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2시, 주말반 수업을 막 시작하려는데,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한 남학생이 학원으로 들어왔다. 책 한 권을 들고, 학원 이곳저곳을 두루 살피더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창신초등학교 5학년 OOO 입니다. 죄송한데요. 집에 친척들이 많이 와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가 없어서 그러는데요. 학원에서 조용히 책 좀 읽다 가면 안될까요?”
막 수업을 시작하려는 조급함도 잠시, 조그만한 얼굴에 굵은 안경을 쓰고 또릿또릿 쳐다보며 씩씩하게 물어보는 남학생의 모습에 그러라고 답했다.
“오 그래, 너 참 똘똘하게 생겼구나. 저기 빈 강의실에서 조용히 책 읽다 가렴.”
잠시 초등학교 시절, 필자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갔다. 조그마하고 두꺼운 안경에 항상 자신감이 충만하던 어린 시절 나의 모습….
똘똘한 남학생의 생각은 잠시 뒤로 한 채, 2시간 여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오는데, 구석에 위치한 한 강의실의 불은 여전히 환하게 켜져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학생의 모습! 책 읽는데 집중하느라 딴청을 피울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린 아이가 집중력이 대단하네!” “고 녀석 기특하구만!” 30분 쯤 지났을까,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요. 저 토요일만 학원에 와서 책 읽다 가면 안될까요? 너무 좋아요. 벌써 한 권 다 읽었어요.”
요즘 보기드믄 기특한 모습에 내 입가엔 저절로 아빠 미소가 드리워졌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의 커버, 『나폴레옹』. 초등학교 5학년 학생에겐 다소 어렵게 다가갈 수 있는 제목에, 필자의 궁금증은 계속되고, “나폴레옹을 읽었구나. 어떤 점을 느꼈길래?” 설마하고 던진 질문에 학생은 또렷하게 대답을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 나름대로 교육자라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스스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 그것도 또래에 비해 작아서 어려만 보이는 학생이 『나폴레옹』위인전을 읽고 “성공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느낌을 받다니….
집으로 돌아 간 그 학생을 바라보며, 잠시 내 발걸음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늦은 밤, 주말반 수업을 다 마친 후, 시계바늘은 11시를 이미 넘어섰다. 다른 날 같으면 서둘러 학원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고자 바삐 서둘렀을 텐데,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폴레옹’ 그리고 ‘준비’.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색어를 치기 시작했다. ‘나폴레옹 준비’ ‘준비 관련 명언’ 그러던 중 한 글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폴레옹 - 준비
나는 언제나 노동하고 있다.
그리고 늘 생각한다.
내가 항상 어떠한 일에 당면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즉시로 처리하는 것은
미리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 두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돌발사에 처했을 때에
즉시 내가 해결해 버리는 것은
내가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식사할 때나
혹은 극장에서 오페라를 구경할 때도
나는 늘 머릿속 에서 움직이고 있다.
20년 가까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필자 역시도 ‘준비’라는 말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준비된 사람만이 성공한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명언이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그 명언을 실천하려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인지하고는 있지만, 마음 속 깊이 베어있지 않았던 게 바로 ‘준비’였던 것이다.
준비된 사람만이 성공한다! 준비된 사람은 성공할 수 있을까?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만은 않은 바로 그 것. ‘준비’ 다시금, ‘준비’에 대한 생각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필자뿐만이 아닌, 모든 이들과 “준비하자!”라는 일념을 함께 나누고 공유했으면 한다.
현 K&K어학원 원장
·대입/특목고 강의 15년
·IPCUS 미국대학 입학컨설팅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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