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불개미가 많으면 부자가 된다

지역내일 2013-12-08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전통방식으로 지은 흙집이었는데, 붉은 빛을 띠는 아주 작은 개미들이 많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불개미가 많으면 집이 부자가 될 징조라고 하시며 개미를 퇴치하려하기보다는 오히려 공생을 자랑스럽게까지 여기시는 눈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학교에 도착하여 가방을 풀고 교과서와 공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하얀 공책 위로 이 빨간 것이 꾸물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순간 당황하여 쓸어버릴까 싶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것을 볼펜 뚜껑에 담아 감금해두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뚜껑을 열어보니 멀쩡하게 살아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저는 이 불개미를 길 잃은 미아처럼 생각하여 조심조심 집으로 데리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사소한 에피소드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개미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개미는 나를 코끼리나 맘모스 쯤으로 여긴 것일까? 아니면 기차나 배? 아주 우연히 운 없게도 사람의 몸에 올라타게 되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개미의 의도를 알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는 중요한 사실이 내재합니다. 서로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며 이 두 세계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믿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상생의 삶’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우리 교육기사를 보면 답답하고 머리가 너무 어지럽습니다. 언제부턴가 정치에서나 들먹이던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가 교육기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고, 정시와 수시가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었다가 줄다리기를 반복하고, 한 쪽에서는 논술을 폐지한다고 난리고 또 한쪽에서는 논술을 정규과목으로 포함시킨다고 하고... 많은 부모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혼란과 갈등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교육현실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이(利(덧말:이))마저 대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상생의 에피소드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함께 있지만 서로 다른 눈을 가지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개미와 사람의 관계와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진정으로 우리가 상생을 원한다면 설사 그것이 “불개미가 많으면 집이 부자가 된다”는 미신일지라도 서로를 믿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강 원장
미담 언어교육 연구소장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신들린 언어논술 학원장
해법독서논술 대전 북부 지사장
문의 042-477-7788 / www.sindl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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