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에 얽힌 뿌리 찾기

지명에 얽힌 뿌리 찾기의 중요성

지역내일 2014-03-17
청주·청원 통합에 대비하여 ‘지명에 얽힌 뿌리 찾기’라는 주제로 연재하는 이 글은 지명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명에 얽힌 뿌리 찾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긴급히 필요한지를 알리는데 있다. 

오늘날 세계 정세와 우리 주변의 상황이 너무나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내일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최근 100여년의 역사는 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혼란과 격동을 겪어 왔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우리 고유한 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민족 문화를 계승 발전해오고 있으며 반만년 문화 역사를 지닌 문화민족으로서의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말과 글을 갈고 닦아 온 것 또한 크게 다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상대방에게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발견하면서부터 인간은 동물의 본능인 소유감이나 기타 생활의 필요에서 주거에 소요되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생겨난 지명은 옛 선인들의 생활과 가장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의식주 전반에 걸친 선인들의 생활 양식과 생활습관, 풍속, 꿈은 물론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녹아서 농축된 삶의 모습이요 우리 겨레의 핏줄이 맥박쳐 흐르는 산 역사의 증인인 것이다. 

지명은 좀처럼 교체되지 않는 보수성을 지니는 것이 보통이며 또한 그 지역의 방언으로 명명되기 때문에 우리는 지명을 통하여 해당 지역어의 음운 현상은 물론 자료가 부족한 고대어를 알 수 있다. 고대어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료인 것이다.

한 나라의 언어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휘가 존재하는 법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빈도가 높게 인구에 회자되고 언중의 애호를 받는 것은 곧 향토인의 뼈와 살이 묻혀 기름지게 되고 온갖 전설이 얼기설기 서려서 얼른 변개시키지 못하고 오랜 기간을 두고 애용해 오는 지명이 아닐까 한다. 동시에 거기에는 우리 민족의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쓰이는 고유의 생활 용어가 남아 있으며 또한 외래어의 침입을 받으면서 변화하는 과정 또한 그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는 언어의 보물 창고라고 할 것이다.

특히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므로 그 변화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지명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한자 표기를 근거로 그 유연성을 발견함과 동시에 전설과 유래, 지명이 생기게 된 지형적, 물적 증거물이 존재하므로 언어의 변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믿을 수 있는 언어 자료일 뿐 아니라 통시적 언어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상준
지명연구가, 수필가,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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