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R&E(Research & Education)가 이슈다. R&E는 본인이 호기심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연구 활동으로 진로를 개척하고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R&E로 내신을 극복하고 상위권 대학을 진학할 수 있다는 소식에 한번쯤은 R&E를 시도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R&E 연구에 대한 조언과 연구 계획서, 과정까지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는 ‘내신 3등급도 서울대 가는 이공계 특성화 전략 R&E’ 저자 변문경씨(35? 목동)를 만나 R&E에 관한 모든 것을 질문했다.
자신의 관심 분야 찾기
R&E를 사전적으로 풀면 조사 연구를 통해 공부한다는 뜻이다. 즉 학생들이 대학 연구소 등 외부 연구 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변문경씨는 “R&E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시작으로 과학고와 과학중점학교로 확산됐고 최근에는 일반고와 영재교육원에서도 도입하고 있다”며 “R&E는 연구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논문을 읽고 전문가의 자문도 구하며 완성된 연구 보고서를 대회에 출품하고 다른 친구들의 작품도 보고 피드백을 받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더욱 발전된 연구를 하는 순환과정”이라 설명한다.
최근 입학사정관제의 또 다른 이름인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R&E 경력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입시의 방향은 얼마만큼 공부했느냐 하는 선행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공부했느냐 하는 R&E의 문제”라며 “이제 입시에서 필요한 것은 선행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고 연구를 해왔느냐’”라 강조한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평가하는 입시의 키워드를 R&E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
또 하나, 본격적으로 R&E가 관심을 받게 된 건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에 각종 경시대회, 영재교육원 교육이수 여부 등 이른바 외부 ''스펙''을 기재할 수 없게 되면서 부터다. 입시 당락을 좌우한다고 생각했던 올림피아드를 쓸 수 없게 되자 개인 연구 결과물에 중점을 두게 되고 더불어 학생 개인 역량을 발휘하고 스스로 발전이 가능한 과학전람회, 과학탐구토론대회 등이 주목받게 됐다.
일반고에서 쉽지 않은 R&E
R&E를 거창하거나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변씨는 “최근에 R&E는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해 시행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적성에 맞고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탐구와 연구 전반으로 확장,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한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R&E는 자신이 정한 연구 주제와 관련 있는 교수나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함께 연구하면서 배워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중학교를 비롯 초중학교와 영재교육원, 일반고에서도 진행되면서 개념이 확장되어 자신의 흥미와 목표가 중심이 되는 개인 특성화의 형태로 이해되고 있다. 학생이 스스로 연구하면서 배우는 과정 자체가 R&E가 된 셈이다.
그 예를 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방학 과제로 자유 탐구 연구 결과물을 제출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넓은 의미의 R&E로 볼 수 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서울학생과학탐구대회를 과학전람회의 예선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 또한 R&E 페스티벌의 한 범주다.
이런 대회에 참여하다보면 연구 과정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학습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기회가 된다. 과학의 달에 참여할 수 있는 대회를 활용해 연구 역량을 쌓다 보면 창의적인 연구자로서 인정을 받아 대회 수상과 대학 합격까지 힘을 실어 주는 강력하고 독보적인 스펙이 된다.
하지만 일반고에서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연계된 수업이 보편화 되어 있지 않고 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나 연구진이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학생 혼자서 방법이나 과정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고 학교에서 주도적으로 R&E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를 알면 R&E가 보인다
R&E를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좋아하는 주제를 찾는 것이 R&E의 시작이다.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발표를 잘하는지 한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편인지 아니면 아이디어가 뛰어난지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직업을 검색해보라는 뜻은 아니다. 변문경씨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고 공부하고 싶은지 제대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대가 바뀌고 그 시대마다 필요한 인재상은 달라진다. 최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의적인 인재다. 대학에서도 이런 인재를 뽑기 위한 다양한 전형을 만들어냈다.
변씨는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받는 내신 1등급보다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활용하고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최상위권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의 핵심”이라며 “R&E는 바로 그 핵심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하면서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내고 증명한다. 성실함과 논리성, 창의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통로”라 전한다.
R&E 라는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가 필요한 학습방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직 내신을 비롯해 눈앞에 보이는 성적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아직 달라지는 정책과 입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변씨는 “새로운 대회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것보다 학원에 맡겨 경시를 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R&E보다는 KMO나 올림피아드 준비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뀌고 있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숫자와 등급 채우기에서 벗어나 R&E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것”을 권한다.
최근 R&E의 후속으로 ‘영재교육원 영재학교 과학고 자기소개서 면접 합격 시크릿’이 출판됐다. 이 책은 경시대회 수상이나 인증점수 없이도 자신의 강점을 살려 합격하는 자기소개서 쓰기와 사전 스펙관리 합격 노하우가 컨설팅 되어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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