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와 자격시험, 각종 기업의 신입사원 공채에서 여성합격자 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여풍’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어렵게 취업한 회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신과 출산 이후 일을 쉬거나 그만두는 경우 또한 많다. 육아에 대한 부담감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주 내일신문에서는 출산과 육아로 일정기간 경력이 단절됐지만 새롭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취업에 성공한 여성들을 만나보았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공통질문
1 센터를 찾기 전 어떤 일을 했나?
2 센터의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와 프로그램 과정 중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3 프로그램 수료후 취업은 어떻게?
4 현재 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나 앞으로의 비전은?
5 재취업 성공자로서 다른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영어독서지도사 윤혜정씨 (38세, 양천구 신월동)
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직업, 육아와 커리어 모두 잡고 싶어요
1. 제가 사범대학교를 나와서 일반사회 전공으로 교사자격증이 있어요. 학교 졸업하고 일반회사를 2년간 다니다가 교직에 대한 미련이 있어 사설학원 강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죠. 구로에 있는 학원의 특목고 입시전담 사회과목 팀장으로 4년간 일했어요. 사회과목 내신관리와 NI를 통한 면접요령, 면접 예상질문 등에 대한 강의를 했어요. 이후 목동에 있는 메가스터디 특목고 입시 강사로 1년 더 일하다가 야간에 일하는 학원강사 생활이 힘겨워 그만두고 결혼을 했지요. 결혼후 임신 중에도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가 2009년초 출산을 하게 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어요.
2. 제 경력단절기간은 육아로 인한 4년이에요. 아이가 4살이 돼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자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원강사를 다시 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도 어리고, 야간에 일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다른 일을 알아보았죠. 그러다가 서부여성발전센터 국비지원과정인 영어독서지도사과정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영어를 일정수준 이상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 중 취업의지가 확실한 여성들 22명을 뽑았어요. 2013년 3월부터 4개월간 주3회, 4시간씩 수업에 참여했죠. 전공과는 다른 영어과목이라 더 많이 준비하고 지각한번 안하고 수업을 충실히 들었어요. 여성발전센터 과정 수료후 실습과정으로 YH양천어린이영어센터 원어민수업 보조강사로 3개월간 일할 수 있었죠.
3. 실습이 끝난 후 센터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와 유아 및 초등대상 영어강의 2개를 맡아 가을과 겨울학기 총 6개월간 책임강사로 일을 했습니다. 저는 실습 나간 곳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잘 풀린 케이스이지만 다른 수강생들은 어린이 영어교육업체에 취업하거나 취업을 위해 여러 길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세요.
4. 예전 하던 일에 비해 시간사용도 자유롭고 영어교육이라 우리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보수는 예전 직업보다 못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은 주부들에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5. 30대 중반까지는 잘 몰랐는데 30대 후반이 되니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아이만 키울 때는 ‘다시 내가 일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어요. 우연히 접한 여성발전센터의 교육을 통해 평소 관심있던 분야에 대한 지식도 쌓고 취업의 기회도 잡게 돼 기뻐요. 다른 분들도 ‘난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이 평소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 교육을 받고 구직활동도 열심히 하다보면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체험해설사 김미향씨 (57세, 영등포구 양평동)
자원봉사활동 덕분에 진로를 찾게 됐어요
1. 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생활을 1년 남짓했어요. 저희 때만해도 여자들은 결혼하면 다들 직장을 그만두는 분위기라 저도 결혼하면서 그만두었죠. 20대 초반에 결혼해 1남1녀의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바쁘게 지냈죠.
2. 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던 해부터 심심하고 무료했어요. 뭔가 배워보려고 찾아보던 중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하는 예절지도사과정이 눈에 들어왔죠. 수료증을 받았으니 자원봉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영등포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도우미 자원봉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3개월간 봉사활동을 하다가 등촌 사회복지관에서 하는 저소득층 아동 돌봄교실 학습도우미로 3년간 일했어요. 그 후 구로사회복지관에서도 초등 고학년 대상 학습도우미로 15개월 일했구요. 자원봉사기간에 방과후교사(역사 논술분야)자격증도 땄어요. 원래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사자격증대비 스터디모임을 가졌는데, 그곳의 지인이 제게 초등학생을 위한 박물관 투어를 해보면 잘 할 것 같다며 영등포 여성인력개발센터의 문화체험해설사 과정을 알려 주었어요. 2개월간 매일 4시간씩 총160시간의 만만치 않은 수업이었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죠.
3. 과정을 수료하고 센터에서 취업 알선을 여러군데 해주셨어요. 제 스스로 찾아보기도 했구요. 그러다가 작년말 (주)핵교라는 어린이 체험활동전문기업에 문화체험해설사로 들어가게 됐어요. 아무래도 예전 학습도우미 자원봉사활동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4. 요즘 아이들은 암기를 통한 역사적 지식은 풍부하지만 현장은 잘 몰라요. 저는 어려운 이론보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활동위주의 문화체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 일이 보수는 작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제 나이에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구요.
5. 저는 20년간 전업주부로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여성센터의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활동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저도 제가 뭘 잘하는지 몰랐는데 겪고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방과후교사 자격증도 따고, 한국사1급 자격증까지 딴 것 같아요. 취업에 성공하기 전까지 여러 곳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탈락했어요. 실망도 많이 하고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다시 도전했어요. 다른 경력단절여성들도 몇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집 급식조리사 김미영씨 (48세, 양천구 신월동)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발전시켜요
1. 결혼을 일찍 해서 올해 큰아이가 대학에 입학했고, 둘째는 고등학생이에요. 아이들이 학원 가는 걸 싫어해 집에서 제가 공부를 도와주었죠. 남편도 엄마는 집에서 아이들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직장생활을 할 생각도 못했어요. 전업주부였지만 인터넷 카페에 요리사진과 레시피, 생활소품을 만들어 사진 올리는 활동을 하고 틈틈히 부업도 했어요.
2. 큰애가 고3이 되니 아이들 교육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저도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죠. 친한 언니가 직장어린이집 급식조리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그 일을 추천했어요. 관련 교육을 알아보던 중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국비지원 어린이단체급식 조리과정 수강생을 모집하더라구요.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고 3개월간 교육을 받았지요. 일주일에 4번, 하루 4시간씩 교육을 받고 한식조리사 자격증 시험준비도 시켜주는 과정이었어요. 자격증 시험땐 무척 떨렸지만 요리 순서를 전부 외울 정도로 연습한 덕분에 합격하게 됐어요. 특히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고 격려도 해줘서 큰 힘이 됐죠.
3. 자격증을 빨리 따서 비교적 여유있게 구직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센터의 도움으로 병설유치원과 대형병원에서 급식 조리사로 실습했구요. 이후 제 스스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신예랑 어린이집 조리사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했고,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어요.
4. 저는 현재 하는 일에 매우 만족해요. 요리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이고 어린이집이라 일하는 환경도 좋아요. 자격증을 따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어려운 고비를 넘기니 이렇게 취업을 해서 제 일을 하고 있네요. 애들도 이제 다 컸으니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5. 3개월간 교육을 받으면서 수업시간 외에 집에서도 실습을 하고 요리 레시피도 많이 공부했어요. 당시 고3이었던 딸에게 본보기가 돼야한다는 생각으로 자격증 시험 준비도 열심히 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잘 찾아 교육을 받으면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한 두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한다면 결국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어요.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여성인력개발센터 교육 프로그램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이 혼자서 구직활동을 하는 것 보다는 거주지에서 가까운 여성개발센터를 이용하면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시 자치구 25개 중 17개구에서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 강서, 양천, 영등포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교육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강서여성인력개발센터
1996년 설립됐으며 서울시 지정교육기관으로 여성자원금고에서 운영한다. 여성들을 위한 전문직업교육 및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직업상담과 취업정보제공, 집단상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특색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며 직업세미나, 리크루트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주소 강서구 화곡6동 958-12 화곡빌딩 5층
문의 02-2692-4549 www.hrbks.or.kr
서부여성발전센터
1997년 설립됐으며 서울시 위탁교육기관으로 설립 당시 서울시 직영으로 운영되다 2002년부터 (사)대한어머니회 중앙연합회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전문직업교육 및 여성생활문화 교육, 체육 및 지역복지서비스를 담당한다.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1층에는 교육생들을 위한 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주소 양천구 남부순환로 371 서부여성발전센터
문의 02-2607-8691 http://seobu.seoulwomen.or.kr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
1998년 노동부지원 금천 일하는 여성의 집으로 개관해 2010년 영등포 여성인력개발센터로 이전, 명칭을 변경했다. 서울시 지정기관이며 서울YWCA에서 운영한다. 각종 직업교육 및 취업알선에 적극적이먀 여성들의 경제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주소 영등포구 영중로 61 극동빌딩
문의 02-858-4514 www.ywcajo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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