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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연극배우 김태현

시민들이 만든 예술 ‘웰컴 투 시민예술시대’ 올려

지역내일 2013-12-19

모두에게 ‘다사다난’ 했던 한 해지만 올해 이 사람처럼 바쁘게 산 사람이 있었을까? 대학로 소극장과 경기도문화의 전당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4개 작품을 공연하고 주민센터와 초등학교 등 안산시내 8개 크고 작은 모임에서 연극 수업을 진행한 그. 그래서 늘 그의 페이스북은 새로운 소식으로 가득했고 드디어 시민들이 만든 연극을 모아 연말 무대까지 기획했단다. 안산에 뿌리를 둔 극단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대표였던 김태현씨의 이야기다.

김태현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 연극 교육 예술 텃밭 일궈
“올해 건강 때문에 극단 걸판 활동을 쉴 수 밖에 없었다. 매일같이 전국을 순회해야하는 걸판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그동안 하고 싶었던 연극교육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이것저것 교육 의뢰가 오면 다 맡게 됐다”는 김태현씨.
올 한해 그에게 연기수업을 받은 시민극단은 무려 8개. 와동 작은도서관 와리마루의 어린이 극단은 4년째 활동 중이고, 송호중학교 청소년극단 ‘틴시어터’, 안산초 어린이극단 ‘눈꽃’, 안산문화재단 연극강좌 시민들로 이뤄진 ‘안산시민극단’ ‘고려인극단’ 등이다. 연기수업은 수업으로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극단이 꾸려진다.
“60대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까지 포함된 안산시민극단은 참 재미있는 극단이에요. 올해 문화재단 연극 강좌를 들은 시민들인데 그동안 묵혀왔던 삶의 이야기며 오래된 감정들이 연기를 통해 묻어나죠. 매회 공연이 감동입니다”고 말한다. 안산시민극단이 만든 ‘딩동 열려라 주민센터’는 외부초청공연도 이뤄질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기.... 내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세익스피어를 비롯해 고전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바로 그 연극이 삶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삶과 맞닿는 연극을 만드는 것 그것이 걸판의 목표이며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다”는 김태현씨.
시민 연극 수업을 진행하며 연기를 통해 변화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한 한 해였다. 그들이 연극을 마친 후 보여준 모습과 말 한마디는 무대 위 연기보다 강한 울림이 되어 그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40대 후반 평범한 아주머니였던 한 분은 무대에서 덜덜 떨면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와 펑펑 우셨다. 그분이‘평생 아내와 엄마로 살아왔는데 연극을 통해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며 인생 이모작이 바로 지금부터 시작됐다’ 며 행복한 눈물을 흘리시는데 연극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느낄수 있었다”는 김태현씨.


재미있게 배우는 ‘연기’ 누구나 할 수 있어
김태현씨의 연기수업은 어렵지 않다. 발성이나 몸짓 등 연극적인 기술보다는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에 중심을 두다보니 어려운 연기의 기술을 익히기 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연기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내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을 갖고 시작한다. 연기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거다. 수업 초반엔 재미있게 접근하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자기 이야기 만큼 좋은 소재는 없을 것. 그러다 보니 직접 대본을 쓰기도 하면서 연극이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극들이 오는 27일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달맞이극장 무대에 오른다. 태현씨가 지도한 연극 극단 3개팀과 주부들의 난타 동아리 ‘난타 in 안산’과 풍물마당 ‘터주’, 정유숙 판소리 강습생들의 무대도 마련됐다. 여기에 청소년 밴드, 감골주민회 엄마와 아이들의 헨드밸 연주 등 지난 일년동안 예술을 경험한 시민들이 모두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름하여 ‘웰컴 투 시민예술시대’다.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시민예술시대’
“무대에 오르는 사람만 80여명이에요. 분장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이다”는 김태현씨. 하지만 그의 얼굴엔 ‘행복한 고민’이라 쓰여 있다.
예술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건 그의 오랜 소원이었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일. “사람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서 예술을 멀리한다. 그런데 예술은 정말 먹고 살기에 빠듯한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그. 그래서 시작한 연극 강의가 ‘웰컴 투 시민예술시대’무대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엔 도와주는 친구들도 있으니 더 많은 사람들과 연극을 해야죠. 연극을 본 사람들이 극장 문을 나가며 ‘아버지한테 전화 한통 해야지’ 생각이 드는 연극. 그렇게 삶과 맞닿은 연극을 만들어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이 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김태현 대표. 내년 그가 안산사람들과 만들어낼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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