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두 달 남겨 놓았을 즈음 한 엄마와 딸이 함께 찾아왔다.
“우리 애가 고3인데.....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는데 늘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중학교때부터 학원을 보냈는데 학원가도 점수가 오르지 않아 과외를 했어요. 과외를 해도 별 다르게 성적이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떨어졌어요. 돈 쓰는게 미안했던지 스스로 공부를 해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혼자서 열심히 하니까 성적이 좀 오르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이가 점점 수학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지더라구요. 게다가 이과를 선택해서...”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하는 것과 상관없이 아이의 수학성적은 늘 평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성실하게 수학문제를 풀어왔다고 했다.
“비록 두 달 남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선생님과 함께 보내면 혼자하는 것보다 몇 배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애도 급하니까 선생님이 시키는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하겠다고 했으니 지도해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라도 안하면 제가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아요.”
몇 군데 학원을 알아봤지만 받아주겠다는 곳은 비용이 너무 과했고 대부분은 거절을 당하고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왔을 그 엄마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엄마도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포기하지 않겠노라며 아이와 함께 두 달 수능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제일 자신 없는 부분은 어느 단원 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했다. 본인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험보는 순간에만 그것을 기억한다.
‘내가 이 문제만 나오면 헷갈리는 구나’
시험이 끝나면 시험이 끝난 해방감에 친구들과 노느라고 잊어버리고...
여하튼 그 아이는 자신이 특별히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하게 대답을 못했다. 우리 학원에서는 모의고사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를 풀면서 틀리거나 자신 없는 문제는 오답노트에 문제를 분석하고 그 문제를 위해 필요한 수학 용어나 성질들을 자세히 적어나간 후에 문제를 풀이하도록 다시 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풀 수 있는 곳까지만 정확하게 풀게 했고 모르는 부분을 풀 수 있도록 힌트를 주고 스스로 끝까지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지막단계는 틀린 문제에서 숫자만 바꿔서라도 스스로 문제를 유사하게 만들어 풀도록 시켰다. 아이는 성실하게 5시간 이상이 걸려도 숙제를 해왔으며 질문도 제법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조건
“이 문제 다 몰라요.”
라고 했었는데...
대부분 다 모른다는 말은 편하게 선생님이 풀어주는 것만 냉큼 먹겠다는 심리다.
자기가 그 문제를 위해 얼만큼 생각하고 어디까지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생각하기도 싫다는 태도가 만연하다.
“선생님은 그런 질문은 안 받아줘. 문제 다시 읽고 할 수 있는 만큼 풀어보고 정확하게 문제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모르는지를 질문해야지. 너도 문제를 풀기위해 많은 고민을 한 후에 질문해야 그 문제를 알려줄 때 그 자리에서 네 것이 쉽게 되는거야. 아무런 노력없이 그냥 선생님이 풀어만 주면 그 순간만 그 문제가 이해가 되는거란다. 나중에 같은 문제가 나오면 또 못풀어.”
아이는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문제를 읽고 책을 뒤적이며 고민하기를 여러번 하며 문제를 풀어갔다.
풀이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 보니 식을 세우고 풀어가는 방향은 모두 맞았고 답도 맞았으리라 생각했는데 채점을 하니 답이 틀렸다. 분명히 맞게 식을 세워서 풀어 답이 나와 보기에 있는 답을 골랐는데 말이다.
다시 한번 문제를 풀게 하고 계산하는 과정까지 지켜보니 자연수에서 소수 네자리를 빼는 것이 잘못되어 있었다. 지수 로그에서 지표와 가수 구하는 것과 혼돈을 한 것 같았다. 늘 자연수에서 소수 네자리 수를 뺄 때 자신은 그렇게 계산을 했단다.
자연수에서 소수를 뺄때마다 틀린 방법으로 계산을 했던 그 아이는 수능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았을 즈음에야 계산의 오류를 찾게 되었다. 더불어 자신의 수학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문제를 풀기위한 준비운동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간절한 마음을 배웠고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를 실수로 틀리는 오답율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결국 이 아이는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2등급이 올라갔다.
수능을 위한 마지막 주에 아이는 내게 말했다.
“많이 아쉬워요. 제가 일년 만이라도 일찍 수학 공부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더 좋아졌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이 재수는 시켜주지 않으신다고 해서 일단 시험을 보고 점수에 맞추어 학교를 가야해요.”
“대학 가서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전공 공부하면 장학금 탈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과를 일단 가고 원하는 대학은 학점 잘 유지해서 대학원으로 가도 되고, 편입할 수 있는 방법도 있어. 지금처럼만 대학가서 공부하면 성공할거야.”
많은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수학공부에 투자를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수학의 첫 시작을 어떻게 했느냐, 수학을 언제부터 제대로 공부했느냐, 수학을 언제 포기하기 시작했느냐, 수학 시험이 언제부터 공포로 다가왔느냐를 학생들은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문제점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하다. 수학의 연산은 여기서, 도형은 저기서, 사고력은 또 다른 곳에서, 학교 내신은 내신대로 다른 곳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은 하나인데 여러 곳에서 아이의 수학을 배우게 하는 것은 어느 한 곳에서도 제대로 된 수학을 배우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수학에 대한 자세가 결국은 공부의 습관을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연결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로드맵 원장 김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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