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43·가명)씨는 사람을 대하기가 불안하다. 최근 1주일 사이 네 번이나 같은 아파트 주민이나 상가의 상인들과 싸웠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가며 싸우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구경꾼들로 둘러싸인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 집 밖으로 나가기 불편한 지경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10살 아들에게조차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은 실수나 장난에도 아들을 향한 분을 참지 못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거나 손찌검을 하고 후회를 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씨는 ‘내가 이러다 큰일을 치겠구나’ 싶은 마음과 부글부글 끓는 원인모를 분노와 자책감 우울감 불안증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충동조절장애, 간헐적폭발적장애 등은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병행해야 =
부당한 일을 강요받거나 자신의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때 사람들은 누구나 분노한다. 그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처럼 본인이나 타인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장애를 느낀다면 전문가의 도움과 진단이 필요한 때다.
막상 정신과 병원을 찾는 일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주저된다면 지역의 정신보건센터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신보건센터에서는 전화예약을 통해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상담과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 거주지 부근의 정신과 병원으로 안내해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돕고 의료비도 지원한다.
아산시 정신보건센터 최재원 공보의는 “가해진 스트레스나 자극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 비정상적 범주의 반응을 보일 때 ‘충동조절장애’나 ‘간헐적폭발적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으로 진단한다”며 “이 같은 질환은 작은 자극에도 지나친 분노를 불시에 혹은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증상으로 병적 도벽, 도박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질환으로 진단을 받으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최 공보의는 “스트레스에 의한 분노조절 장애 증상은 심리치료나 상담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며 “정신과 치료의 목적은 정상적 범주 이상의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과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치료를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에서는 치료를 통해 증상을 없애주는 일을 한다. 지나친 기대로 병원을 찾았다가 괴리감을 느끼는 환자가 종종 있다.
자기수용감 높은 사람, 일관된 안정감 보여 =
더나은내일아동·가족상담센터 임행정 소장은 “사람들마다 각자 분량의 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컵이 넘치면 분노조절의 증상을 나타나게 된다”며 “일단 그 컵을 조금이라도 비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부정적인 말과 비난으로 가득 찬 컵을 인정과 정서적 지지를 통해 조금씩 비워낼 수 있다. 아이의 경우 그 역할은 가장 가까이서 대하는 부모 또는 주양육자가 해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임행정 소장은 “분노는 불안에서 기인한다”며 “화가 난 사람의 원인을 찾아 인식시켜 주면 상담을 통해 마음 밑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가 급격한 발전을 이루면서 각 개인이 인정받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데서 불안감이 양산되고 그 불안이 끝없는 두려움과 분노를 야기 시킬 수 있다. 과거에는 대가족 안에서 부모 외 여러 어른들에게서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자랄 수 있었는데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를 통해 부모에게서 공급받지 못한 것은 누구에게서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성장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지 못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엄마 밑에 자란 아이가 자기수용을 하지 못한 경우, 약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 반응이나 자극적인 분노를 표출한다. ‘자기수용’이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어떤 외부성취나 성공을 기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고유한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서 일관된 안정감을 얻게 된다.
임 소장은 “상담을 통해 화가 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한다”며 “그 후 칭찬과 격려를 통해 분노표출의 방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고 말했다.
내담자는 상담을 통해 선순환을 경험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상담에 참여하게 되고, 참여와 의지에 비례해 증상은 호전되게 마련이다.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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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537-3456 알코올상담 537-3334 ? 3332 ? 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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