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걷고 싶은 길

따스한 봄, 실바람에 삶이 여유롭다!

지역내일 2014-04-02 (수정 2014-04-02 오전 11:01:31)

4월이다. 따뜻한 봄바람에 맘까지 훈훈해진다. 마치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한가로운 시간. 때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얇은 옷을 꺼내 입고 길을 나서본다. 어영부영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짧은 봄을 떠나보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거리로 나섰다. 사색하며 혼자 걷기에 좋은, 혹은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걸어도 좋은 길은 안양권 지역에도 많다. 눈이 즐겁고 맘이 편안해지는 길로 떠나보자.
배경미, 이재윤, 김경미 리포터 

산책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걸어요




안양예술공원 산책길
안양시 석수동에 위치한 안양예술공원. 마을버스2번을 이용해 주차장에서 내려 삼성천을 따라 길을 걸으면 예술공원 초입이다. 무질서하고 낙후된 환경의 안양유원지가 예술공원으로 바뀌면서 이젠 안양의 명소가 된 곳. 인공폭포와 야외무대, 전시관을 비롯해 광장,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이보다 좋은 길이 또 있을까싶다. 특히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여기저기서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각종 예술작품을 공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눈이 즐겁고 맘까지 행복해진다. 공원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1평 타워. 여기서부터 1,4km에 이르는 구간에 걸쳐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며 길을 걷는다.
오른쪽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왼편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흘러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데 벌써부터 아이들이 차가운 것도 잊은 채 물 속에 발을 담그고, 한 무리의 등산객들도 물가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알록달록 예쁜 색깔로 치장한 오징어 정거장. 그늘진 벤치에 앉아 버스도 기다리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바라본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로 산책로는 북새통이 되고, 가족과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따스한 봄바람에 움츠린 어깨가 펴지고 발걸음마저 가벼워 자꾸만 길을 걷게 된다. 통기타를 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아마추어 가수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 행인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멈춰지고, 길 건너 포장마차에 파전과 막걸리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의왕 청계천 산책길
안양 학의천 길을 쭉 따라 걷다보면 인덕원을 지나 의왕 포일동에 접어든다. ''여기서부터 의왕''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학의천 변의 걷는 길도 시원스레 넓어진다.
넓어진 길을 계속해 걷다보면 학의천이 청계천으로 이어지게 되고, 청계천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걷다보면 청계의 수변공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수변공간은 의왕 도시 8경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경관이 빼어나고 걷기에 좋은 길이다.
수변공간 중앙으로 난 하천이나 그 옆 놀이터는 아이들이 나와 놀기에 좋고, 주변으로 운동시설과 작은 공원, 쉴 수 있는 벤치와 정자 등도 알차게 조성돼 혼자보다 여럿이 와서 즐기면 더 좋다. 또 하천을 따라 걷는 길인만큼 ''졸졸졸'' 물소리는 귀를 간질이고, 물 주변의 꽃과 풀, 나무, 그 위에 앉은 나비와 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계천 산책로는 걷는 길과 자전거길이 위치를 달리해 조성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걷는 길은 하천변을 따라 조성돼 있는 반면 자전거 길은 하천 제방 위에 따로 만들어져 있는 등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힐 일이 거의 없어 안전하다. 특히 주의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위험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자전거와 나란히 걷는 산책길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겪기도 하는데 이 길은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어 좋은 것.
이 길은 계속해서 걸으면 수변공간을 지나 청계사 부근까지 갈 수도 있다. 때문에 청계산 등산을 원하면 이 길을 따라 걷다 자연스레 만나는 청계산에 오르면 된다.
수변공간까지 걷는 청계천 산책길의 총 소요 시간은 왕복 한 시간 정도다.




수리산 산림욕장 산책길
산본 8단지입구사거리에서 수리산 산림욕장까지는 약 2km. 이 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거나 이제 막 산을 오르려고 걸음을 재촉하는 화려한 복장의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선캡과 마스크로 무장하고 운동중인 아줌마,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강아지를 산책 시키는 젊은 여성, 운동을 끝내고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학생 등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도 편안해 보인다. 파워 워킹을 하며 유쾌한 수다를 떠는 엄마와 딸의 모습에는 귀가 쫑긋거리기도 한다.
산 근처에 위치해서인지 이곳의 길은 완전한 평지도 아니고 우리에게 익숙한 직선 코스도 아니다. 중간 중간 커브길이 나타나고, 수리동 주민센터를 기점으로는 살짝 가파른 경사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쭉쭉 뻗은 나무와 곳곳에 피어난 꽃들을 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면 아무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
혹시, 수풀 특유의 내음이 강하게 코를 자극하고 있다면 ''수리산 산림욕장'' 근처에 도달한 것이다. 먼저 약수터에서 갈증을 해소 시켜줄 물을 나누어 마시고, 각시붓꽃, 기린초, 범부채 등 20여 종의 꽃이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들 꽃길''을 둘러 본 후, 산림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울창한 나무 숲 안에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운동기구에서 몸을 풀고, 작은 오두막처럼 생긴 ''은판나비 북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동화 속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낭만을 선사할 것이다.




한글

▶혼자 사색하며 걸어요




학의천 산책길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된 안양 학의천 산책길. 백운호수에서 안양7동 덕천교까지 약 7km의 구간에 조성된 길로 도보로 약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데 야생화와 각종 철새, 민물고기가 서식하기 때문에 볼거리도 많다. 산책로 주변에는 개나리가 활짝 피었고, 각 종 봄 꽃 들이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다.
“학의천 산책로는 걷기에 정말 좋은 길이에요. 우선 물이 깨끗해 물고기가 뛰어 노는 것,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보이고 공기가 너무 맑아요. 자연과 함께 하며 걷는 이 길은 전혀 답답하지 않아요.”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마치고 학의천 길을 30분씩 걷는다는 한 직장인을 만났다. 혼자서 사색하기에 이만한 데가 또 있느냐고 되묻던 그는 캔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벤치에서 일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학의천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포장된 길이 아닌 흙 길이 그대로 보존된 때문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벽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흙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또 어린시절 개울가에서나 봄직한 천둥오리, 왜가리, 참새를 비롯해 1급수에서나 산다는 물고기와 자라, 뱀까지 만날 수 있다. 가을에는 갈대밭이 무성해지면 그 운치는 더 해지고 겨울에는 눈 덮인 하천이 또 볼만하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여름밤이다. 무덥던 한 낮 기온과 달리 밤이 되면 선선해진 바람을 느끼며 걷는 길은 환상 그 자체이다. 




의왕 한글둘레길''
따뜻한 날씨에 북적대는 인파를 피해 혼자서 조용히 산책하고 싶다면, ''의왕 한글둘레길''로 가보자. 계원예술대학을 시작으로 갈미한글공원, 모락산 터널, 백운호수까지 이어지는 구간과 모락산 터널을 지나 임영대군 사당까지의 구간으로 나눠져 있는 한글둘레길은 혼자 걷기에 부담 없는 좋은 길이다.
계원예대 정문에서 완만한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이 길은 옆으로 보이는 계원예대 캠퍼스와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언덕들을 감상하며 오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언덕 사이에서 뛰어노는 다람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완만한 언덕이라도 오르막은 오르막. 숨이 차다 느낄 무렵 ''손골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완만한 구간인 손골삼거리에서는 한글을 테마로 조성한 ''갈미한글공원''을 만날 수 있다. 한글공원 건너편에는 한글을 주제로 한 조형 작품이 전시된 ''예술 공원''도 있다. 두 공원에 들러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한글둘레길 여정에 큰 즐거움이다. 또 둘레길에서 만나는 이러한 예술적 감흥들은 혼자 사색하는데 더없이 좋기도 하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을 조금 더 걸으면 한글 자음으로 장식된 모락산 터널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걸으면 마치 산 정상에 오른 것 마냥 반갑고 뿌듯하다. ''모락산 터널''을 지나면 이번엔 반가운 내리막이다. 모락산 풍경이 펼쳐져 주변 자연도 아름답다. 걸음이 한층 빨라지며 어느 새 백운호수와 임영대군 사당의 갈림길에 도착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가고 싶은 길을 따라 걸으며 둘레길 여정을 끝내면 된다. 이 길을 걷는 총 소요 시간은 왕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다. 




반월호수 둘레길
요즘 들어 생각이 많아졌다면 반월호수 주변을 걸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잔잔한 물결을 보며 불필요한 사념을 씻어버릴 수 있고, 반월호수를 감싸고 있는 둘레(?)길의 다양한 분위기를 맛본다면 혼자라도 결코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길은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빨간 풍차가 중앙에 자리 잡은 공원 안에 있다. 작고 아담한 이곳에는 가족단위나 연인단위로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이 많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이들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들이 나온 이웃들의 즐거운 웃음을 듣고 보다보면 나의 입가에도 선한 미소가 떠오른다.
공원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데크로 조성된 그야 말로 혼자 걷기 최적의 길이 시작된다. 호수와 길 밖에 보이지 않은 소박한 이 길은 홀로 낚시 대를 드리우고 시간을 보내는 강태공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계속해 길을 걷다 더 이상 나아갈 수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이제는 방향을 바꿔 오던 길로 되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왔던 길이 아닌, 계단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빨간색 자전거도로를 걸어보자. 아주 조금. 호수와 멀어졌을 뿐인데, 호수의 풍경이 달라 보이고 길가에 핀 꽃, 다소 어수선한 시골 풍경, 멀리보이는 수리산의 슬기봉 등 호수이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대가 맞는다면 다시 마주하게 될 공원의 벤치에 앉아 그림 같은 해질녘 풍경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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