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공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이것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성의 문제이자 결과적 질(質)의 문제입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알을 넣고 물을 끓이면 삶은 달걀이 됩니다. 하지만 순서를 바꾼다면 삶은 달걀이 아니라 구운 달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물만 끓고 달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도 있겠지요. 오랜 세월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면서 이런 경우의 학생들을 많이 봅니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개인과외, 논술학원, 속독학원, 입시학원 다 다녀봤는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 거냐?” 이런 식으로 초면인 저를 향해 하소연을 해옵니다. 때론 정말 배우면 몇 점이나 오르느냐고 점쟁이한테 묻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말까지 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무엇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국어와 논술 과목은 특히 학습의 순서가 매우 중요한 과목입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학습(學習)’이 아니라 ‘습학(習學)’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학습은 먼저 배우고 익히는 방법이라면, 습학은 방법을 먼저 익히고 그에 따라 스스로 배워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습을 하면 정보를 습득하고 지켜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이고 정적(靜的)인 소유형의 인간이 되지만, 습학을 하면 방법을 먼저 익혀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꿸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존재(存在)형의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능 국어영역과 논술은 공부를 시작하는 순서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 순서에 따라 입시결과뿐 아니라 인생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님은 학문의 목표를 일이관지(一以貫之)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이관지’란 하나로써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말이므로 도구 과목으로써 국어논술의 본령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능 시험이 치러질 때마다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본질적인 읽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부를 하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입이 닳도록 하는 말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 아이는 어휘력이 부족하다, 집중력이 부족하다, 독해력이 부족하다, 학습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잠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아이에게 우리가 언제 한번 제대로 된 ‘학습 방법, 독해 방법, 어휘 학습 방법’을 가르쳐본 적이 있나? 우리말, 우리글이기 때문에 너무 당연시하고 방치해온 것은 아닌가? 수험생들이 지문도 다 읽지 못하고 찍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으며, 논술 시험에서는 제시문을 독해하지 못해 문제 해결은커녕 요약형 문제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나오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합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책 좀 읽어라”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기왕이면 어려서부터 제 눈으로 읽고 생각하고 감응하는 정확한 독서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본질적 읽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독해 방법과 그에 맞는 교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정독(精讀)의 ‘정(精)’은 ‘자세히, 면밀히 읽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방앗간에서 벼를 정미하듯이 껍질과 알맹이를 분리시키는 독해의 원리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휘력은 어휘의 양이 아니라 어휘를 추론하는 방법과 습관을 익히는 것이고, 독해력은 문장을 방앗간에서 정미하듯이 알맹이만 추려내어 핵심어를 잡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이렇게 읽은 한 줄 한 줄이 모여 읽기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게 되고, 문단과 글 전체로 확장되면 글쓴이의 의도를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도출해낼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독해 과정을 반복하면 기억력을 높이고 배경지식을 만들어주어 사고력과 표현력이 좋아지게 됩니다.
읽기의 속도와 정확도, 기억력을 높이는 일은 국어·논술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의 기본이겠지요?
국어논술 전문 미담 언어교육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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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강 소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신들린 언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 독서논술 세종·대전 북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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