 밴드활동을 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행사 같으면 초대가수 초청에 섭외비가 들 텐데 여기는 주최 측이 연주자고 음악인이니 이 또한 재능기부가 된다. 꼭 사야할 물건이 없어도 먹고, 구경하고, 음악을 듣기 위해서 찾아와도 좋은 곳이다. 자발적 모임이다 보니 행사준비부터 행사 후 뒷정리까지 모두 함께 한다.
벼룩시장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끼리 음악 감상회나 영화 감상회, 작품 전시회 시간도 갖는다고 한다. 치열한 도시의 삶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쉼표를 찾고자 하는 포터블 롤리팝 사장 부부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올 봄 포터블 벼룩시장은 6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에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확실한 일자와 시간은 블러그와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장소 : 포터블 롤리팝 양재점(양재2동 246-4번지 서천빌딩 104호) 앞 골목
문의 : (02)451-8427 / (02)578-8427
참여안내: www.portablelollipop.com blog.naver.com/jungurion http://junguri.cyworld.com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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