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로 나들이 갈까?” “한밭에 가고 싶어.” “파랑새~, 나는 뒷산!” 이색적인 대화가 오간다. 누구의 대화일까? 바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은 교사를 ‘선생님’이라는 호칭대신 ‘파랑새’ ‘봄비’같은 별명으로 부른다. 아이들을 보육의 대상으로 보는 것보다 공동체의 한 주체로 평등하게 대하기 위해서다. 이들 어린이집은 부모 교사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기르자는 신념아래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유아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건강하게 더불어 사는 교육을 중시한다. 우리지역에 있는 공동 육아 어린이집을 찾아보았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자연친화적인 환경, 놀이 위주 활동이 장점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말 그대로 아이를 ‘함께 키우자’는 취지로 생겨났다. 어린이집의 주체는 원장이 아닌 부모와 교사들로 부모들은 분야별 모임을 통해 실질적으로 어린이집 운영과 교육, 재정 등 각종 현안에 적극 관여한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인위적인 주입식 인지교육을 지양해 영어나 학습지 등과 같은 수업을 하지 않는다. ''터전''이라 부르는 어린이집 건물은 주로 도시 외곽, 자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날마다 나들이를 가는 것이 특징이다. 나들이는 종종 오후 활동으로 이어져 채집해온 자연물로 만들기를 하거나 나들이 장소에서 얻은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본다. 절기에 따른 세시풍속을 말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활동을 직접 해본다. 단오나 정월대보름 같은 때는 부모들도 참여해 어린이집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늦가을에는 다함께 김장을 담근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제공을 최소화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내고 관계를 맺으며 놀도록 한다. 급식은 주로 농촌과 유기농 직거래를 하거나 생협을 통해 친환경 급식을 제공한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지양해 아이는 교사의 별명을 부르고 평어를 쓰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소통한다. 부모와 교사, 부모끼리도 별명으로 소통하며 평등한 인격체로 서로를 대한다. 또 형제자매가 적은 요즘 현실에서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의 기쁨을 배우게 하기 위해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가고, 부모 간에 남의 아이도 내 아이처럼 서로 돌봐주는 문화를 지향한다. 그로 인해 이웃 간에 교류가 드문 요즘 아이와 더불어 부모 간 교류도 활성화 되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의 참여가 아주 적극적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아빠들의 자녀 교육 참여가 엄마들에 비해 부족한데 이곳은 아빠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반별 모임, 총회, 각종 운영에 관계된 모임과 일일 교사, 어린이집 청소 등 부모가 해야 할 일들이 일반 유치원에 비해 훨씬 많다. 부모에게 권리와 의무가 많이 주어지기에 지원 전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일반 유치원과 달리 보육료 외 출자금 가입비 등이 있으니 각 원별로 문의를 요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도 정부에서 만 0~5세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야호 어린이집
1997년 개원, 오랜 역사를 지닌 야호 어린이집은 성석동 진밭 마을에 3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어 터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근에 야산과 공터가 있어 아이들은 자연으로 매일 나들이를, 매달 한 번씩은 호수공원 도서관 재래시장 등으로 긴 나들이를 간다. 주변에 농가가 많아 마을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며 계절에 따라 농작물이 자라는 것도 관찰할 수 있다. 현재 3~7세반을 각각 운영 중인데, 주 1~2회는 모든 반이 함께 연령 통합 교육을 한다. 2006년 3월에는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으로부터 장애우 통합교육 모범 조합상을 받았다. 총 38명의 아이들이 교사 7명(영양 교사, 장애아동 특수교사 포함)과 함께 지내고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조합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육료를 차등 적용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7시 반~오후 7시(토요일은 오후 3시)이다.
모집: 3세 1명, 6~7세 2명
주소: 동구 성석동 564(전원주택 단지 내)
문의: 031-977-4788, 010-3709-6580(잎싹, 지우 엄마)
여럿이 함께 어린이집
2003년 개원한 여럿이 함께 어린이집은 성석동 소박한 1층짜리 단독주택에 둥지를 틀었다. 넉넉한 마당과 널찍한 모래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이 뛰놀기에 좋다. 뒤꼍 텃밭에는 울타리를 타고 콩이 자라고 상추 딸기 오이 배추 무 같은 채소를 심어 가꾼다. 수확한 채소는 아이들 점심 반찬으로 상에 오른다. 주변에는 언덕과 공터, 논밭이 있어 도시 근교의 한적한 시골 마을 정취가 살아있다. 인근에는 소를 키우는 목장이 있어 아이들은 소를 보러 가기도 한다. 매일 근처 나들이 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먼 나들이를 간다. 현재 5~7세 반, 총 20명의 아이들이 각 반별로 활동을 하거나 마루에서 다 함께 신나게 놀기도 한다. 여럿이 함께 어린이집은 반일제 어린이집으로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40분~오후 1시 50분이다. 등하원시 셔틀 버스를 운영한다.
모집: 5세 2명, 6세 6명
주소: 일산 동구 성석동 415-11
문의: 031-977-2382, 010-8724-3993(홍보 이사)
도토리 어린이집
1999년 덕양구 공동육아조합이 도내동에 문을 열어 보건복지부 평가 인증을 받은 전일제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 주변에 들판 뒷산 배 과수원 연못 주말 농장 등이 있어 아이들은 나들이를 나가 벌레나 뱀 허물을 발견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영구 터전인 2층 단독 주택 앞에는 마당이 있어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즐기고 한 귀퉁이에 텃밭에 상추 고추를 가꾼다. 올해는 소량이지만 벼 수확 체험도 했다. 현재 영아반(만 24개월부터 4세까지)과 5세 6세 7세반 총 37명의 아이들이 교사 6명(영양교사 포함)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5~7세는 반은 따로 구성돼 있지만 나들이나 들살이 갈 때는 같이 가서 다함께 어울려 논다. 어린이집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반~오후 7시 반이다. 조합에서는 2010년에 도토리어린이집 졸업생들을 주축으로 도내동에 초등 대안학교인 ‘고양우리학교’도 열었다.
모집: 5세 2~3명, 6세 1~2명
위치: 덕양구 도내동 592-3
문의: 031-967-3480
도깨비 어린이집
2001년 덕양구에 문을 연 전일제 어린이집이다. 아이들이 ‘미로산’ ‘뒹구르는 산’이라고 부르는 나지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마을에 위치해있다. 터전 앞에는 마당과 아빠들이 힘을 합쳐 만든 놀이터, 텃밭 등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텃밭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체험활동을 위해 운영하는 텃밭과 가족별로 운영하는 텃밭이 있다. 아이들은 나들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나쁜 날씨가 아니면 매일 동네 뒷산, 농업 박물관 등으로 나들이를 간다.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장이나 전시장 산 등으로 먼 나들이를 간다. 현재 5세 6세 7세 반 총 20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으며,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오전 9시 반~오후 7시이다. 셔틀버스는 하원 시에만 운영(등원 시에는 카풀 이용) 한다.\
모집: 5세 7명, 6세 1~2명
주소: 덕양구 원흥동 410-6
문의: 031-969-3412
나무를 키우는 햇살 어린이집
2005년 덕양구 대장동에 문을 연 전일제 어린이집이다. 올해 3호선 대곡역 근처 2층 건물을 영구 터전으로 마련해 현재 원아는 20명이지만 앞으로는 30명까지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어린이집 주변에 작은 언덕과 논밭들이 많아 아이들이 매일 나들이 가는 곳에서는 여러 가지 야생화도 보고, 소나무 숲 딱따구리 소리도 듣는다. 근처에 대곡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맘껏 뛰놀 수 있다. 어린이집 앞에 있는 주말 농장은 아이들의 생태 교육 현장이다. 조금 걸어 나가면 대곡역이 있고 화정역에서 마을버스가 있어 대중교통으로 등하원이 가능하다. 현재 4세 5세 6~7세반을 운영하며 운영시간은 오전 8시~오후 7시이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조합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출자금과 보육료를 차등 적용한다.
모집: 3세 4명, 4,5세 각 2명, 6세(남) 1명
주소: 덕양구 대장동 240-2
문의: 031-967-5995, 010-3922-1486
반딧불이 어린이집
''작지만 반짝반짝 세상을 고루 비추자''는 의미의 반딧불이 어린이집은 2003년 개원해 지난해 영구 터전을 마련했다. 새로 이사한 터전은 야트막한 동산과 전원주택 몇 채가 있는 조용한 시골 동네의 2층짜리 단독 주택이다. 터전 앞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운동회 등 어린이집 행사를 할 수 있는 마당이 있다. 아이들은 옆 마당 그늘막이 쳐진 모래밭에서 모래 놀이를 즐긴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텃밭을 가꿔 밭작물을 직접 길러 먹는다. 현재 4세 5세 6세 7세반 총 31명의 아이들이 보조교사와 영양교사 포함 총7명의 교사와 함께 하고 있다. 전일제 어린이집으로 운영시간 오전 8시20분~오후 7시이고 등원 시에는 셔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집: 6세 3명
위치: 경기도 파주시 맥금동 483-11
문의: 031-947-0726, 070-8805-4560
Mini Interview
두 아이 모두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혜원씨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크는
배움터이자 놀이터
도토리 어린이집에 연우(7), 연제(4) 형제를 보내고 있는 김혜원씨는 언니가 먼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 공동육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부모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망설였지만, 어린이집을 몇 번 방문해보고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어요. 자연을 가까이 하며 맘껏 뛰노는 아이들이 참 즐거워보였고요. 우리 어릴 때도 비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밭에서 뒹굴고 눈싸움하며 놀았잖아요? 아이들은 바깥활동을 많이 해야 몸도 튼튼해지고 면역력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계절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자라는 것이 큰 행복이잖아요.”
어린이 집에서 인위적인 인지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 또한 맘에 들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건강한 것 같아요. 또래 친구나 형, 동생들과 어울려 놀면서 관계 맺는 법도 자연스레 알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도 자라나고요.”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이라고 해서 전혀 힘든 게 없다는 말은 아니다. 아이들도 관계를 맺으며 나름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작년에 연제는 또래 관계가 힘들었다. 그럴 때 공동육아 어린이집 부모들과 교사들은 다 함께 머리를 맞댄다. 힘들어 하는 아이도 내 아이, 아니 우리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부모와 교사도 아이랑 함께 배우고 커나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교사와 부모들에게 반말을 하는 것에 대해 처음 본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걱정한다. “저도 처음엔 그래도 되나 싶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아이들이 어른을 대할 때 두려움을 갖지 않고 편히 대하게 되더라고요. 자기 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들에게도 거리감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가고요. 평어를 쓴다고 해서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구는 것은 아니거든요.”
부모의 할 일이 많아 느꼈던 부담감은 함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장구 치기, 기타 연주 등 소모임을 하면서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참여와 모임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처음 공동육아에 참여하기를 꺼렸던 남편이 요즘은 오히려 더 적극적이 된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사회와 직장문화는 좀 수직적이고 권위적이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서로 별명을 부르며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관계를 맺고, 텃밭 가꾸기나 모래 놀이터 만들기, 터전 보수 등 몸을 움직이는 일이 많아 남편이 무척 즐거워합니다. 아빠가 육아에 소극적이라 고민인 분들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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