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그 동영상이 인터넷 전체로 유포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검사)
“학교 문제여서 누군가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피고인)
“피고인이 대학생이라는 점과 학교폭력을 막자는 취지를 감안,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합니다.”(재판장)
실제 법정에서의 재판이 아니다.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이 법의 날(4월25일)을 맞아 개최한 청소년 모의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열띤 공방이다.
이날 재판장을 맡은 왕윤정(2 문과)양은 “막연하게만 생각한 재판을 진짜처럼 해보니 ‘법’이 어려우면서도 친근하게 와 닿았다”며 “법이란 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것이란 생각이 싹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모의재판 참여, 법 가까이 느끼는 계기
‘왕따와 인터넷 신상 털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모의재판. 학교 동아리 활동의 하나로 참가하게 된 청소년 재판체험에서 예기치 않게 윤정양은 재판장 역할로 모의재판에 참여하게 됐다.
“막상 모의재판에 들어갔는데 정말 떨리더라고요. 처음엔 용어도 낯설어 읽기조차 힘이 들고, 의미를 모르니 그냥 읽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내용도 머릿속에 하나둘 들어오더군요.”
재판체험은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법’이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계기가 됐다.
“재판장 역할을 하며 재판의 과정과 의미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하고 또 이해할 수 있었어요. 또 TV나 신문에서 ‘어떤 판결이 났다’하면 ‘왜 그런 결정이 났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재판장으로서 재판에 임해보니 타인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법조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갖게 됐다.
법에 대한 흥미와 꿈이 생기자 이제까지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회탐구 영역에 대한 생각도 확 바뀌었다. 특히 ‘법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수업 또한 그 어떤 시간보다 재미있는 시간으로 변했다.
모의재판 참여, 법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배우게 돼
윤정양이 모의재판에 참여하게 된 것은 동아리 ‘시사반’ 활동 때문이었다. 시사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는 윤정양은 시사반을 통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견학과 활동, 각종 대회 참여는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윤정양은 “예전에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지나치곤 했는데 시사반 활동을 하며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며 “사회현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나도 모르게 정의감 같은 게 불끈 솟아나곤 한다”고 말했다.
그가 시사반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교생모의재판 경연대회 참여다.
고교생모의재판 경연대회는 주제 선정에서부터 원고 작성, 역할분담, 연기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가 준비해야 하는 대회다.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진행하는 대회라 준비를 하며 배운 것도 많다.
“친구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하며 ‘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어요. 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마음이 맞지 않아 속상한 적도 많았지만 친구들과의 단합을 위해 배려와 양보, 협동 등 더 중요한 것이 뭔지도 배우게 됐죠.”
윤정양 팀은 서울·강원지역 형사부문에서 3위를 수상했지만, 아깝게 본선 참가 기회를 얻진 못했다.
높은 집중력, 바로 엉덩이의 힘
법조계에 관심이 생기면서 더욱 더 성적에 신경을 쓰고 있는 윤정양. 학교방과후교실과 자습실을 이용해 자기주도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심화반 수업을 듣는데 모의고사 대비에 특히 좋은 것 같아요. 방과후 수업을 듣고 나면 자습실인 장미학사에서 공부해요. 친구들과 함께 하니 경쟁심도 느끼게 되고 집중도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윤정양은 “성적과 책상에 앉아 있는 힘은 비례한다”고 말한다. 엉덩이의 힘이 바로 집중력으로 이어진다는 것. 아울러 “졸릴 때 참는 것도 습관”이란 말도 덧붙였다.
꾸준히 공부하는 힘과 집중력으로 학업에도 열중하고 있는 윤정양이다.
“법에 관심은 있지만 학과 결정은 신중하게 하고 싶어요. 학과와 상관없이 법은 공부할 수 있고 직업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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