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추억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카페 ‘화사랑’

‘화사랑’, 카페를 넘어 정통 레스토랑으로 거듭나다

지역내일 2014-03-27

70~80년대에 수도권에서 청춘을 보낸 이라면 ‘화사랑’이라는 이름을 들어보거나 한두 번쯤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젊음과 낭만을 상징하던 카페 ‘화사랑’. 장소는 추억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나? 화사랑에 가면 젊은 날들의 낭만이 오롯이 살아나 행복하다. 지난 2월, 35년 동안의 추억을 간직한 ‘화사랑’이 새로워진 모습으로 그 4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화가 김원갑씨의 아뜰리에에서 시작해 전원카페의 선구자로
 화사랑은 서양화가 김원갑씨가 백마역 근처에 꾸민 아뜰리에에 지인들이 모여 즉흥적으로 미술세미나 시낭송회 음악회 전시회 등을 열다가, 1979년 그들의 권유로 즉석에서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畵舍廊(화사랑)’ 이라 써서 내걸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김원갑씨가 직접 진흙으로 바닥을 다지고 잡초로 벽을 도배해 파격적인 모습이었던 그곳에, 주말이면 신촌역에서 백마역으로 젊은이들의 추억 여행이 이어졌다. 박상미씨가 김원갑씨와 결혼을 한 이듬해인 84년 겨울, 화사랑에 불이나 그 자리에 돌로 다시 집을 지었다. 그곳에서 86년 황신혜 유인촌 주연의 ‘첫사랑’이란 드라마가 촬영되면서 화사랑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돼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후 200여개의 카페가 생겨나면서 백마에는 거대한 카페촌이 형성됐다. 


‘4세대 화사랑’, 새로운 시작!
 1991년 일산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면서 화사랑은 일산을 떠나 장흥에 자리 잡았다. 1992년 2세대 화사랑은 토탈야외미술관 옆에 통나무집을 지어 공연이 어우러진 문화카페로 그 명성을 유지하다 1999년 풍동 애니골로 돌아왔다. 명물인 묵잡채를 비롯한 다양한 토속 음식과 발효차, 라이브 공연으로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으며 3세대 화사랑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뜰에 참숯가마를 지어 많은이들에게 건강을 챙겨주었던 화사랑은 외식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게 된다. 바로 4세대 화사랑의 시작이다.
 1년 동안의 준비기간 끝에 지난 2월 새로이 문을 연 화사랑은 모든 것을 ‘원시’라는 컨셉에 맞췄다. 인디언 흙집으로 지은 화사랑 입구에 서면 지붕위에 원시인을 상징하는 고릴라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안쪽에는 예전 화사랑 뜰에 있던 참숯가마를 재활용한 8개의  독립된 방들이 원시 동굴처럼 늘어서 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황토벽 동굴에는 오직 한 팀만을 위한 테이블이 준비돼 있다.


맛도 분위기도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실크로드
 30여년을 요리와 함께 한 박 쉐프는 화사랑을 새롭게 오픈하면서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제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넓은 공간에 단 20개의 테이블만 놓았다. 테이블 20개면 모든 음식이 자신의 손에서 직접 나갈 수 있는 규모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의 기억 속에 화사랑은 라이브 카페, 분위기 있는 집으로 남아있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화사랑의 마지막 자존심을 제대로 된 음식에 걸겠습니다.”
 4세대 화사랑은 ‘파티메뉴’라 이름붙인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언제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평소 먹어보기 힘든 요리들로 구성했다.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중 동굴식당에서 맛본 항아리 케밥은 7년 동안 연습해 내놨다. 고기와 채소, 각종 향신료를 넣어 오븐에 장시간 익혀내 밥에 얹어먹는 항아리 케밥은 점심특선으로 저가에 먹을 수 있다. 이렇게 공들인 귀한 음식을 많은 이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은 박 쉐프의 의지가 담겨있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감자 소시지 버섯구이를 계절 샐러드와 곁들여 내는 ‘모듬 바베큐’와 모듬 바비큐에 대하와 탄두리 치킨 또는 연어구이, 고급 사이드 메뉴를 곁들여 내는 ‘스페셜 바베큐’는 안주와 식사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푸짐하다.
쉐프 코스음식에는 동서양의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모임의 격에 맞게 메뉴를 직접 짜서 직접 요리해 낸다. (4인이상 예약제) 진정한 의미의 웰빙 슬로우푸드다.
음식들을 맛본 손님 중 누군가는 화사랑의 음식과 분위기 모두 ‘동양과 서양이 만난 실크로드’라고 했단다. 화사랑은 이렇게 ‘주부들이 할 줄 모르는 음식’, ‘먹어서 돈이 아깝지 않은 음식’,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 쉽지 않은 음식’ 등으로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물론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묵잡채, 해물파전, 소고기버섯전골 등 빼놓을 수 없는 화사랑의 클래식 메뉴들은 한층 업그레이드해서 내놓고 있다. 


제대로 된 음식, 건강에 이로운 음식만 내겠다!
 박 쉐프는 계절에 따라 메인메뉴에 곁들이는 음식을 바꾼다. 제철음식이 몸에 가장 이롭기 때문이다. 직접 장을 봐온 재료는 소중하게 다룬다. 재료를 소중히 다루다 보면 결과물이  좋다는 믿음으로 로메인은 찬물에 장갑도 끼지 않고 씻고 톳은 하나하나 다듬는다. 그는 염도와 당도를 정확하게 맞추면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는 확신으로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있다. 김치는 남편이 재배한 유기농 배추로 직접 담근다. 박 쉐프는 작년에 5백 포기의 김장을 직접 담그면서 옛날 백마역 앞에서 할 때는 천포기 이상 김장을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한때 김치를 사다 쓴 것을 반성했다고 한다. “화사랑을 운영하는 운영자보다는 제대로 된 쉐프가 되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음식,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내고 싶어요. 음식 하는 사람은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음식에 그 기운이 전달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건강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내 음식을 먹는 모든 이 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분위기뿐만이 아니라 음식도 좋았다는 집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희 화사랑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라고 말하는 박 쉐프의 표정에 신뢰를 주는 의지가 엿보였다.


위치 일산동구 애니골길 14-17 나동(풍동 애니골)
문의 031-905-3835, 010-8347-8513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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