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정경희 바느질 작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은 ‘엄마’, 난 엄마여서 행복한 사람”

지역내일 2013-11-14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은 무엇일까요? 사랑, 행복... 듣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말들이참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 들어도, 언제 내뱉어도 포근히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말, 보이지 않는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말, 가슴 한 쪽이 아련해지면서 그리움은 절절해지는 말  ‘엄마’가 아닐까요? 바느질 작가 정경희 작가는 ‘엄마’라는 말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여인입니다. ‘엄마’라는 말을 하루 백번 들어도 언제나 좋다는 그녀를 만나러, 그녀의 집 <해든 아침>을 찾았습니다. 


그녀의 영원한 친구, 바늘과 실
 바느질 작가답게 그녀의 집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녀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 정성어린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계단 한 쪽이 원래부터 제 자리인 듯 곱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조각 이불, 어느 명품 가방 못지않은 자태를 뽐내는 천 가방들, 낡은 쇼파도 세상의 단 하나 작품으로 둔갑시켜버린 커버. 돈 주고 살 수 없는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집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모았다는 그릇과 찻잔, 그녀의 바느질 친구가 되어주는 앙증맞은 자기 인형들은 마치 작은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손수 꾸민 예쁜 집에서 살고 싶은 여자들의 바람이 그대로 묻어난 집. 그녀가 제일 사랑하는 공간 <해든 아침>이다. 
 어릴 적부터 6남매의 옷을 일일이 직접 입히셨다던 어머니의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아서일까. 그녀는 바느질을 자신의 친구이자,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바느질은 이제 ‘바느질’이 아닌 생활 그 자체가 된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끼는 천을 매만지며 오늘은 뭘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하는 재미에, 하루가 신나죠”라고 정경희 씨는 말한다. 바느질이 엮어준 수많은 인연들도 그녀에겐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일주일에 두어 번 헤이리에서 바느질 강좌를 하고, 그녀의 집으로 직접 찾아오거나 블로그를 통해 연을 맺는 많은 사람들. 그녀는 그 인연들이 늘 고맙고, 소중하다.
 
 <삶이란 꼭 바느질 같다. 한 조각씩 이어가는 것. 좋은 기억과 저릿했던 순간들. 내 살점 같은 시간들을 잘 여며서 인생이라는 큰 작품으로 만드는 거니까. 나에게 바느질은 또 하나의 인생이다.- 본문 中->
 
 세상 많은 엄마들에게 작은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고 싶어
 많은 주부들이 부러워하는 솜씨를 가진 그녀. 그런데도 그녀가 펴낸 책 앞에서는 유독 겸손하고 수줍어한다.
“남들보다 대단한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도 아닌데, 책을 펴내는 게 부끄럽기도 했어요. 나의 소소한 재미들을 모았을 뿐인데, 이를 좋게 봐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세상 많은 엄마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작게나마 전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책 <엄마가 좋아>를 펴내게 됐다.  책은 그녀의 바느질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시사철 다채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그녀의 집 <해든 아침>에서의 일상을 잔잔하게 소개하고 있다.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는 5월엔 장미그늘에 앉아 수를 놓는 여유를 부리고, 볕 좋은 가을엔 배춧잎, 무청을 채반에 말리고, 겨울 간식으로 제격인 곶감이 익어가는 것을 보며  사계절의 재미를 그녀의 집에서 누리고 산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녀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까닭은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진리를 알고 있지만, 제대로 누리고 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세상 엄마들에게 작은 목소리를 낸다.
“엄마들이 육아로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 저도 알고 있답니다. 그런 분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건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잊고 지내는 엄마들이 많죠. 그럴 때는 과감히 무엇이든지 도전해보세요. 그게 사는 재미죠”


가족은 나의 힘 
 그녀 생활의 중심은 늘 가족이다. 그녀가 가족들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은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편이 고된 바깥일을 끝내고 돌아올 때, 자녀들이 따뜻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올 때 소박하지만 따뜻한 저녁 한 상 차려놓고 두 팔 벌려 맞이하는 그녀. 정경희 작가는 “언제나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살아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가족을 뒤로 제쳐 놓은 적은 없던 것 같아요. 가족은 가장 소중한 나의 인연이죠”라고 이야기한다. 혹자는 그렇게 바지런함을 떨면 힘들고 피곤하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지겠지만, 자신의 부지런함으로 인해 가족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쁘기만 하다는 그녀다.
 봄에는 온 가족이 모여 마당에 야생화를 심고, 가을엔 둘러 앉아 감을 깎아가며 겨울철 먹을 곶감 생각에 행복해한다. 온 가족이 손가락을 찔려가며 만들었다는 찔레 까치밥 리스는 정겹기만 하다. 아들이 글을 쓰고 남편이 서각했다는 문패 <해든 아침>이 유독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그녀 가족들의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휴일에는 쇼파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살을 부비 대며 노는 것을 즐긴다는 그녀의 가족. 조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 풍경이 부러운 것은 리포터만이 아닐 것 같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무한하다. 그녀는 책 제목처럼 ‘엄마가 좋아’라는 말을 듣고 사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단다. 어릴 적 자녀들이 손수 그려준 그림 하나, 글 한 귀까지 고이 모셔뒀다 수를 놓아 이불을 만들고, 미래 자녀의 아이들이 입고 덮을 옷가지들을 벌써부터 준비하며 설레어하는 정경희 씨다. 애정이 넘친다 하여 아이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강요해 본 적은 없다. 가장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정경희 씨는 잘 알고 있다.
 “자녀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그것이 좋은 엄마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요. 안타깝게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에, 엄마들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어졌죠. 하지만 자녀들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는 친구가 되어준다면, 자녀들도 엄마를 최고의 친구로 생각하게 될 거예요”
 명문대에 합격한 것 보다, 무엇보다 가족을 늘 위하고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그녀가 그들의 ‘엄마’인 지금이 가장 행복한 이유다.


 <“엄마가 좋아, 참 좋은 말입니다. 평생 들어도 좋을 말. 이렇게 귀한 말을 내 책의 제목으로 붙일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내 아이들이 좋다면야 엄마인 내가 무엇을 못 할까요. 내가 있어서 내 아이들이 행복하기를...그 마음 외에 무엇이 더 있던가요” -에필로그 中>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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