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는 주부에게 ‘장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다. 하지만 고추장이나 된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고등 수학문제 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 우리 집 입맛에 가장 가까운 맛으로 구입하지만 마음 한구석 찜찜함을 어쩔 수 없다. 청주시 농업기술센터가 신나유 농촌문화체험 교육 농장과 함께 손잡고 ‘장류담그기’행사를 열었다. 청주·청원 주부들이 봄 고추장을 담느라 한창인 곳에 다녀왔다.
고추장, 독창적이고 고유한 향신료
고추가 이 땅에 들어온 역사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613년 <지봉유설>에 ‘왜겨자’라 하여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와 우리민족의 체질에 맞아 즐겨 먹게 됐다는 기록이 있어 임진왜란 무렵에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기 전에는 산초, 천초, 호초 등을 이용해 매운 맛을 내는 것을 초장이라 했는데 고추가 도입되면서 고추장으로 정착됐다.
고추장은 전통장류 중에서 가장 늦게 우리 식생활에 도입됐지만 세계에서 그 유래가 없이 우리 민족이 스스로 일구어낸 독창적이고 고유한 향신 조미료다. 이제는 우리 식탁에서 독특한 맛과 매운맛의 조화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추장은 사용하는 전분질의 원료에 따라 찹쌀·멥쌀·보리·밀·오미자 고추장으로 분류하며, 전통적으로 가을에 고추장 메주를 만들어 매달아 두었다가 적당한 물에 혼합한 후에 장독에 넣어 숙성시켜 고추장으로 먹는다.
찹쌀고추장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장류담그기 행사장에서 만드는 고추장은 찹쌀고추장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들은 농장에서 이미 준비해 두었다.
찹쌀고추장을 담그려면 먼저 찹쌀을 깨끗이 씻어서 물에 12시간 정도 불린 다음 가루로 곱게 빻아 두고, 엿기름가루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서 잠시 두었다가 주물러 건더기를 짜서 버려야 한다. 엿기름물이 가라앉으면 찹쌀가루를 곱게 풀어 그 양이 2/3정도가 될 때까지 뭉근히 끓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까지는 농장에서 준비해 주어 참가자들의 수고를 크게 덜어주고 있었다.
이미 잘 달여진 엿기름물과 고춧가루 메주가루 찹쌀가루 조청 소금이 참가자 앞에 준비되어 있어서, 식은 엿기름물에 기호에 맞도록 소금과 메주가루, 고춧가루를 넣고 마지막으로 조청을 넣은 후 골고루 저어주는 일이 남아 있었다.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려면 재료들을 저어줄 때 한쪽 방향으로 저어주어야 잘 섞여 빛깔이 고운 고추장이 된다.
신나유 농촌문화체험 농장 대표 이인우(55)씨는 “고추장 맛을 좌우하는 것은 엿기름물을 달이는 과정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며 “하얀 색이던 엿기름물이 갈색으로 변하고 적당히 점성이 생길 때까지 계속 저어주면서 끓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추장과 된장이 소소한 장류인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우리 전통음식이다. 그런데 점점 장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 우리의 전통음식을 이어나간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맛도 있고 믿을 수 있어 주부들 호응 높아
청주시 농업기술센터는 해마다 1월에 홈페이지를 통해 체험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장담그기 행사에 된장 만들기는 425명이 참여했고, 고추장 만들기는 30명이 한 그룹으로 4번 진행해 120명이 참여했다. 고추장 만들기의 경우 참가자는 4만5000원의 참가비를 내면 센터와 농장에서 모든 재료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만드는 방법까지 일러주고 5㎏의 고추장을 가져갈 수 있어 그 인기가 대단하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시중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모든 재료들이 국내산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이 날 체험에 참가한 윤병옥(56·가경동)씨는 “고추장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좋은 재료로 만들어서 마음 놓고 가족들에게 요리해 줄 수 있게 됐다”며 “한번만 더 배우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석정희 지도사는 “장 만들기 행사에 대한 주부들의 호응이 상당히 높다. 봄에 신청하지 못한 분이 가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서 가을 고추장 담그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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