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아!
네가 전화했을 때 선생님은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동안 선생님을 믿어줘서. 그리고 열심히 해 줘서.
작년 12월 너를 학원에서 처음 보았을 때 너는 좀 위축되어 보이는 평범한 여학생이었지. 무엇이든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널 보았을 때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넌 참 국어를 어려워했지. 특히 문학을. 그런 네가 논술에 도전했을 때 가능성을 믿은 사람이 몇사람이나 있었을까? 아마 너도 믿지 못했을 거야.
처음 네가 논술 답안을 썼을 때 선생님은 표정을 읽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단다. 시작은 참 별로였어. 답안은 제시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핵심을 빗나갔고, 어휘 선택은 형편없었지. 그나마 문장의 호응이 나쁘지 않았던 게 유일한 위안이었지. 몇 달 동안이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지. 그저 그런 답안이 계속해서 나왔고, 네가 스스로 생각을 할 때까지 도와주지 않는 선생님이 야속하기도 했겠지. 첨삭할 때 가끔 흘리던 눈물이 그걸 대변하는 것도 같았어. 그런데 너는 포기하지 않았어. 첨삭을 받은 후에도 어떻게 쓰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계속 물었지. 솔직히 성가시기도 했어. 밖에 첨삭받을 아이들이 몇 명이나 기다리는 데도 계속 질문을 해대는 네가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했어. 그런데 그런 너의 집요함이 오늘의 너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해.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넌 특유의 집요함을 보였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자기소개서의 특성상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그걸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권했을 때 그걸 받아들인 너의 용기도 훌륭했어. 한 자, 한 자까지 세심하게 수정한 내용을 모두 기억할 만큼 너는 최선을 다했었지.
그런데 보영아! 선생님이 정말 기쁜 건 올해 수험생활을 하면서 네가 달라졌다는 거야.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거지. 너의 어머니도 그 부분을 말씀하시더라.
선생님이 생각하는 건 사람이 먼저라는 거야. (무슨 광고문구 같네. ㅋ) 공부든 뭐든 사람을 살리는 것이 되어야지 죽이는 게 돼서는 안되니까. 그게 우리끼리 얘기하던 논술정신 아니겠니?
선생님 생각에 대학입시는 멘탈게임이야. 선생님은 일찍이 승부의 세계에 있어봐서 잘 알아. 바둑에서 내가 현재 이기고(앞서고) 있다고 해서 결과도 꼭 이기는 건 아니고, 지고(뒤지고) 있다고 해서 결과도 꼭 지는 것은 아니지. 9월 모의 수능 때까지만 해도 넌 주변의 학생들에게 많이 뒤쳐졌다고 생각했겠지만 이젠 오히려 앞서게 되었잖아.
하지만 이것도 잊지마라. 지금 네가 앞선 것처럼 보여도 또 나중에 뒤쳐질 수 있다고. 그러니까 애초에 앞선다, 뒤진다, 라는 잣대로 현상을 바라보지 말라고. 그냥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해야 한다고.
이제 너는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구나. 이 또한 네가 잘 선택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선생님이 했던 말 잊지 마라. 너는 국어를 어려워했던 만큼 훌륭한 국어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 ※ 위 학생은 수시논술 일반선발로 고려대 국문과에, 입사관 전형으로 연세대 국문과와 이화여대 국어교육과에 합격하였습니다.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학교와 이름은 생략합니다.)
나의 다짐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뭘까? 필자가 꼽고 싶은 건 3가지다.
① 학생의 자질과 의욕
② 선생님의 능력과 가치관
③ 학부모의 신뢰
노량진 단과 강사였던 필자는 한 강의실에서 20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것이 누구를 위한 강의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단과를 거친 강사들은 무한경쟁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강의력이 성장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노량진 단과 시장은 교육을 몇 만원에 사고 파는 상품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수시 전형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입시에 문외한인 강사들의 과목 이기주의는 많은 학생들의 입시에 장애물이 되었다.
필자는 늘 고민한다. ’교육자로서의 나‘와 ’생활인으로서의 나‘의 간극이 가급적 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의 삶이 부끄러운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로 인해서 꽃다운 아이들이 혹시라도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으면 반드시 변한다. 필자는 십수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의 능력과 바른 가치관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강의를 더 가다듬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재를 더 잘 만들자,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잘 살펴서 손잡아주고,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메워주고, 시를 읽는 나의 목소리에 섞인 감동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도록 진심으로 감동하자, 학부모님들에게 더욱 신뢰를 줄 수 있는 학원을 만들어가고, 주변 사람들에게 빛을 던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목동의 제일 든든한 국어?논술학원을 만들자. 오늘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윤권호 국어논술 학원
원장 윤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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