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따끈한 국물 생각이 난다. 만년동 KBS 옆 ‘만년애한우(대표 최광춘)’에 독특한 국물 음식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1층 식당에 들어서니 카운터 옆으로 난 길다란 쇼케이스 안에 쇠고기가 부위 별로 진열되어 있고 작업대에서는 건장한 젊은 직원 둘이 고기 손질에 바쁘다. 1·2층 각 300평에 이르니 꽤 큰 규모의 정육식당이다. 모든 고기는 국내산 한우를 쓴다고 표시 되어 있고 차림표는 모두 양념되지 않은 생고기다.
정육식당에서 볼 수 있는 부위별 구이 차림표와 함께 생소한 메뉴가 있다. ‘방치찜’과 ‘바보곰탕’. 어떤 음식인지 최광춘(58) 대표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보았다.
한우 반골로 만든 방치찜
‘방치찜’이란 이름이 독특해서 어떤 음식인지 물었다. “‘방치’란 충청도 사투리로 ‘엉덩이’란 뜻입니다. 소의 꼬리 부위, 흔히 ‘반골’이라고 말하는 부위를 푹 끓여서 국물과 같이 먹는 음식입니다.” 실제로 보니 네모나고 커다란 찜판에 뼈에 붙은 고기들이 맑은 자작한 국물과 함께 수북이 담겨 나온다. 대파, 고추, 대추, 인삼 등이 고명으로 얹혀있다. 양이 푸짐해 3~4명이 불 위에 올려두고 국물과 함께 따끈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식당에서는 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판매를 하게 됐을까?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충청도의 대표음식이 뭘까?’ 하고 알아보았는데 ‘삼계탕’, ‘돌솥비빔밥’ 등이라고 알려진 걸 보고 개인적으로 납득하기가 힘들었어요. 충청권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좀 더 멋진 음식을 고민하다가 문헌을 찾아보고 연구를 했죠. 소의 반골을 부드러워질 때 끓이고 거기다가 충청권의 대표 농산물인 금산인삼, 청양고추, 공주밤, 연산대추, 서산육쪽마늘을 넣어 만들었어요. 방치찜이라는 이름으로는 서울에서 남대문 시장 안에 두 군데 정도 있긴 한데 저희와는 조금 달라요”라고 최 대표는 설명한다.
맑고 진한 국물에 뼈에 붙은 고기도 부드러워 어린아이나 나이 드신 어른들과 함께 가족들도 많이 찾는다. 방치찜은 시간이 오래 걸려 식당에 오기 전 최소한 3시간 전 예약이 필수다.
한우밖에 ‘모르는 바보곰탕’
‘바보곰탕’ 이란 이름도 특이하다. “원래 이름은 ‘한우밖에 모르는 바보곰탕’입니다. ‘바보’는 어리석음보다는 우직함을 뜻하는 거죠. 아무리 한우 암소만 사용한다 해도 믿어 주지 않는 사람도 많으니까 믿건 말건 우직하게 원칙을 지켜나가자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방치찜은 3~4명 분이어서 혼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바보곰탕을 만들었어요. 곰탕이라기보다 갈비탕에 가까운 맛이예요. 방치찜과 같이 역시 반골로 만들어요. 올 여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여름 비수기 때도 많이 나갔어요. 방치찜처럼 바보곰탕도 매니아들이 생기네요.”
상차림을 보니 뼈에 붙은 고기가 맑은 국물에 잠겨 뚝배기에 담겨있고, 흑미가 섞인 윤기 나는 공깃밥과 먹음직스러운 배추김치와 깍두기, 간장소스 뿌린 생부추로 깔끔하다. 곰탕과 함께 나오는 소금이 없다. “그냥 드셔보세요. 재료들에서 충분한 맛이 우러나와서 소금을 안 넣고 드셔도 돼요”라고 최 대표가 말한다.
국물을 한입 먹어보니 잡내가 없고 단맛이 난다. 김치도 알맞게 잘 익었다. 적당히 부드러운 고기는 소스 뿌린 부추와 잘 어울린다. 바보곰탕도 방치찜처럼 충청도의 인삼, 밤, 대추, 고추, 마늘이 들어간다.
‘좋아 보이는 음식’이 아니라 ‘좋은 음식’을 만드는 자부심
최 대표의 식당 운영에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15년간 식당을 운영해오면서 한 결 같이 고수하는 것은 ‘속이지 않는 것’이라 한다. “요즘엔 소비자가 선수예요. 거짓말은 안 통하죠. 좋은 재료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좋아 보이는 음식이 아니라 좋은 음식’을 만들어야죠. 쇠고기 취급하는 식당들 90% 이상이 수입육을 쓰는 게 현실이에요. 수입육을 쓰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수입육을 쓰면서 한우라 속여 파는 게 나쁜 거죠. ‘이거 진짜네’하는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속이지 않고 우직함을 갖고 있는 바보가 되면 돼요. 그러면 식당은 안 망해요.”
방치찜이나 바보곰탕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5%내로 크지 않단다. “요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찾는 사람들이 꾸준해요. 식당 전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쇠고기를 주로 다루는 식당을 하면서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좋은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이 있어요”라고 최 대표는 말한다. 설날과 추석당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이다.
문의 042-485-1292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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