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 걸’이란 별명이 붙은 홍여림양. 이름은 ‘여림’이지만 실제로 보면 ‘강인함’이 묻어난다. 바가지 머리에 씩씩함, 싹싹함이 조화를 이루는 그는 에너지가 넘쳤다.
고교 연합으로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을 준비하느라 일요일 저녁까지 마라톤회의를 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홍양을 어렵게 만났다. “학교별로 진행하는 캠페인이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에는 인근의 보성고, 동북고, 잠실고 등 7개 학교가 뭉쳐서 공동 캠페인을 벌일 예정입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잠실 롯데백화점 앞에서 가두 캠페인과 성금 모금을 준비 중입니다. 백화점, 교육청과 협의할 내용 정리하고 홍보 문안, 세부 일정을 짜느라 정신없이 바쁘네요.”
‘리더 자리에 서니 사람이 보이더라’
창덕여고 학생회장인 홍양에게서는 이벤트 회사 대표 같은 노련함이 느껴진다. 두 차례 학교 축제를 치러보고, 학교 대소사를 챙기면서 쌓은 ‘연륜’이 엿보인다. 인터뷰 바로 전날에는 인근 남학교인 동북고 축제에서 MC를 맡기도 했다.
“창덕여고와 동북고는 연합 축제의 인연이 깊어요. 동북고 학생회와 여러 차례 만나 진행 순서며 대본을 상의했는데도 막상 수많은 남학생들 앞에 서니까 떨리데요. 그래도 중간 중간 애드리브를 넣으며 무리 없이 마쳤어요.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죠.” 홍양이 화끈하게 답한다.
오지랖 넓은 성격 탓에 방산초 전교회장, 방산중 전교부회장, 창덕여고 전교회장까지 초중고 내내 ‘감투’를 쓰게 됐다며 멋쩍어한다.
“털털한 성격에 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누가 일을 시키면 ‘제가 하겠습니다.’란 말을 달고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늘 사람들 앞에 서게 됐고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길러지더군요.”
고교 학생회장은 선배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출마를 결심했는데 홍양 특유의 ‘중성적인 매력’으로 네 명의 경쟁 후보를 가뿐히 재치고 54%라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학생회장이 되자마자 곧바로 학교 축제 준비에 돌입해야 했어요. 1년 중 딱 하루, 학생들에게 고교시절의 근사한 추억을 선물하며 창덕여고의 저력을 보여줄 축제로 만들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요. 그 뒤에도 학교 행사 챙기랴 학생 건의 사항 처리하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졌어요. 초반에는 예상치 못한 갈등이 빚어지고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이것 밖에 안되나’ 자괴감에 빠져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여곡절 덕분에 더 단단해지고 사고가 깊어지며 일처리가 매끄러워졌지요. 리더의 자리에 서보니까 ‘사람’이 보이더군요. 구성원들의 특장점을 살펴 업무를 분담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했지요.” 그간의 경험담을 토해낸다.
태권도 4단의 유단자 축구선수로 변신
홍양의 특기는 태권도. 공인 4단이다. 5살 때 태권도에 입문한 뒤 여고생이 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마해 발차기, 격파 실력이 수준급이다. 수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한번 붙어보자’란 긍정적인 마인드가 심어졌다. “태권도가 내 성격을 적극적으로 바꿔놓았어요. 요즘도 매주 한 번씩 도장에서 선후배들과 대련하며 한바탕 땀을 쪽 빼고 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정신이 또렷해져요. 태권도뿐만 아니라 농구, 축구 등 운동은 뭐든 좋아해요.”
운동 마니아인 홍양은 창덕여고에 올해 축구부가 만들어지자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다. 더군다나 운동마니아들끼리 뭉치다 보니 환상적인 팀워크를 선보여 시합 전에는 늘 아침 7시30분에 모여 패스, 슈팅 연습에 몰두했다. 노력의 결실로 올해 처음 만들어진 창덕여고 축구부는 서울시교육감배 학교 스포츠클럽 리그전에서 3위로 입상했다. “주전선수인 내가 실책을 범해 아쉽게도 3위에 그쳤어요. 그래도 고교시절의 짜릿한 경험을 하나 더 만들어 신이 나요.”
스포츠 과학자 꿈꾸며 고3을 준비
좌충우돌 긍정마인드로 일 벌리기 좋아하는 열혈녀 홍양은 스포츠과학자를 꿈꾸고 있다. 진로 결정에 고민 많던 그가 고1 때 ‘태권도 속의 과학’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쓰면서 새롭게 발견한 분야다.
“발차기 최적의 각도를 구하고 효율적인 격파 포즈를 연구하는 등 내가 좋아하는 태권도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니까 흥미로웠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과학이 낯설고 관련 서적이나 연구 논문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내가 한번 해보자’ 마음먹게 됐습니다.”
고3을 눈앞에 둔 홍양이 느끼는 공부 압박감은 상당하다. 학생회장으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곤두박질 친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학생회, 축구부에 쏟았던 열정만큼 이젠 공부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성적 때문에 움츠려 들 때마다 ''why not?'' 나 자신을 다독거리며 힘을 내는 중입니다.” ‘태권브이 걸’ 답게 씩씩하게 덧붙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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