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유쾌한 향수에 젖어드는 성인 동화

지역내일 2014-03-31

지난 3월 20일 개봉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기발한 스토리, 환상적인 영상, 절제된 연기로 우리를 유럽의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호텔 지배인과 로비 보이의 미스터리 어드벤처로 러닝타임 100분간 유쾌한 환상의 세계를 선사한다. 

그랜드


미스터리 사건 속으로 빠져드는 황홀한 모험
돈 많은 귀족들이 휴양 차 머물고 가는 알프스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살된다. 그녀는 죽기 직전 유언으로 그녀의 노년을 행복하게 해준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에게 가문의 애장품인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남긴다.
막대한 유산을 노리고 있던 큰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거금의 미술품을 순순히 넘길 수 없어 구스타브를 마담 D의 살해용의자로 몰아가고, 구스타브는 즉각 체포돼 감옥에 갇힌다. 드미트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무자비한 킬러 조플링(윌렘 대포)으로 하여금 사건과 연루된 증인뿐만 아니라 유언집행 변호사마저 살해하도록 지시한다.
호텔 지배인으로서 몸에 밴 친절과 성실성을 지닌 구스타브는 감옥에서도 이내 친구들이 따르게 되고, 충실한 호텔 로비 보이였던 제로(토니 레볼로리) 또한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돕게 되면서 이들의 모험은 시작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영상과 완벽한 연기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동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황금기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아직 기품을 간직한 호텔의 외관, 엘리베이터가 아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야할 만큼 산꼭대기에 지어진 신비스러움 등은 바로 동화 속의 배경이다. 호텔을 보자마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화의 화면은 193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시공간을 넘나들 때마다 화면비율이 시대에 맞춰 달라진다. 마치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시대로 한 발짝 들어서게 되는 기분이다. 1985년을 시작으로 과거에서 다시 대과거로 들어가는 액자구조식 스토리는 줄어드는 화면과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초호화 캐스팅된 명품 배우들의 화려하지 않은 절제된 연기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발전하는 구스타브와 제로의 역할을 맡은 랄프 파인즈와 토니 레볼로리는 완벽한 연기호흡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윌렘 대포 등은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연기로 잔잔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기발한 스토리텔링에 맞춘 완벽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그랜드2


해피엔딩이 아님에도 한없이 유쾌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스쳐지나가는 구스타브의 문란한 성생활, 훔쳐간 명화 대신 걸린 그림의 선정성, 킬러와 탈옥수의 잔혹한 살인 등 분명 영화는 섬뜩하고 씁쓸한 장면을 포함한다. 더구나 영화의 주된 화자인 제로의 삶도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거부는 되었지만 젊은 시절 가족을 잃고 쓸쓸한 노년을 보낼 뿐이다.
그런데도 영화는 전혀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보는 내내 유쾌하다. 잔인한 장면은 리얼하지 않고 코믹하게 그 흔적만 보이고, 슬픔이 묻어나는 장면은 간결하고 신속하게 지나간다. 반면 아름다운 영상은 오래도록 눈이 부시고, 잔잔한 의리와 인정, 그리고 추억이 곳곳에 숨어있다. 곱씹을수록 행복해지는 영화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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